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감정을 되찾고 싶습니다』

8편 – 나의 상처, 나의 불안

by 라이브러리 파파

“그때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아내의 조용한 질문이었다.
무심코 지나가던 대화 중,
아내는 그 시절 이야기를 꺼냈다.


내가 가장 힘들었던 그 해.
퇴근 후엔 말이 없었고,
주말엔 늘 누워만 있었던 시기.


“그때…
사실은 무서웠어.”

내가 꺼낸 말은
나조차 오랫동안 외면해 왔던 고백이었다.


“무서웠다고?”

“응.
지금이 무너지면
모든 게 다 끝날 것 같아서.
회사도, 가족도, 나 자신도.”


나는 그때,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감정이 있었다.
두려움.


조용히 파고들어 마음을 마비시키는 감정.

아내는 내 말을 조용히 듣고 있었다.

“왜 나에게는 말하지 않았어?”


그녀의 눈빛엔
서운함보다는 안타까움이 담겨 있었다.

“그렇게 아팠는데,
그걸 혼자 끌어안고 있었구나.”


나는 그 순간,
그녀의 말 한마디에
속이 울컥 차올랐다.


“미안해.
당신도 힘들었을 텐데…
내가 내 안의 상처에만 매달려서,
당신을 외롭게 했지.”


아내는 내 손등을 조용히 덮었다.

“당신만 아팠던 건 아니야.
나도 불안했어.

이 사람이 점점 멀어지는 건 아닐까,
내가 무언가 잘못한 걸까…
그런 생각만 계속했어.”


그 순간,
우리 둘 다 눈시울이 붉어졌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의 상처를

각자의 방식으로 숨기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무표정과 침묵으로,
아내는 조심스러운 배려로.

그러다 문득 아내가 말했다.


“사실…
나, 당신이 어느 날 아무 말 없이 떠날까 봐 무서웠어.
혼자서 그렇게 무너지는 걸 지켜만 봐야 할까 봐…”


그 말은
내게 너무 낯설었고,
동시에 너무 미안했다.


그동안 내가 느꼈던 두려움은
결국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잊었기 때문이었다.

“우리,
앞으로는
불안할 때,
상처가 아플 때,
그냥 말하자.”


“조금 못나 보여도,
약해 보여도,
솔직한 게 낫잖아.”


그날 밤,
우리는 이불속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울음을 참던 밤,
아내가 외로움에 엄마 손을 잡고 잠들던 밤.

우리가 감정에 서툴렀던 이유,
불안을 덮는 방법밖에 배우지 못했던 이유.


그 모든 것을,
이제 하나씩 풀어가기로 했다.

아내는 말한다.


“상처를 말할 수 있다는 건
사랑 안에 있다는 뜻이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우리는,
상처를 숨기지 않기로 했다.


불안을 외면하지 않기로 했다.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말할 수 있다면,
그 어떤 불안도 함께 견뎌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다음 편 예고
마음속 가장 깊은 곳의 상처를 마주한 두 사람은,
이제 그 감정을 안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기 시작합니다.
『9편 – 감정의 흐름을 따라』에서는
감정이 가르쳐주는 방향과, 변화의 첫걸음을 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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