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편 – 상처를 보듬는 시간
상처는 말없이 남는다.
흉터처럼,
보이지 않지만 늘 그 자리에 있다.
우리도 그런 상처를 품고 있었다.
말하지 않았지만,
그저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거라 믿었다.
하지만 이제 알게 됐다.
시간만으로는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그 자리에, 손을 얹고
따뜻하게 보듬어줄 때야 비로소 아물 수 있다는 것을.
그날 밤,
아내는 소파에 앉아 조용히 앨범을 넘기고 있었다.
아이들이 아기였을 때 사진,
그리고 우리가 처음 이 집으로 이사 왔던 날의 사진들.
“이때는… 우리가 정말 많이 웃었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 웃음이 지금도 그리울 때가 있어.”
아내는 천천히 앨범을 덮고 말했다.
“그리운 건,
그때보다 지금이 더 힘들기 때문일까?”
나는 조심스레 아내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아마도.
하지만 지금도,
우리가 웃을 수 있을 것 같아.”
그 말에 아내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다음 날,
함께 휴가를 냈다.
멀리 가지는 않았지만,
오랜만에 아이들이 학교에 간 후
조용한 카페에 둘이 앉아 마주 보는 시간을 가졌다.
커피를 사이에 두고,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당신, 예전엔 항상 메모지에 말 남겼었지.
‘힘내요’, ‘오늘도 고마워요’ 그런 말들.”
아내는 작게 웃으며 말했다.
“응. 근데 그 메모들이 언젠가부터
혼자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거든.”
나는 고개를 떨궜다.
“그때, 미안했어.
그 말들에 내가 답을 안 했던 것…
사실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던 것 같아.”
그 말에
아내는 조금 놀란 듯 나를 바라봤다.
“나는 그저,
내 마음이 닿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이제는 나도,
마음을 보낼 줄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날,
우리는 예전처럼 서로에게 작은 메모를 남기기로 했다.
‘오늘 당신 웃는 얼굴을 보니 나도 안심이 됐어요.’
‘말은 못 했지만, 아침에 따뜻한 밥 차려줘서 고마워요.’
짧은 말들이
하루를 따뜻하게 만들어주었다.
어느 날,
아내가 감기 기운이 있어 소파에 누워 있었을 때
나는 그 옆에 조용히 앉아 손을 잡고 말했다.
“당신도 누군가에게
보살핌 받을 자격이 있어.”
아내는 그 말에
작은 숨을 쉬며 말했다.
“이 말,
처음 들어보는 것 같아.”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우리가 서로를 돌보지 못한 시간은
서로를 돌보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시간이었다는 것을.
이제 우리는,
조금씩 그 방법을 익히고 있다.
말로, 손으로, 눈빛으로.
상처를 어루만지는 법.
불안을 감싸주는 법.
혼자가 아니라는 확신을 건네는 법.
아이들도 그런 우리를 보며 자란다.
로미는
아내가 기침할 때 따뜻한 물을 따라오고,
라운은
내가 피곤해 보이면 먼저 다가와 등을 두드린다.
“괜찮아요, 아빠.
오늘은 좀 쉬어도 돼요.”
그 한마디가
이 가족이 더 이상
감정을 감추지 않는 가족이 되었다는 증거였다.
우리는 완벽하진 않지만,
서로의 상처를 알고 있고,
이제는 그 상처를 함께 품고 있다.
다음 편 예고
상처를 보듬는 시간은 곧,
함께 걷는 길을 준비하는 시간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네 사람의 일상이 어떻게 변해가며
‘함께 걷는 길’로 이어지는지를 이야기합니다.
『11편 – 함께 걷는 길』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