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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미각이 몰라야 하는 사실들

진미를 찾지 마세요.

by 오호라

제비는 제비이고 칼새는 칼새인데

칼새의 타액으로 지어진 둥지는

식탁에 올라올 때 제비집이라 불린다


제비도 집도 죄다 틀린 사실로 범벅인데

그게 그거지 알 게 뭐냐 모르는 체해도

둥지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당신은 분명 알 것이다


칼새는 일생의 대부분을 하늘에서 보내는 새

달이 지구를 한 바퀴 돌 동안

칼새는 종지 그릇만 한 하나의 둥지를 짓는다

사람은 그것을 허물어 비싼 값에 팔아먹는다


사라진 둥지 앞에 망연해질 시간조차 없었을

칼새는 별 수 없이 한 번 더 둥지를 짓는다

또 허물어지면 다시 짓는다

산란을 앞둔 칼새에게 여지는 없다

타액이 나오지 않아 피를 토할 때까지

밤낮의 사투 끝에 지어진 붉은 둥지마저

시장에 팔릴 것을 모른 채


어미도 알도 알 바 아니고

귀한 빈 둥지가 식탁에 오른다


죽어간 새가 끝끝내 굳혀낸 타액의 육하원칙 따위

당신은 모르는 체

진미珍味라 한다

여지없었던 절망을 고급요리라 이름 붙인다

둥지에 붙은 가격은 목숨의 값


알면 진미를 맛볼 수 없어서

알기를 포기하는 당신

알을 포기당한 칼새의 타액이 입 안에 진득하게 스며들 때 당신은 황홀하려나

절망과 키스하는 줄도 모른 채

미각은 무지하다


칼새가 품지 못했던 집 잃은 알들은

뱃속에 칼이 되어 칼새가 되는지도 모른다




사진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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