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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로 Jul 06. 2023

당신이 직장에서 사랑에 빠지게 되는 과학적인 이유

뇌과학으로 풀어본 사내연애

© 2023 Roh.

당신은 하루를 누구와 함께 보내고 있나요?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라면, 우리 인생은 훨씬 수월할 겁니다. 하지만 평소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이들은 대개 절친이나, 형제, 배우자가 아니지요. 우리는 직장에서 동료들과 대부분의 시간을 보냅니다. 직장동료와의 관계는 참 묘합니다. 가깝기도 하지만, 또 한없이 멀 수도 있어요.


누군가와 진정한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200시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직장 내 사람들과 강한 유대감을 느낀다면,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죠. 실제로 통계에 따르면, 10%에서 많게는 20%까지 직장에서 배우자를 만난다고 합니다. 심지어 “오피스 와이프”나 “오피스 허즈번드”란 용어도 낯설지 않습니다. 사내연애 경험이 Covid-19 이후로 그전보다 늘었다는 통계도 있지요.


대부분 일반인은 연간 적어도 약 1680시간 정도를 직장 내 사무실에서 보내게 됩니다. 40% 정도의 직장인은 직장에서 동료에게 데이트 신청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보고하였습니다. 네 명 중 한 명 꼴로 사내연애를 할 용의가 있다고도 응답했습니다. 반면, 이보다 더 많은 직장인들은 사내에서 연애는 하지 않겠다고도 했지요. 그 중 대부분은 사내연애를 비밀로 하기를 원했습니다. 직장에서 누군가와 데이트를 하는 것에 대한 일종의 ‘낙인(stigma)’을 의식한다는 뜻입니다.


직장인이 사내연애를 조심스러워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연애와 일이 함께 얽히는 상황을 우려하기 때문이죠. 직장 내 자리를 잃거나, 일할 때 불편해지거나, 자칫 직업적인 평판에 흠집을 남길까 두려워합니다. 또한 직장 내 불필요한 소문에 휘말리고 싶지 않습니다. 특히 상사와의 관계에서는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진급이나, 급여, 또는 심지어 다른 동료와의 관계에서 불이익을 당할까 염려하기도 합니다.


사랑은 본질적으로 감정입니다. 이 감정의 근원은 역시 우리 뇌이죠. 이 감정은 복잡한 논리적 추론의 결과가 아닙니다. 좋다, 나쁘다의 직관적인 판단인 거죠. 사랑은 생존의 필수품입니다. 물이나 음식과도 같지요. 뇌에서 일어나는 생존과 관련된 결정은 단순하고 빠르게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상술한 모든 위험에도 불구하고, 사내연애는 기어이, 그리고 부지불식간에 일어납니다. 


특히 연애 초기 단계에서는 뇌에 있는 보상회로의 중추인 복측피개영역(Ventral tegmental area)이 활성화됩니다. 목마르거나 배고플 때, 욕구가 충족되는 상태와 같지요. 이때 행복이나 주의력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보상회로를 통해 활성화됩니다. 애정 행동을 유지하고, 상대에게 더욱 집중하도록 합니다. 한편, 강박증상이나 불안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이 감소합니다. 상대에 대한 생각이 침습적으로 반복해서 떠오릅니다. 사소한 단서에 집착하고, 쉽게 불안을 느끼게 되지요. 이 상태에서는 예측이나 합리적인 판단을 돕는 전전두엽의 기능은 상대적으로 감퇴됩니다. 사랑에 눈이 먼다는 옛말은 틀린 말이 아니죠. 한번 싹튼 연애의 감정을 누그러뜨리기란 어렵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사내연애의 여러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인디아나 대학의 인류학자 헨리 피셔 박사는 직장을 연애를 위한 배지(Petri dish)로 비유했습니다. 직장은 자연발생적으로 연애가 일어나기 쉬운 조건을 갖추었다는 뜻입니다. 그 이유를 살펴볼까요? 


1) 가까이 자주 보면 정든다.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을수록 친근해지고, 더 호감을 느끼는 심리적 성향이 있습니다. 이를 근접성 효과 (Proximity effect)라고 합니다. 또한 자주 접할수록 편안해지고, 이는 호감으로 이어지는 경향도 있죠. 이를 심리적 용어로는 단순노출효과 (Mere exposure effect)라고 부릅니다. 모두 대인관계에 공히 적용되는 중요한 원리입니다. 직장은 두 가지 원리에 모두 부합하는 환경입니다. 일상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낼 뿐더러, 공간적으로도 가까이 지내는 대인관계는 직장에서 이루어집니다. 직장에서는 동료와 끊임없이 메시지를 주고받고, 수시로 대화하며, 같이 휴식을 취하기도 하지요. 근무 중에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친밀감이나, 일체감은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관계에 있어서 경계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동료에서 연인으로 미끄러져 들어가기 십상이지요. 양쪽 모두에서 이 선을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적어도 한쪽에서 경계를 넘어선다면, 관계는 급속히 전환될 수 있습니다.


2) 유사성의 원리

우리는 심리적으로 공통점을 가진 상대에게 이끌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서로 닮은 점이 많을수록 오래 지속되는 성공적인 관계를 잘 유지한다고 합니다. 다 1,523쌍의 커플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86%가 비슷한 성격적 특성으로 나타났습니다. 결혼한 커플은 무작위로 선택된 커플보다 유전적으로도 훨씬 더 유사했습니다. 부모가 자신을 닮은 자녀를 양육할 때에도 자연스럽게 적용되는 원리입니다. 공통점이 많을수록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기 쉽고, 관계유지에 소요되는 에너지도 적게 들기 마련입니다. 회사는 본질적으로 회사에 적합한 개인을 직원으로 선발하게 됩니다. 선발과정을 살펴보면, 지원자의 사고방식이나, 가치관, 신념, 관심사 등이 직장문화에 맞는지 파악합니다. 결과적으로 한 직장에 있는 직원들은 마음가짐이나 교육 수준 또는 배경이 서로 비슷할 가능성이 높죠. 또한 직업적으로 공통된 일을 하다 보면, 비슷한 특성을 공유하게 되지요. 서로 호감을 갖기 쉬운 조건이 마련된 셈입니다.  


3) 비밀연애의 즐거움

흔히들 감정에 따라 신체가 반응한다고 이해합니다. 하지만 신체반응에 따라 감정을 알아차리게 될 수도 있습니다. “카필라노(Capilano)의 법칙”이 있습니다. 위험하거나 불안한 상황에서 신체 반응의 변화를 사랑의 감정으로 착각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캐나다의 심리학자는 밴쿠버의 카필라노 강에 있는 출렁다리에서 실험을 했습니다. 출렁다리를 건넌 남성들은 일반다리를 건넌 남성들보다 여성에게 훨씬 더 큰 호감을 보였습니다. 위험한 상황에서는 아드레날린과 도파민 때문에 심장이 두근거리고, 호흡이 가빠지며, 주의를 집중하게 됩니다. 이런 떨림과 흥분을 사랑의 감정으로 오인하기 쉽다는 거죠. 둘만의 비밀을 간직한 사내연애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종의 길티 플레저로 작동합니다. 항상 들킬까 조마조마한 불안을 내재하고 있지요. 그렇기에 비밀스러운 사랑은 특별하게 느껴지고, 밀회의 즐거움은 더 크게 다가옵니다. 위험이 큰 만큼, 그 보상은 더 달콤한 법이지요. 역경을 뚫고 이뤄낸 사랑이라는 성취감도 한몫할 겁니다.


사내연애는 양날의 검입니다. 활력을 얻고, 소통을 원활히 하면서 업무 생산성이 향상될 수도 있고, 동료 간 반목을 낳거나, 이별의 후유증으로 업무 성과가 떨어질 수도 있지요. 특히 서로 간 직급이 다를수록, 난처한 상황이 생길 가능성은 더 높습니다. 사내연애는 두 사람 간 사적인 경험으로만 귀결되지 않습니다. 주변에 있는 모든 동료이 연관될 수 있기에 참 어렵습니다. 비밀연애를 유지한다 해도 말이죠. 


사내연애는 관계에 대한 숙고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어차피 사랑은 어렵습니다. 최신이론에 따르면, 사랑은 끌림, 연결과 공명, 신뢰, 존중 4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합니다. 여느 영화의 대사와는 달리, 사랑은 계속 변하지요. 하지만 꾸준히 노력한다면 모양은 바뀌더라도 사랑을 지켜낼 수 있습니다. 끌림은 어찌할 수 없다고 해도, 소통하고, 믿음을 쌓고, 서로를 존중하는 일은 온전히 노력의 영역입니다. 우리는 뇌의 반응에 따르지만, 뇌를 지배하는 것 역시 우리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참고문헌)

Hall, J. A. (2019). How many hours does it take to make a friend? Journal of Social and Personal Relationships, 36(4), 1278–1296. https://doi.org/10.1177/0265407518761225


Tobore TO (2020) Towards a Comprehensive Theory of Love: The Quadruple Theory. Front. Psychol. 11:862. doi: 10.3389/fpsyg.2020.0086


Helen E Fisher, Arthur Aron, and Lucy L Brown, Romantic love: a mammalian brain system for mate choice Philos Trans R Soc Lond B Biol Sci. 2006 Dec 29; 361(1476): 2173–2186.


Cacioppo, S. (2022). Wired For Love: A Neuroscientist’s Journey Through Romance, Loss and the Essence of Human Connection. Hachette UK.


* SBS 프리미엄 기고.


https://youtu.be/jBVIHMmqu6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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