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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의 남자친구가 나 같았으면 좋겠다는 말은,

그래서 내가 더 멋진 아빠여야 한다는 뜻입니다."

by 라이브러리 파파

딸아이 손을 잡고 걷던 어느 날,
횡단보도 앞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아이가 사랑하게 될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아직은 손바닥만 한 손으로
장난감을 쥐고, 물감으로 꽃을 그리고,
밤마다 책 한 권을 읽어달라고 졸라대는 아이지만

어느 날은 분명히 누군가에게 마음을 줄 것이다.
그리고 그 누군가의 손을 잡고
나에게 인사하러 오겠지.
“아버님, 잘 부탁드립니다.”

그 순간이 왔을 때,
나는 기뻐할 수 있을까, 아니면 걱정할까.

나는 어느 날부터 혼잣말처럼 이런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우리 딸이 사랑하게 되는 사람이
나처럼 말하지 않기를.”

나는 가끔,
피곤하다는 핑계로 말없이 식사를 했고,
딸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는 끄덕였지만
마음은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었다.

그런 날이 지나고 나면
항상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다.
“오늘은 잘 못해줬네.
내일은 꼭 눈을 마주 보고 들어줘야지.”

하지만 하루하루는 늘 바쁘고,
‘내일’은 쉽게 반복되는 ‘오늘’이 되어버렸다.

그런 나에게
딸이 건넨 짧은 한마디.

“아빠는 무뚝뚝해서 웃길 때가 있어.”
그 말에 이상하게도
가슴이 찡하고, 눈가가 젖었다.

무뚝뚝함 속에 숨어 있던 진심은
아이에게 닿지 않았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나는 다시 배우고 있다.
사랑은 말로, 눈빛으로, 손끝으로 전하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
아빠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딸에게 남겨질 첫 번째 ‘사랑의 기억’이라는 것.

그래서 오늘은,
딸에게 먼저 말 걸어보려 한다.

“우리 딸, 오늘은 무슨 일 있었어?”
“아빠가 오늘 진짜 멋진 거 봤는데, 같이 얘기할까?”

나의 오늘이,
미래에 딸이 사랑받는 방식이 되기를.

내가 지금 딸을 대하는 모습이
그 아이가 사랑이 무엇인지 배우는 교과서가 되지 않기를.

나는 바란다.
언젠가 딸이 사랑하는 사람을 소개할 때
그 사람의 말투에서, 행동에서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따뜻함’을 느낄 수 있기를.


마무리 글

딸의 첫 번째 남자,
그리고 평생의 아빠로서.

나는 오늘도
내가 사랑받는 남자이기 이전에,
사랑을 가르치는 남자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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