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호라 Jan 12. 2024

갈매기의 죄

갈매기가 홀로 서있다

목에는 납으로 된 추를 달고


소리를 지르지도 않는다


날개를 퍼덕거리자

목에 달린 추가 좌우로 대롱거렸다


투명한 실이 더욱 죄어올 것이었다

보지 못한 것이 죄 올 것이었다


뒤뚱거리는 갈매기 옆에서 투명한 실을 드리우는 이들

나는 흘겨보았으나 그들은 나를 보지 못했다

갈매기를 보라고 말하지 못했다

그들에게 보지 못한 것이 죄가 되지 않는다

나에게는 죄가 되어 오고 있었다


그들이 보는 것은 바늘 끝뿐이어서

실은 다시 팽팽해질 것이었다


나의 시선은 그들의 실보다 잘 끊겼다

내뱉지 못한 말은 다친 갈매기만큼 존재감이 없다

지나쳐버린 구름들마저 납처럼 무거워 보인다


투명한 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죄어올 것이다

놓친 것들을 만날 때마다 왜 마음은 죄 오는가

보는 것이 죄여서 평생 묶이는 신세가 되었다



*지난여름 산문으로 썼던 주제를 시로 다시 써보았다.

외면하고 있었던, 이제는 외면할 수 없는 장면들 (brunch.co.kr)

매거진의 이전글 제목이 없는 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