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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하늘 Mar 22. 2023

지나고 보면 아름다운 것들

Looking back to the days, 

한 아이가 걸음마를 배울 때, 으레 거치는 과정이 있다.

바로 수없이 넘어지고 일어서는 과정. 

수없이 넘어지고 일어서는 과정에서 아이는 울기도 하고, 다치기도 한다. 이 과정 속에서 아이는 행복감을 느끼기보단 고통과 어려움을 느낀다. 하지만 그 과정을 수없이 반복한 결과, 어떻게 한 발짝을 떼야 걸음을 이어나갈 수 있는지 스스로 체득하게 된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많은 박수와 사랑을 받으며, 지난 노력의 과정에 대해 기쁨과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살아간다는 것 역시 어쩌면 이러한 과정의 반복이 아닐까.

우리의 삶도 어느순간 흙구덩이에 빠졌을 땐, 그 상황에 대해 당혹스러움과 짜증부터 느낀다. 그리고는 '내가 왜 이런 상황에 처했지?', '나에게 어쩌다 이런 시련이 찾아왔지?' 라고 생각한다. 나만 그런 것 같지만, 돌아보면 모두가 그런 생각을 한다. 어느 누구도, 일생 동안 승승장구하는 삶만 살게 되진 않는다. 


하지만 흙구덩이에 파묻힌 그 순간만큼은 어느 누구보다 내 삶이 가장 처량하게 느껴진다. 내 삶의 행복은 이제 여기서 끝인 듯 하고, 깊은 절망 속에 더욱 파묻힌다. 그래서 깊은 절망을 경험한 사람일수록, 다른 이의 슬픔과 아픔을 진하게 이해할 수 있다. 그 구덩이에 한번 빠져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순간들은 다 지나간다. 흙구덩이에 빠진 나를 붙잡고 일으켜주는 사람들, 그리고 곁에 있어주는 사람들을 통해 그 순간들을 지나오게 된다. 누군가는 이 과정에서 신의 도움을 빌리기도 하고, 사주에 기대 자신의 운명을 점쳐본다. 그리고 비로소 그 구덩이 속에서 나를 일으켜 세운 순간, 어려움을 극복해낸 자신을 마주한다. 마치 걸음마를 스스로 해낸 아이처럼, 안도감과 기쁨, 그리고 감사함을 느낀다. 그리곤 잘 이겨낸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나는 한 때 삶을 경주마처럼 지치지 않고 살아갔던 적이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하면 언제나 다음 목표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다음 스텝을 향해 달려가는 게 으레 당연한 일로 여겨졌었다. 어쩔 때는 다음 목표가 없는 내 자신을 마주하기가 불편해, 끝없이 새로운 것을 찾아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인생에서 큰 고비 한 순간 한 순간을 지나오며 남은 생각은, 또 다른 목표가 아닌 감사함 뿐이었다. 


나의 온 계절을 함께 해주는 이들, 그리고 잠시나마 내 인생에 머물렀던 그 누군가에 대한 감사함만이 내 인생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그들에 대한 마음은 이 순간에 멈춰선 듯 나를 현재에 머무르게 해주었다. 다음을 향해 나아갈 목표가 아닌, 지금 이 순간을 채울 감사함으로 말이다. 만일 이런 순간에 누군가 나에게 신에 대한 존재를 묻는다면, 나는 오히려 내 삶의 힘든 순간보다는 감사한 순간에 신의 존재를 긍정하게 될 것이다. 나를 그 구덩이에서 건져준 감사함을 신에게도 돌릴테니 말이다.


그래서 지나고 보면 인생의 모든 순간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내 삶에 다시 주어질 시간이 아니기에 그렇다. 설령 비슷한 상황이 주어진대도, 앞으로의 계절은 이미 지나온 계절과 같을 수 없다. 앞으로의 시간은 또 그 순간 나와 함께한 사람들, 그리고 그 계절만의 기억들로 가득 차 고유한 색으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삶은 짧지만, 추억은 그 힘이 길다. 그렇기에 앞으로의 남은 계절을 함께 할 나의 주변 사람들에게, 더없이 예쁜 팔레트가 되어줄 수 있도록 한 겹 한 겹 소중한 붓칠을 해보는 건 어떨까. 성큼 찾아온 봄이 설레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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