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감정을 되찾고 싶습니다』

7편 – 작은 오해가 만든 벽

by 라이브러리 파파

우리는 가끔,
사랑하기 때문에 말하지 않는다.


상처 주기 싫어서, 오해받기 싫어서,
그래서 조용히 참는다.

그런데 그 침묵은
언젠가 벽이 된다.


그날 아침,
나는 커피잔을 들고 식탁에 앉아 있었다.
아내는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었고,
우리 사이엔 짧은 “잘 잤어?” 한마디조차 없었다.

며칠 전부터 아내의 말수가 줄었다.
아이들과는 웃으며 대화하지만,
나와는 필요한 말 외에는 거의 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지?’
나는 스스로 되물었지만,
딱히 떠오르는 잘못이 없었다.


그러다 저녁,
우연히 아이들의 감정 카드 노트를 보다가
로미가 쓴 문장을 보게 되었다.

“오늘은 엄마가 조금 슬퍼 보여서 나도 마음이 무거웠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가슴 어딘가가 쿡 하고 아팠다.

나는 조심스럽게 아내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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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무슨 일 있어?”

아내는 잠시 나를 바라보다,
눈을 피하며 조용히 말했다.
“아니, 그냥… 나만 그런가 봐.”


그 말이 더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나만 그런가 봐.’
그건 누군가의 무관심

앞에서 혼자 느끼는 외로움이었다.

나는 깊이 숨을 들이쉬고,
내 마음속에 남아 있던 작은 기억을 꺼냈다.


“며칠 전 그거…
내가 회식 다녀온 날, 문 열고 들어왔는데
당신이 말없이 눈인사만 하고 방에 들어가서
그때 나도 서운했거든.”


아내는 고개를 숙였다.
그러곤 작게 말했다.

“그날… 나 당신 기다렸어.


아이들 재우고 혼자서 식탁에 앉아…
당신 좋아하는 어묵국 끓여놨는데,
늦는다는 연락도 없어서 그냥 치웠어.”


나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그날 내가 바빴던 건 사실이었지만,
그 무심한 태도 하나가
그녀에게는 ‘나는 중요하지 않구나’라는

감정으로 남았을 거라는 걸
이제야 알았다.

“미안해… 그건 몰랐어.
진짜 몰랐어.
당신이 그렇게 기다리고 있었던 줄…”

그 말을 듣자 아내의 눈가가 붉어졌다.

“그래, 몰랐겠지.
말 안 했으니까… 나도.”

우리 둘은 그 순간,
같은 자리에 있지만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았다는 걸 깨달았다.

사랑은 자주 말해야 한다.


아끼고 있다는 말도,
기다렸다는 말도,
서운하다는 말도.

우리가 쌓은 벽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그 벽은,
작고 단단해서,
말 한마디 없이도 서로를 멀어지게 했다.

그날 밤,
나는 손 편지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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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기다리는 줄도 모르고,

당신이 속상한 줄도 모르고,
내 일에만 빠져 있었던 나에게
화내도 됐고, 실망해도 됐어.
그런데 아무 말도 안 하고
그 마음을 감춘 당신이 더 아팠을 거야.

이제부턴,
당신 마음부터 먼저 보려 할게.


정말 미안하고,
정말 고마워.


아내는 편지를 조용히 읽고,
한참을 가만히 있다가 말했다.

“내가 먼저 말했어야 했는데…
그래도 이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그날 밤,

우리는 말없이 서로의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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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이 닿는 순간,
오해로 쌓인 벽이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다음 편 예고

서로의 마음을 다시 바라보게 된 두 사람.

다음 8편에서는, 부부가 함께 만드는

감정의 흐름 속에서

가족 전체가 어떻게

다시 연결되는지를 그립니다.

『8편 – 함께하는 시간의 소중함』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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