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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도봉봉 Oct 01. 2024

엄마, 엄마 완전 나락 갔어!

초4에게 배우는 주목받는 글쓰기



"엄마! 엄마 완전 나락 갔어!! 조회수 봐봐! 완전 바닥이야!"



자기 전 브런치에 들어가 습관처럼 조회수를 눌러봤는데, 옆에 같이 누워서 몰래 보던 아들이 조회수 그래프를 곁눈질로 보고 다급히 외쳤다.



오늘 날짜 조회수 그래프



"나락이라고? 엄마는 괜찮은데? ㅋㅋ"

"아~ 엄마, 유명해지려면 이러면 안 되지. 글을 좀 재미있게 써야 빵빵 터질 거 아냐."

"아, 그래? 그럼 어떻게 써야 빵빵 터지는 건데? 너가 좀 알려줘봐 봐."

"아니, 어그로를 끌어야지. 유머러스하고. 어? 딱! 빵! 터지게? 못 해?"

"그니까, 그걸 어떻게 하냐고. 알려달라니까? 야, 그리고 재미있는 일이 있어야 빵 터지는 글을 쓰지. 너가 빵 터지는 일 좀 만들어 와 봐. 그걸로 어그로 좀 끌게."

"내가? 음..?"

"어. 너가 엘베에서 똥이나 오줌이라도 싸 봐. 그럼 엄마가 그걸로 글 적어볼게."

"헐. 엄마가 직접 싸지 그래? 엄마가 글 쓰는데, 똥 쌀 거면 엄마가 직접 싸고 글을 써야지. 이런 걸 아들한테 시키냐?"

"너가 학교에서 똥 싸봐. '4학년 아들이 학교에서 똥 쌌다고 연락받은 썰' 이런 거 얼마나 빵 터지겠냐?"

"엄마. 엄마가 복직해서 직접 똥을 싸봐. 학교에서, 선생님이 똥 싼 게 더 대박이지. 안 그래?"




ㅋㅋㅋ

아들에게 주목받는 글쓰기와 자기주도적 삶의 태도에 대해 배웠다.

알았다. 아들.

글을 싸든 똥을 싸든 내 갈길은 내가 알아서 찾아볼게.





새 글을 올린지 수일이 지나고, 브런치에서 아무짓도 안 하고 가만히 있으면 조회수도 가만히 있는다.

남들은 '다음 메인 노출로 몇 만뷰 찍었습니다' 하는 글을 쓰던데 나는 그 반대로 조회수가 땅바닥에 들러붙은 것으로 글을 쓴다. 이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어떻게 선택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딘가 노출되어 엄청난 조회수를 알리는 알람이 올 때 하루종일 느껴지는 도파민은 황홀하긴 하다. 구름 위에 붕 떠있는 상태로 하루를 지낼 수 있다. 그러다가 곧, 폭발한 조회수를 놓치기 싫어 '다음 글은 어떤 자극을 때려 넣어 이보다 더 맵고 짠 글을 써낼 것인가'하며 다음을 생각하게 된다. 눈에 불을 켜고 남들이 좋아할 만한 글 소재를 찾는다. 클릭을 이끌어내는 자극적인 제목을 어떻게 지을 것인가 고민한다. 더 웃긴 짤을 찾아 돌아다닌다.


어디서 돈 나오는 것도 아닌데 조회수 그게 뭐라고 이렇게 휘둘리다니. 언젠가 봤던 글쓰기 책에 '이 글쓰기 책을 집어 들어 여기까지 읽은 당신은, 이미 관종입니다.' 하는 문구가 있었다. 글쓰기를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어쩔 수 없이 남의 관심과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인정하기 싫지만 나도 어쩔 수 없는 관심종자라는 것을 깨닫고는 얼굴이 잠시 화끈거렸다. 브런치에서는 남의 관심이 자꾸 수치화되어 나타나니 무시하려고 해도 신경이 쓰인다.


예전에 제주도에서 열기구를 타러 간 적이 있었다. 터키 카파도키아 여행 책자에 나오는 열기구처럼, 그걸 타고 자유롭게 둥둥 제주도 하늘 위를 날다가 다시 오는 줄 알았다. 매표소 밑에 가서 보니 열기구가 엄청나게 단단한 로프로 묶여 있었다. 둥둥 떠 댕기는 것이 아니라 그냥 묶여있는 채로 하늘 위로 올라갔다가 살짝 움직이고 내려오는 것이었다.

바람도 탈 줄 모르는데, 땅에 묶여있지 않고 하늘만 떠다니다가는 어디로 불시착할지 모르는 일이다. 내가 있을 곳에 제대로 정확히 내려와야 하니까, 땅에 묶여있기로 했다. 남의 관심만 계속 끌다가 진짜로 나락으로 가버린 여러 유튜버들과 유명인들을 보면서, 다시 '조용히 사는 것이 답이다'는 것을 마음에 새겨본다. 이제는 갑작스러운 노출로 조회수가 미친 듯이 올라갔을 때의 다음 글은 좀 조용한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굳이 대비할 필요가 없을지도. 누가 메인에 올려준대? ㅋㅋ) 나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주목받는' 글쓰기가 아니라 '주목받지 않는' 글쓰기이다.


땅바닥에 딱 붙어서 눈알만 요리조리 굴리면서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 꼼짝않고 가만히 있으면 하루에 몇 명이나 오나, 보초서는 것도 꽤나 흥미롭다.

제목만 보고 클릭하고 소리 없이 나가는 사람보다, 내 글을 찬찬히 읽고 대화를 걸어주는 사람들이 소중하다. 친구처럼 눈에 익은 몇몇 작가님들이 더 좋다.



나락도 락(樂)이란다.

떡락도, 바지락도, 꼼지락도, 심지어 도어락도 락이란다.


조회수가 나락이라도, 나는 좋다.

아무도 찾지 않는 조용한 브런치에서, 꽁냥꿍냥 혼자 놀아도 재미있다.





아직 글로 돈은 못 버니까, 돈 욕심은 없고.

아무도 나를 몰라도 되니까, 글이나 잘 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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