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과학입덕하자》

6편 과학관보다 재밌었던 우리 동네 나무관찰기

by 라이브러리 파파

“아빠, 나무는 어떻게 숨 쉬어?”
아이의 질문은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온다.
이번엔 공원이었다.

산책로 옆, 키 작은 은행나무 앞에 멈춰 선 아이가 말했다.

“그냥 서 있는데도 숨 쉰다고 했잖아.”
나는 어렴풋한 기억을 더듬으며,

“기공이 있어서 그럴 거야”라고 대답했다.

그 순간, 아이의 눈이 반짝였다.
“그럼 숨 쉬는 데가 어디야? 볼 수 있어?”

나는 갑자기 등 뒤에서 과학관 안내판을 찾듯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여긴 과학관이 아니었다.

우리가 서 있는 곳은, 그냥 동네 작은 공원이었고
그 나무는 수백 번 지나쳤던 그 나무였다.


이름을 모르는 나무에게 이름을 붙이다

그날 이후 우리는 매일 같은 시간에 산책을 나갔다.
아이와 나는 나무를 하나하나 관찰하기 시작했다.
줄기의 굵기, 잎의 크기, 열매의 모양, 냄새, 나뭇가지의 퍼짐.
앱을 켜고 사진을 찍어 이름을 확인했다.

“이건 단풍 나무라.”
“이건 느티나무. 여기선 되게 크지?”

아이의 얼굴엔 발견의 즐거움이 담겨 있었다.

어느 날엔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이건 이름 없어. 내가 지을래. 구불구불해서 ‘구불나무’야.”
“이건 꼭 별처럼 생긴 잎이라 ‘별꼭지나무’!”

나는 웃으며 받아 적었다.

그 이름은 과학책에는 없지만,
아이 마음속엔 가장 확실하게 남는 이름이었다.


과학 입덕개념: 나무는 어떻게 숨을 쉴까?

“식물은 잎의 표면에 있는

‘기공(stomata)’이라는 작은 구멍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한다.
동시에 수분도 기공을 통해 증발하며,

이를 증산작용이라 한다.”
– 『식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 교보문고


나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기공은 나뭇잎에 있는 아주 작은 숨구멍이야.
사람처럼 코는 없지만,
그걸로 숨을 쉬고, 물도 내보내고 있어.”

아이의 눈은 진지했다.
“그럼 나무도 땀을 흘려?”
“응. 햇빛이 강할 때 더 많이 흘려.”
“그럼 더울 때는 나무도 힘들겠네.”

짧은 대화였지만,
아이와 나는 나무를 ‘살아 있는 존재’로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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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관보다 우리 동네가 더 과학적이었다

과학관에 가면 멋진 표본과 안내문, 체험 코너가 있다.
하지만 동네 공원엔 살아 있는 ‘지금’이 있었다.
봄엔 새싹이 자라고, 여름엔 잎이 무성하고,
가을엔 낙엽이 바닥을 물들이고, 겨울엔 줄기만 남는다.

그걸 매일 눈으로 보고,
매주 사진으로 남기고,
매달 기록으로 적다 보니
우리는 자연을 과학의 언어로 다시 보게 되었다.


우리 가족의 나무 탐구법

매주 하나의 나무를 정한다

나무 앞에 10분간 멈춰 있는다

냄새, 소리, 그림자, 잎의 움직임을 관찰한다

노트에 그린다 (잎, 줄기, 열매)

앱으로 이름을 확인하고 유래를 알아본다

이름을 한글 이름으로 다시 지어본다

“나무에게 오늘 배운 것”이라는 제목으로 아이가 1줄 일기 작성


이렇게 단순한 반복이
아이에게는 ‘세상을 자세히 보는 눈’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아이의 마지막 말이 오래 남았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던 날,
아이의 손엔 도토리가 한 알 쥐어져 있었다.
“이 나무는 도토리나무야.

근데 도토리는 나무랑 떨어지면 어디로 가?”
“음… 땅에 떨어지고, 뿌리내리면 또 자라겠지.”
아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럼 이건 아직 나무가 되기 전이네. 나무 아기야.”


나는 그 말을 조용히 메모장에 적었다.
과학은 정의가 아니라 관찰에서 시작되고,
관찰은 감탄에서 자란다.
그날 아이의 말이 그걸 가르쳐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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