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계발을 독려하는 매체는 참 많다. 책은 물론이거니와 유튜브에서도 ‘4시 30분에 일어나면 생기는 변화’, ‘서울대 의대생의 공부법’ 등의 영상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 영상을 보다 보면 일명 현타가 찾아온다.
나는 오늘도 11시에 일어났는데.. 하루 종일 핸드폰만 봤는데..
그러고 나면 아주 큰 결심을 하게 되는데, ‘나도 오늘부터 4시 30분에 일어나야겠다’ 거나, 유튜브 어플을 삭제하고 공부에 매진하기로 마음먹는다.
역시 선조들의 지혜란.. 작심삼일이라는 말은 나를 위해 만들어진 말 같다. 크롬으로 유튜브에 접속해서 뒹굴 거리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있노라면 일전에 왔던 현타는 현타도 아니었다. 그렇게 열심히 사는 이들과 나를 비교하니 나 자신이 참 한심하게 느껴지고 초라해진다.
한 번은 크게 무력감이 찾아왔다. 그런데 막상 그 우울감에서 날 꺼내 준 건 넷플릭스였다. 난 평소에 넷플릭스를 잘 보지 않는다.
나도 모르게 퇴근하면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주로 운동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글을 썼다. 그러고 나면 스스로 위안을 얻는다. '나 지금 헛된 시간을 보내지 않고 있어. 잘하고 있어.’라고.
그러나 회사의 부속품처럼 살아가는 느낌, 무엇 하나 내세울 것 없는 취미들.. 그렇게 반복되는 일상이 지겨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톱니바퀴처럼 굴러야만 한다는 것이 나를 힘들게 했다.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넷플릭스를 봤다. 하이틴 영화만 네 편은 본 것 같다. 그렇게 일주일이 흘렀을까, 거짓말처럼 무력감이 사라졌다.
내가 한심하다고 생각하던 많은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돈벌이가 되고 누군가의 마음을 치유해준다. 설령 그것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일일지라도, 그것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이 한심해질지라도, '조금 한심해지면 어때’라고 내려놓고 나니 나를 더 사랑할 수 있었다. 전에는 그런 것들을 하면서도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조바심에 마음이 불편했다. 그러나 이제는 온전히 그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좀 안 하면 어떠한가. 자기 계발 같은 거 안 해도 나는 나고 나는 그런 나를 사랑해야 한다. 그리고 또 모른다. 누군가와 카톡으로 수다 떠는 시간이 그와의 유대를 더 돈독하게 할지도. 넷플릭스 시즌1 몰아보기가 영어 듣기에 도움이 될지도. 인스타그램을 하다가 새로운 기회가 찾아올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