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편 – 여덟 번째 상담: 아내의 눈물을 처음 보았다
상담실 문이 닫히고,
조용히 마주 앉은 우리는
그날따라 유난히 말이 없었다.
아내는 고개를 숙인 채
손가락을 꼼지락거리고 있었고,
나 역시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조용히 벽에 걸린 시계 소리만 들었다.
상담사가 부드럽게 물었다.
“오늘은, 아내분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볼까요?”
아내는 고개를 끄덕이고
입술을 꼭 다문 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사실은…
나, 이 사람이 너무 무서웠어요.”
그 말에 나는 무심코 눈을 떴다.
‘무섭다’는 단어는
내가 아내에게서 들을 줄 몰랐던 말이었다.
“화낸 적 없잖아…”
내가 중얼거리자 아내는 고개를 저었다.
“무섭다는 게…
크게 소리 질러서 그런 게 아니라,
아무 말도 안 해서요.”
그 말에
내 안에서 무언가가 멈칫하고 멎었다.
“그 침묵이…
내가 혼자인 것 같게 만들었어요.
같은 집에 있지만,
당신은 자꾸 멀어지는 것 같고…”
아내의 눈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말을 안 한다는 건
화를 참는 게 아니라,
함께 있지 않겠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는 걸.
“그럴 때마다,
이 사람 마음속에
나는 없는 건 아닐까,
그게 무서웠어요.”
아내가 그렇게 말하며
처음으로 상담실에서 눈물을 흘렸다.
나는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다,
처음으로 진짜 아내의 마음을 들여다봤다.
그동안 나도 나름대로 힘들었고
버티고 있었지만,
아내는 내 옆에서 조용히,
그러나 아주 깊이 무너지고 있었던 것이다.
상담사는 내게 물었다.
“남편분, 아내의 말에 어떤 마음이 드세요?”
나는 깊은숨을 들이쉬고 말했다.
“... 몰랐어요.
아내가 그렇게까지 외로웠는지.
나만 힘든 줄 알았어요.”
그 말을 하는 순간,
내 목이 메었다.
내가 지켜야 할 사람이
내 곁에서 외로움에 젖어 있었는데도
나는 그걸 보지 못했다.
그날 상담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말없이 아내의 손을 잡았다.
“앞으론 혼자 두지 않을게.”
“혼자라고 느끼지 않도록,
내가 먼저 말 걸게.”
아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눈가에 다시 눈물이 고여 있었지만,
이번엔 슬픔보다는
안도에 가까운 빛이었다.
그날 밤,
나는 아이들이 잠든 후
부엌에서 조용히 설거지를 하던 아내에게 다가가
처음으로 등 뒤에서 안아주었다.
“미안해.
당신이 얼마나 외로웠는지,
이제야 알았어.”
아내는 말없이 내 팔을 꼭 잡았다.
우리는 오래도록 아무 말 없이 그렇게 있었다.
그 품 안에서
나는 결심했다.
내가 지켜야 할 건,
말수가 적은 가장이 아니라,
말을 먼저 건네는 남편이라는 것을.
다음 편 예고
눈물 너머의 진심을 마주한 두 사람.
이제 그들은 말없이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조금씩 배우기 시작합니다.
『10편 – 상처를 보듬는 시간』에서는
그동안 눌러왔던 감정을 함께 꺼내어
안아주는 과정을 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