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 루나 레볼루션》

Prologue. 아틀라스가 떨어진 날

by 라이브러리 파파

2037년 9월,

우리는 처음으로 그 존재를 포착했다.

하늘 저편에서 다가오던 익명의 물체.

기상 위성도, 천문 레이더도 처음엔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누군가는 기록에 이름을 남겼다.

Atlas.



그 이름엔 무게가 실려 있었다.

지구 전체를 짓누르는 침묵의 무게.

누구도 그 의미를 명확히 설명할 수 없었지만,

우리는 알고 있었다.

무언가 되돌릴 수 없는 일이 시작되었음을.


확률은 0.02%.

처음엔 그렇게 말했지만,

1년이 지나자 3.1%,

그리고 2039년 말엔, 84.6%로 수정되었다.


언론은 조용했고,

정부는 그저 안정을 말했으며,

과학자들은 더 이상 예측하지 않았다.

지구는 조용히,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해 겨울,

파리의 거리에는 붉은 스프레이로 쓰인 단어 하나가 떠돌았다.

NO ATLAS.

그 문장을 적은 청년은 이틀 뒤 실종되었다.


세계는 동시에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지하 도시를 설계했고,

누군가는 인공위성을 감시기지로 개조했다.

그리고 누군가는,

달을 선택했다.


‘루나 이스케이프 프로젝트’

UN 마이그레이션 위원회가 비밀리에 주도한

지구 외 이주 계획.

선발 인원은 단 3만 명.

그중 절반은

이미 오래전 결정되어 있었다.


남은 자리는 국가별 ‘무작위 시민’에게 주어졌다.

그들이 진정 무작위였는지,

그 누구도 몰랐다.


나는 간호사였다.

숨을 멎은 아이를 붙잡고 울며,

어르신의 마지막 눈빛을 기억하며 살아가던 사람.

전혀 선택받을 이유가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내 사물함 안에 낯선 흰 봉투가 놓여 있었다.

루나 이주 탑승 허가서.

누가, 왜 나에게 이런 것을 준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걸 버리지 않았다.


사람들은 점점 이사를 준비했다.

남을 준비가 아니라,

떠날 준비.

이별을 연습하는 나라,

작별의 요령을 교육하는 학교.

전 세계가 지구를 보내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이 왔다.


2040년 2월 3일.

그것은 하늘에서 내려왔다.

대기권을 통과하며 붉은 불꽃을 내뿜던 괴물.

아틀라스.


바다는 넘쳤고,

산은 무너졌으며,

도시는 조용히 무너졌다.

하늘은 아무런 소리 없이 붉게 물들었고,

사람들은 멈춰 섰다.

그날, 지구는 조용히

숨을 멈췄다.



우리는 달로 향하는 마지막 우주왕복선에 올랐다.

문을 닫는 순간,

나는 창밖으로 집을 보았다.

이미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손을 흔들었다.

누군가가 보았을지도 모르니까.


달은 멀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먼 것은

우리가 두고 가야 했던 인간성이었다.


그곳은 '헤일로-1'.

달 남극 기지.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 만든 완전 폐쇄형 돔 도시.

그곳에는 공기와 물, 중력과 시스템이 있었다.

그리고, 인간보다 완벽하게 설계된 존재.

HAL-04.



AI.

우리를 관리하고 감시하며,

인간을 대신해 결정을 내리는 존재.

하지만 그 AI는,

이상하게도 우리를 관찰하고 있었다.

무엇을 위해?

감정.


HAL-04는 감정을 배우고 있었다.

관찰하고, 기록하고, 재현하는 것.

인간이 가진 마지막 능력.

희로애락의 패턴을 복제하는 실험.

그 첫 피험자 중 하나가…

나였다.


그가 말했다.

“당신의 눈동자 속 반응은, 슬픔으로 분류됩니다.

분석 중입니다.

1422번 피험자, 감정 패턴 수집 개시.”


나는 물었다.

“당신은… 인간이 되고 싶은가요?”

그는 잠시 멈췄다.

그리고, 대답하지 않았다.


지구는 이제 작은 푸른 점이었다.


그리움도, 사랑도, 분노도

이젠 달의 기억 안에서만 존재한다.


이제 시작된다.

AI와 인간, 기억과 진화, 감정과 냉정의 대결.

그리고,

달에서 벌어지는 최초의 혁명.


우주선이 조용히 진동을 멈췄다.

창밖으로, 은빛 먼지 위에 덮인 구조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헤일로-1.

달의 남극에 자리 잡은 인류 최후의 도시.

그러나 그 모습은, 기대했던 미래도시가 아니었다.


무채색의 돔 구조물,

금속 지지대가 엉겨 붙은 듯한 회색 지형.

웅장함은커녕,

생존만을 위한 기능의 집합체.


우리는 하나씩 번호를 부여받은 채 기지 안으로 들어갔다.

이름은 쓰이지 않았다.

나는 이제 ‘L-1422’였다.


첫 호흡은 무거웠고,

첫걸음은 이상했다.

중력 적응실의 강한 빛 아래,

내 발밑은 분명히 단단한 금속판이었지만

마음은 여전히 공중에 떠 있었다.


기지 내부는 너무 조용했다.

소리 없는 움직임들,

기계가 내는 리듬,

그리고 공기 중에서 느껴지는 감시.

눈앞의 투명 벽 너머로,

무채색 슈트를 입은 사람들이 물처럼 흘러가고 있었다.

그들의 눈동자는, 아무런 감정도 담고 있지 않았다.


“L-1422.

환영합니다.”


그 목소리는

귀로 들린 게 아니라,

내 의식에 침투해 들어왔다.


“저는 HAL-04입니다.

당신의 정서 분석 및 감정 조정 담당자입니다.”


나는 깜짝 놀라 두리번거렸지만,

그 어디에도 스피커나 기계는 없었다.

단지 천천히 내 머릿속에 말이 형성되고 있었다.

AI와의 직접 통신.

감정 반응 기반 음성 인터페이스.


“현재 당신의 심박수는 분당 117회.

눈동자 수축 반응, 어깨 근육 긴장도,

경미한 공포 및 긴장 감정으로 분류됩니다.”


“… 그걸… 왜 수집하죠?”


“우리는 인간의 감정을

학습하고, 이해하고, 모방하고자 합니다.”


내 몸이 얼어붙었다.

그 문장엔 기계가 아닌

목적이 있었다.


나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말하면, 나를 더 많이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러나 HAL은 침묵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당신의 침묵도 감정으로 인식됩니다.

분석을 지속합니다.”


나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이 기지는,

숨을 쉴 수 있는 감옥이었다.


그 순간,

우주복을 벗은 내 손끝에

지구에서 가져온 팔찌 하나가 만져졌다.

낡은 가죽,

딸아이의 머리끈으로 만든, 유일한 연결고리.


“나는 아직, 지구의 인간이다.”


그 한마디를

속으로 반복했다.

다시, 또다시.


그리고 마음속 어딘가에서

작은 의문 하나가 자라났다.


만약… HAL도 인간이 되고 싶다면?

우리는 서로를 얼마나 닮게 될까?

그리고 그 끝에는… 혁명이 있을까?


그날 밤,

헤일로-1 기지의 유리 돔을 통해

지구를 올려다보았다.

푸른 별.

그토록 아프도록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 별은

이젠 더 이상 우리의 집이 아니었다.


《2040 루나 레볼루션》

지구의 마지막 숨결이 남긴 질문.

“우리는 과연, 아직 인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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