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 법적 근로 시간은 8시간인데 왜 저는 10시간을 초과해서 일하나요
우연히도 2024년 5월 1일, 노동절인 오늘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는 현재는 감사히도 출퇴근이 자유로운 (출근 시간도 자유롭지만 퇴근 시간도 회사맘대로 자유로운) 외국계 기업에 다니고 있다.
4가지의 조직, 3개의 회사를 경험하면서 노동절에 공식적으로 쉬는 회사? 지금 회사가 처음이다.
첫째, 언론인은 노동자가 아니라서(?)
둘째, 프로페셔널은 노동자가 아니라서(?)
엄연히 '노동자'의 사전적 정의는 '노동력을 제공하고 얻은 임금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사람'인데,
언론인은 노동자가 아니고 프로페셔널은 노동자가 아니라는 개념은 어디서 왔는 지 모르겠지만 지금 생각해도 독특한 논리는(?) 맞는 것 같다.
(물론, 요즘도 대부분의 언론사는 노동절을 쉬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생각해보면 첫 직장의 추억이자 아찔함은 출퇴근 시간이었다.
설레고 떨리고 긴장되는 마음으로 첫 출근을 한 어느 해 겨울,
첫 출근 날 부서 부장님이 말했다.
회사 출근 시간은 8시지만 너희는 신입이니 7시 30분부터 출근해.
보통 부장급 이상은 7시 45분부터 출근하니까
사실 젊.꼰의 반열에 들어선 지금은 저 말도 꽤나 친절한 전달이었다. 무조건 해가 아니라 왠만하면 7시반까지 오고 7시 45분을 넘기지는 말아라 였으니까.
다만 20대 초반의 필자는 "왜 출근시간은 8시이며, 왜 신입은 7시 30분까지 출근해야하는가"라고 생각하면서도 찍- 소리 못하고 7시 30분 출근을 했다.
헤어메이크업을 하고 출근해야 했던 직업적 업무 특성상 매일 나의 기상 시간은 5시에서 5시 30분.
그래도 처음에는 마냥 기뻤다. 취업을 했으니까. 꿈에 그리던 언론인에 한 발짝 다가선 느낌이었으니까.
(오래 가진 못한 기쁨이었지만)
근로계약서를 쓰던 날도 '8시 출근 18시 퇴근이면 10시간 근무이기에 계약서 상(?) 점심시간은 2시간이다'라는 말도 기억에 남는다. (초초초신입일때는 점심시간을 지켜본 적도 별로 없는 것 같지만)
초초초신입은 마치 미생의 장그래처럼 바짝 얼어서 그저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해 성실함을 보이는 것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1N년차를 넘어선 지금, 젊.꼰으로서 나의 생각은.
원칙적으로(?) 아니 사람의 심리상(?) 일찍 나와 있는 신입이 예뻐보이긴 한다.
그치만 1시간을 일찍 나오나 45분을 일찍 나오나 30분을 일찍 나오나 제 몫은 해내는,
1인분은 해내는 신입이 훠어어어얼씬 예쁘다.
적어도 0.7인분 하면서 1인분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신입.
더이상 그저 '성실의 시대'는 지난 것 같다. 비록 10시간 이상 회사에 매여 있어야 했던, 회식이 있는 날이면 부서장을 15시간 이상 만나야 했지만, 그땐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지만.
근무시간도 길고, 일도 기깔나게 하면서, 아무 불만도 없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
하지만 사람은 로봇이 아니다.
체력의 한계도 있고 집중력의 한계도 분명히 온다.
자,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이냐. 계속 한시간 일찍 출근을 해야하느냐? 아니면 출근 초반부터 일을 기깔나게 할 수 있느냐?
이제는 닳고 닳아버린 90년대생 직장인은 말하고 싶다.
초반 3개월만 (직장에 따라 6개월만) 바짝 버티자
신입이기에 어쩔 수 없이 '성실함'으로만 평가받는 시기는 분명히 있다. 부정할 수 없다.
내가 1인분의 몫을 해낼 때까지, 혹은 나의 특출난 기술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기본은 하고 그 다음 나의 주장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적다 보니 정말 지극히 젊.꼰의 표본처럼 된 것 같지만 사회생활은 '초두효과'가 생각보다 크다.
'처음 제시된 정보 또는 인상이 나중에 제시된 정보보다 기억에 더 큰 영향을 끼치는 현상'이라는 초두현상
처음 박힌 인상을 나중에 가서 뒤집기란 굉장히 어렵다. 반대로 말하면 처음에 만들어진 인상이 정 반대로 뒤집히기도 어렵다는 이야기다.
아, 물론 모두가 엉덩이가 무거워야 할 필요도, 근로시간으로 성실을 증명할 필요도 없다. 처음부터 나는 포지션을 '일은 제대로 하는 넌씨눈이 되겠다'하면 처음부터 딱 끊고 퇴근하기를 권한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안전한 시나리오를 원한다면 적어도 3개월에서 6개월은 '저는 뺀질이가 아닙니다' 라는 포지션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고 하고 MZ에 많은 상사들이 당황한다고 하지만 초반에 그들이 요구하는 룰을 따르는 것이 꼭 지는 것은 아니다. 더 장기적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