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이제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집을 지키는 도구로 도어록을 사용한다. 힘들게 열쇠를 가지고 다니며 열쇠를 꺼내 문을 열어야 하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강력한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열쇠를 가지고 다닌다는 것은 불편하다. 항상 소지해야 하고, 어쩌다 열쇠를 분실이라도 하는 경우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문 밖에서 발을 동동거리며 마음 졸여야 한다. 도어록은 그 모든 불편함을 일거에 없애버린 편리한 문명의 이기이다.
필요한 것은 오직 기억력뿐이다. 0에서 9까지 수를 이용해 보통 4자리의 숫자로 이루어진 암호를 설정하고 기억하기면 하면 된다. 암호를 까먹지만 않으면 그저 누르기만 하면 문이 열린다. 물론 주의해야 할 점이 있기는 하다. 함부로 남에게 도어록의 4자리 암호를 알려주면 안 된다는 것이다. 4자리의 도어록 암호만 알면 누구나 집에 들어올 수 있다. 자칫 방심하면 암호가 암호가 아닌 경우도 경험하게 된다.
그런데 그 무엇보다 짚어봐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점으로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한 가지가 있다. 도어록의 암호도 흔히들 말하는 암호라는 것. 무슨 말인고 하니 머리로 기억해야 하는 그 지긋지긋한 암호들 중 하나에 도어록의 암호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사람이 기억해야만 하는 그 많은 암호들. 암호신드롬이라는 현상을 만들어낸 그 암호들 중 하나에 도어록의 암호도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다른 암호유출로 인한 사고의 위험과 동일하게 도어록 암호도 유출로 인한 위험에 포함되게 된다. 설사 도어록 자체 암호를 타인에게 누출하지 않았다고 해도 마찬가지이다. 도어록 암호를 설정한 집주인의 온라인 정보들이 유출되었다면 말이다.
새삼 강조하지만 사람들은 그 많은 암호들을 모두 다르게 만들어 사용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솔직히 까놓고 표현하면 그렇게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사람은 익숙하지 않은 정보를 이용해 완전히 새로운 암호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는 존재이다. 기억하고 떠올리기 어려운 암호는 만들어 사용하기를 꺼리는 존재. 인간의 뇌는 그렇게 진화했다. 따라서 익숙한 정보들을 조합하여 만든 암호들 몇 개를 돌려가며 사용하게 된다. 그리고 그 사용영역에 도어록도 포함된다.
어디선가 인터넷에서 해커에 의한 암호대입공격 등으로 인한 암호유출 사고가 발생하면 부랴부랴 타 인터넷 사이트(쇼핑몰, 게임사, 온라인금융 등)에 대한 암호를 교체하라는 안내를 받게 된다. 그리고 익히 알다시피 그 안내 대상에 도어록은 없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안전한지 스스로에게 질문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 집 도어록 암호가 내가 혹은 가족이 사용하고 있는 기존의 인터넷 암호 중 일부를 차용해서 설정되어 있는지 아닌지를.
이제는 지금의 도어록 체계가 정말 안전한 것인지, 혹시 다른 암호체계로 진화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때가 되었다. 그리고 명심해야 한다. 우리 집의 도어록 암호도 기존 암호유출사고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않음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