일주일에 한 번, 일이 새벽 두 시에 끝난다.
집에 와서 씻고 잠들 준비를 마치면 어느새 새벽 세 시.
핸드폰을 뒤적이다 보면 잠드는 건 네 시쯤이다.
아침 여덟 시, 알람이 울린다.
피곤하지만 "할 일이 끝나고 자야지” 하며 일어난다.
그런데 일정이 끝나면 오히려 정신이 또렷하다.
잡생각이 사라지고 머릿속이 텅 빈 듯 멍해진다.
아뿔싸.
잠이 오지 않는다.
이상하게도,
네 시간밖에 자지 않았는데 하루가 무리 없이 흘러간다.
그러나 그날 밤, 평소보다 깊고 긴 잠이 찾아온다.
내 몸은 마치 그 네 시간을 기억하고 있다가
꼭 빚을 갚듯 잠으로 보충한다.
실제로 인체에는 '보상 수면'(recovery sleep)이라는 현상이 있다.
부족한 잠을 잤을 때 뇌는 다음 날 더 깊은 수면을 늘려 몸과 뇌의 회복 속도를 높인다.
피로가 쌓이면 낮잠으로 이어지고,
낮잠이 부족하면 그다음 밤으로 이어지는 이유가 이것이다.
몸은 어김없이 나에게 필요한 잠을 찾아낸다.
잠에도 '총량의 법칙'이 있는 듯하게 느껴진다.
잠을 총량으로 기억하는 듯한 이 반응은,
우리 몸속 시계인 생체리듬이 스스로 균형을 되찾으려는 과정이다.
즉, 한 번의 늦잠이 삶 전체를 무너뜨리진 않는다.
몸은 생각보다 똑똑하게, 또 느리게 리듬을 복원한다.
수면 연구에 따르면, 우리의 몸은 하루보다 일주일 단위로 수면 균형을 맞춘다고 한다.
하루 이틀 잠이 부족해도, 일주일 안에 일정한 패턴이 유지된다면 뇌는 그 안에서 리듬을 재조정한다는 것이다.
나에게 필요한 시간, 7시간.
내 몸은 기가 막히게 이 시간을 지키라고
피로감이라는 신호를 보낸다.
한 번 잃은 리듬은 다시 맞춰야 하고,
그 과정에서 몸은 여전히 나를 지키려 애쓴다.
자도 자도 또 자고 싶은 요즘이다,
불규칙한 수면에 피로감이 만성이 되려는 신호이기도 하다.
이렇게 보낸 지 몇 달째,
새벽에 자는 횟수가 전보단 줄었지만
이제는 새벽까지 버티는 신체가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는 듯하다.
"몸은 늘 너를 도와왔지만,
영원히 기다려주진 않아."
단기적으로는 부족한 수면을 몸의 균형이 알아서 맞춰주지만 장기적으로 불규칙이 반복되면
몸도 회복하는데 피로가 쌓인다.
하루를 집중해서 살아가되,
그 집중이 끝나는 시간도 나를 위해 지켜주기로 해본다.
나를 위한 선택을 할 때가 되었다.
새벽까지 하는 일을 과감히 바꾸고,
자기 직전 핸드폰을 붙잡는 시간 대신,
내 몸의 일정한 수면시간을 보장해 본다.
내 몸이 원하는 그 시간을 돌려주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