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편 – 열 번째 상담: 사소한 기쁨을 다시 느끼기
"행복이라는 건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라,
아주 사소한 기쁨에서 시작된다는 걸…
요즘 들어 조금씩 느끼고 있어요."
상담실에 앉은 나는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상담사는 조용히 덧붙였다.
"그 사소한 기쁨을 알아차리는 힘이
진짜 회복의 시작이기도 해요."
며칠 전이었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섰을 때,
아이들이 주방에서 뭔가를 만들고 있었다.
작은 케이크였다.
그 위에는 삐뚤빼뚤하게 써진 글자.
‘아빠, 고마워요.’
그 장면이 어찌나 낯설고 따뜻하던지.
나는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꺼내
그 순간을 사진으로 남겼다.
그런데 찍고 나서야 알았다.
아내가 뒤에서 조용히 웃고 있었다는 걸.
“요즘, 당신 얼굴이 좀 달라졌어.”
“어때서?”
“예전엔… 무표정이었거든.”
그 말에 우리는 웃었다.
짧고 소박한 웃음.
하지만 그 순간,
그 웃음 하나가 집 안 전체를 감싸는 기분이었다.
예전엔 이런 기쁨을 그냥 지나쳤다.
좋았다는 감정도, 감사하다는 마음도
그저 속으로만 삼켰다.
하지만 지금은,
“이거 너무 맛있다, 고마워.”
“아빠가 이거 만들어줘서 기분 좋아.”
“이런 저녁, 오랜만에 좋다.”
말로 표현하는 걸 연습하고 있다.
감정은 마음속에만 있으면
시간이 지나 사라지는 것 같다.
표현해야 남고,
표현해야 이어진다.
아내도 달라졌다.
아침마다 아이들 도시락을 싸며
작은 쪽지를 넣는다.
‘오늘도 멋진 하루가 될 거야!’
‘우리 딸, 잘할 수 있어!’
‘아빠가 너무 자랑스러워한단다.’
라운은 그 쪽지를 지갑에 넣어 다닌다며
나에게 보여줬다.
조그만 글씨로 적힌 엄마의 마음.
그걸 꺼내 보여주는 아들의 눈망울은
반짝반짝 빛났다.
어느 날은
아내가 커피 한 잔을 내밀었다.
머그잔에는 웃는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기분이 좋아 보여서.”
그 말 한마디에
나는 하루 종일 어깨가 가벼웠다.
커피 한 잔으로 시작된 작은 기쁨.
그 기쁨은 마음속에서 퍼져
온종일 따뜻하게 나를 감쌌다.
저녁엔 우리가 예전에 자주 듣던 노래를 틀었다.
“이 노래 기억나?”
“기억나지.
우리 첫 여행 가던 날 차 안에서 들었잖아.”
그 음악을 들으며
우리는 아이들과 함께 저녁 준비를 했다.
누군가는 채소를 다듬고,
누군가는 그릇을 닦고.
서툴지만 웃음이 많은 부엌이었다.
그날 밤,
나는 작은 일기를 썼다.
‘오늘의 기쁨 3가지.
아내의 커피
아이들의 도시락 쪽지
다 같이 부른 노래 한 곡’
예전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하루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 하루가 참 고맙고,
다시 느낄 수 있어서 감사했다.
우리는 아직 멀었다.
싸움이 없어진 것도 아니고,
모든 게 해결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우리 안에 아직도 웃을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걸.”
『12편 – 아이들과의 새로운 약속』에서는
아이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회복해 가는지,
그리고 아이들 역시 그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따뜻하고 섬세하게 다룹니다.
가족 전체가 함께 걷기 시작하는
진짜 변화의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