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든은 나이지리아 출신의 툰지를 교관으로 배정했다. 그와 간단히 인사한 뒤 학교 건물 1층에 있는 시뮬레이터실로 향했다. 시뮬레이터는 실제 비행기의 조종석과 똑같이 만든 공간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공항과 날씨, 비행기 부품 고장 여부 등 자유롭게 조건을 설정해 훈련할 수 있다. 학교에 따라서 시뮬레이터 없이 바로 비행 훈련을 시키는 곳도 있다고 들었다.
프레스카 141 시뮬레이터
비행은 무엇보다 기동 절차에 빨리 익숙해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시뮬레이터를 먼저 타는 것이 안전성이나 교육 효율 면에서 더 좋다고 생각한다. 처음 비행 훈련을 받게 되면 빠른 속도와 기압차에 당황하게 된다. ‘툭 치면 훅’ 하고 내뱉던 체크리스트마저 새까맣게 까먹을 정도로 혼란스럽다. 세스나와 같은 경비행기는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첫 비행에서 심한 멀미를 할 수 있다. 나는 ‘머릿속이 하얗게 변한다’는 표현을 실감했다. 실제로 비행을 하면 지상에 있을 때 보다 인지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하니 시뮬레이터를 통해 몸으로 충분히 기동절차를 익힌 뒤 실제 비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툰지와 첫 시뮬레이터 훈련 때 러더가 내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아 일직선으로 가야 할 비행기가 갈지자로 움직이는 바람에 진땀을 흘렸다. 러더는 비행기 수직꼬리날개에 있는 가동부분을 조종하는 방향키 페달이다.
러더
: 비행기 수직 꼬리날개에 있는 가동 부분을 조종하는 방향키 페달
양발을 위에 올려놓고 조작하는데 어찌나 민감하던지 어느 한쪽으로 조금이라도 힘을 더 주게 되면 방향이 금세 틀어져버렸다.
left turning tendency
: 프로펠러의 물리적 특성으로 인해 비행기가 왼쪽으로 가려는 경향
기본적으로 left turning tendency(프로펠러의 물리적 특성으로 인해 비행기가 왼쪽으로 가려는 경향) 때문에 오른쪽 러더에 좀 더 힘을 주면서 양쪽의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데 그게 좀처럼 쉽지 않았다. 게다가 자동차 운전하던 습관 탓인지 방향 전환할 때마다 러더 대신 자동차 핸들처럼 생긴 요크를 좌우로 움직여 한동안 애를 먹었다. 또 왼손은 요크에, 오른손은 스로틀(비행기의 엔진 동력을 조절하는 레버)을 늘 잡고 있어야 하는데 두 손으로 요크를 잡아 툰지에게 지적을 많이 받았다.
스로틀 (throttle)
: 비행기의 엔진 동력을 조절하는 레버
프레스카 141 시뮬레이터 내부
요즘은 비행 교육을 준비 중인 사람이거나 이른바 ‘덕후’라 불리는 마니아들이 이 시뮬레이터와 흡사한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기기를 구입해 집에서 많이들 즐겨한다. 실제 비행기의 부품과 흡사해 비행에 익숙해지기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