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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택 포비아
11화
없는 것에 대한 집착
#11. 잃어버린 토를 찾아서
by
목양부인
Dec 1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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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양오행 이론에서는 조화를 중시한다
.
목,화,토,금,수 오행 중 어느 한쪽에
치
우치거나
,
서로 상생하며 원활하게 소통을 하지
못
하고
혼자 고립된 오행은 모든 문제의 근원이 된다.
성격도 체질도 건강도 운명도
영향을 받는다.
부족하거나 갇혀있거나 극을 받는 오행 탓에.
내 사주는 수,목,화 오행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나를 뜻하는 '수' 오행을 제외하면
나는 '화'가 아주 지나치게 많다.
한 번은 내 사주
를
풀이
해
주시던 분이
이 언니는 순하게 생겨가지고 화가 왜 이리
많냐며 불같은 내 성미를 단숨에 알아챘다.
반면,
내가 가지고 태어난 운명의 8글자 중
금과 토
에 해당하는 오행은 단 한 개도 없다.
부족한 게 아니라 아예 1도 없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고 인생의 밸런스를
이
루고자
생활 속에서 금과 토를 가까이
벗 삼아왔다.
노란색 옷을 고르고, 23호 쿠션도 발라보고,
황토찜질방도 간혹 들렀다. 그것으론 부족해
쇠 금자
성씨를 쓰는 음금님을 만나 사귀고,
결혼반지도 18K 금반지로 누렇게 맞췄으며,
신혼 이불도 금실 두른 자카드로 골랐다.
그런데 안 맞는 건 진짜로 안 맞는지.
금속 알레르기
가 있어 금귀걸이로 귀를
무려
세
번이나 뚫었는데도 흔적 없이 막혀버렸고
,
금반지는 피부톤과 안 어울려
올드해 보이며,
23호 쿠션은 우환 있는 낯빛을 자아낸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토...
땅복이
없다.
흙수저로 태어나면 흙과 친할 줄 알았지.
무주택 신분은 어쩌면 토 오행 부재가 빚어낸
내 집과 내 땅을
향
한 욕망의 불씨 일지도...
나는 화를 잠재우고 금,토 기운을 얻는 데
결국 실패한 것이다. 물 위에 뜬 부레옥잠마냥
땅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표류하는 모양새로.
하여, 나는 보다
진취적이고 적극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기회에 도전하기로 했다.
(묻지마 청약 신청했다는 얘기)
무주택자 세대주로서 지원할 수 있는
각종 임대주택, 분양모집, 공공주택
매
입까지
결격사유나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나는 최대한
긍정적으로 검토하며 신청 버튼을 눌러본다.
공고마다 40p 넘는 안내 사항을 다 읽어보고
꼭 원하는 희망 공고에만 응모하면 좋겠지만,
어쩌면 그건 소개팅 자리에 나갈 때마다
이미 상대방의
본
적까지 꼼꼼히 조사해놓고
내가 당신 집에 언제부터 들어가 살면 될지
비밀번호부터 묻는 것과 다름없지 않은가.
(몇 가지 조건만 보고 지원한다는 합리화)
나는 오늘도 청약 홈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몇십대 일의 높은 경쟁률에 이바지하고
나를 합숙 파트너로 선택해줄 소개팅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중이다.
부족한 내 '
토
'를 찾아
평정심과 밸런스를 이루기 위해.
keyword
인문학
청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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