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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릴 땐, 마음이 젖는 날

by 글쓰는 트레이너

멜버른의 하늘에서 구멍이 뚫린 듯 비가 쏟아지고 있다.

하루에 네 계절이 다 있다는 말처럼,

이곳의 하늘은 종잡을 수 없다.

특히 요즘, 흐린 날이 많다.


날씨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날씨가 좋든 나쁘든 할 일을 하며,
그 안에서도 즐거움을 찾는 사람도 있다.


날씨에 대해 난 아무 생각 없는 줄 알았지만

빗소리 들으면 아주 잠깐동안이지만 센치해진.

비에 젖는 양말의 찝찝함이 불쾌감을 주기도 한다.


이렇듯 사람도 자연이라면,

날씨를 타는 게 당연한 일 아닐까.
바람이 불면 마음이 흔들리고,

비가 내리면 생각이 젖는다.

교통이 막혀서 일에 늦기도 하는 등
그날의 날씨는 우리의 감정과 일에 연결됨을 느낀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진다.
'날씨가 안 좋다'는 말을 누가 처음 했을까.
언어는 참 신기하다.
날씨마저 좋고 나쁨으로 나누며 살아왔다.


그래서 오늘은 흐린 날씨를 새롭게 해석해보기로 했다.


구름이 끼고 비가 내리는 날은,
신발도 젖지만 마음도 젖는 날이다.
마음이 젖는다는 건,

누군가의 눈물을 공감하는 일이다.


비가 하늘의 눈물이라면,
그 눈물 속에는 누군가의 아픔이 섞여 있을지도 모른다.
내 신발이 그 눈물에 젖는다 여기면,
받아들임으로 인해 그 마음을 함께 나눌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젖은 양말마저 불편하지 않게 느껴진다.
비에 젖는 일이 누군가의 아픔을 공감하는 일이라면,
오늘의 비는 위로의 날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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