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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택 포비아
16화
새 아파트에 들어간다는 것은
#16. 신축 아파트 입주 장점을 꼽아보자면
by
목양부인
Apr 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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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빌라에서 준공 6년차 빌라로~
빌라에서 연식이 오래된 구축 아파트로~
서른네 살 아파트에서 신생아 단지로...
지난날 곰팡내와 벌레, 페인트 가루 먼지로
잦은 습진을 넘어 온갖 피부병을 다 겪은 나.
드디어 생애 최초로 신축 아파트에 입성한다.
새집증후군 걱정일랑 개나 주시오
헌 집 곰팡이 먼지를 들이마시느니
차라리 라돈을 내 몸에 주입하겠소
(극단적 선택도 가능케 할 새집 염원)
지난 연말, 행복주택 부동산 전자계약부터
따뜻한 봄날에야 비로소 가능해진 이삿날까지.
나는 하루하루 손꼽으며 입주만을 기다려왔다.
계약 직전 SH공사에 코로나 확진자 발생으로
시스템이 마비되어 일정이 더 밀릴 뻔하였다.
또한, 이 시기에 집주인은 묵시적 갱신된 후
전세 보증금 증액 계약을 부단히 보채 왔다.
살던 집에서도 쫓겨나고 행복주택 계약도
계속 뒤로 미뤄지다가 못 들어가면 어쩌나...
스트레스와 불안감에 잠도 잘 오지 않다가도
막상 SH의 배려로 온라인 계약을 마친 후에는
그사이 집주인과의 실랑이로 괜히 내 보증금을
일부 떼이거나 제 날짜에 받지 못하면 어쩌나.
괜한 걱정 또 하느라 깊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
신축 아파트 입주 3주차.
나는 지금 인생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
북한산이 빼꼼 보이는 거실
식탁에 앉아
가만히 숨만 고르며 멍 때리고 있어도
행복감에 벅차올라 눈물이 다
날 지경.
단지 새 거라서 좋은 것만은 아니다.
새집에 들어간다는 것은 여러 장점이 있다.
1. 빈 집
기존 세대가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를 가면
가구와 인테리어로 가려진 채 집을 봐야 한다.
치수를 꼼꼼히 재고 치밀하게 배치를 계획해도
콘센트 위치와 사이즈 측정 오차의 변수로
막상 이사 당일 짐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우왕좌왕한다.
반면,
빈 집은 민낯 그대로
장애물 없이
집을
자유롭게 보고 잴 수 있고
특히
, 공실이면 협의 후
여러 번 방문하거나
이사 직전에 입주청소를
미리
할 수도 있다.
세 번의 이사 중 입주청소
를
처음 해봤는데
이사 후 짐을
다
들여놓고 했던 청소보다
확실히 전문가의 손길이 느껴
졌다. 강추!
2. 입주 선물
새 집에 처음 입주하면 선물을 받는다.
각종 책자, 리모컨, 입주 물품과 축하 박수!
고가의 택배를 언박싱하듯 기분이 붕 뜬다.
현관키와 출입카드, 음식쓰레기 카드부터
빨래건조대 리모컨, 빌트인 가전 설명서,
주방 선반과 건조 바스켓, 오븐 장갑까지 준다.
집도 감사한데 덤으로 서비스를
더
받는 느낌.
단, 이 선물은 퇴실할 때에도 받았던 그대로
누락 없이 풀박 부심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
하여, 벽 모서리 종이도 아직 뜯지 않았다는.
3. 하자보수
전셋집을 전전하다 보면 알게 된다.
집의 하자인데도 보수에 응해주는 임대인을
만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는 것을.
신축 아파트는 입주 2년간 하자 보수를 한다.
사전점검 때 혹은 입주 청소를 하기 전에
먼지로 가려져서 보이지 않던 하자라던가
입주 후 직접 살아보면서 알게 된 미흡한
부분은 언제든지 수리를 요청할 수 있다.
그러면 약속을 잡고 담당자가 방문하여
시설 체크 후 친절하게 수리를 해주시는데,
하자 보수공사 후 먼지와 뒷정리 문제로
입주청소를 다시 하고 싶어 지기도 한다.
4. 최신 기술과 시스템
신축 아파트 설비 중
내가 제일 놀랐던 건
출입카드
나 암호
로 로비 공동현관문을 열거나
지하 주차장에서 공동현관문을 열
고 들어가면
엘리베이터가
미리
내려와
서 대기한다는 것!
아이언맨이 내 집을 만들
어
주
고 간 것 같다.
보일러 컨트롤러에 숫자
조차 안 뜨던 집에서
이제 월패드로 각 방 온도를 제어하게 되니
반세기는 폴짝 뛰어넘어온 기분이랄까.
와, 옛날 사람! 출세했다. ㅋ
그리고 보안.
누구나 출입 가능했던 복도식 아파트는
세탁소 아저씨, 교회 말씀 전하는 신도들,
현관에 홍보물 부착하러 온 알바생... 특히
코로나 시대 이전에는 방문객들이 많았다.
지금은 입주민에게만 시설을 개방하도록
외부인 차단과 통제가 잘 이뤄지고 있다.
주민이 아니거나 특별한 볼 일 없이는
남의 단지에 함부로 들어가기 어려워진 것.
아파트 단지를 가로질러
다니던 지름길이
이젠 점점 폐쇄되고 닫혀갈지도...
오프라인 임장길이 막히기 전에
부지런히 단지 구경을 다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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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변화
입주청소
Brunch Book
무주택 포비아
13
비대면 시대의 온라인 실무교육 후기
14
일상 속 입지전쟁
15
200번대 예비 당첨자의 주택 청약 염원
16
새 아파트에 들어간다는 것은
17
내가 살고 싶은 집의 기준
무주택 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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