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조급해하지 않아도 돼

가장 듣고 싶은 말

by 실비아
조급해하지 않아도 괜찮아. 난 널 믿어.
그 말이 제일 듣고 싶어.

회사의 동갑내기 여직원과 점심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던 중이었다. 적극적인 성격에 러 외부 활동을 하고 있던 그녀는, 일반 직장인들보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더 많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연을 찾는 건 쉽지 않은 것 같다고, 작은 한숨 쉬며 나에게 말했.


회사를 다니면서 대학원 수업도 들을 뿐 아니라 스쿠버다이빙과 골프를 취미 삼아 배우던 그녀는, 내 주변의 그 누구보다 삶을 즐겁게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지금처럼 삶을 즐기고 싶은 마음 절반,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안정되고 싶은 마음이 절반이란다.

고민 가득한 그녀의 표정을 보고 나처럼 주변의 결혼 압박에 시달리고 있구나.. 하고 지레짐작해 버렸다.

그래서 고개를 끄덕이고는 "나이가 들어가는데 왜 결혼할 생각은 안 하고 놀러 다니냐고 구박 많이 하시지? 나도 그 마음 알아.." 라며 공감과 위로를 건넸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그녀의 대답.

"아냐, 오히려 우리 부모님은 너무 서두르지 말라고 하셔. 네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결혼은 그때 해도 늦지 않고, 혹시 못 만나면 어떠냐고. 지금처럼 연애하며 재밌게 지내면 되지 않냐고."


응? 그럼 뭐가 고민인 거야?

의아한 표정으로 묻는 나에게 그녀 말했다.

"짧은 만남만 이어지다 보니 내가 결혼도 못하고 혼자 살면 어쩌나 불안해. 마음 한편으로는 빨리 좋은 사람 만나 안정된 삶을 살고 싶은데, 이젠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어.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어."


그녀의 부모님이 해 주신 말들은 결혼의 ㄱ자만 들어도 질식할 것 같은 압박감을 느끼던 내가 가장 듣고 싶어 하던 말이었다. 잠시, 그분들이 우리 부모님이었으면.. 하는 마음이 스쳐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비슷한 고민과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구나..라는 생각에 쓴웃음이 났다.




시대가 달라졌고 당당하게 비혼 주의를 표명하는 사람들도 많이 늘어났다. 경제적 능력을 가진 남녀들이 싱글라이프를 즐기며 살아가는 건 상당히 멋있어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비혼 주의자가 아닌 다만 '미혼' 상태일 뿐인 우리는, 여전히 사회의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시선에 맞서야 한다.


집에서 매일 부모님에게, 혹은 일 년에 두 번 있는 명절마다 친척들에게, 또는 그냥 오지랖이 넓은 친구, 동료, 상사 등 주변인들로부터 걱정과 위로를 가장한 압박은 지속될 것이다. 우리가 미혼에서 기혼으로 포지션을 변경하는 그날까지.


그래도, 주변의 단 한 명이라도 이와 같이 말해준다면 큰 힘이 될 것 같다.


결혼이란 건 네가 행복하려고 하는 거니 너무 조급해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앞으로 만날 수많은 인연 중에
분명 너의 인연이 있을 거라고.

지금 하는 걱정과 불안이 눈 녹듯이 사라지는 그런 시기가 반드시 올 거라고.

그리고 나중에 술 한잔 하며
"지금 생각하면 별일 아닌데 그땐 왜 그렇게 불안했는지 모르겠어"라고 웃으며 이야기할 날이 올 거라고.

나는, 너를 믿는다고.


오늘도 스스로에게, 그리고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수많은 우리에게 위로와 격려의 말을 건넨다.


아직 너의 시간이 오지 않은 것뿐이야.

그러니 괜찮아, 조급해하지 않아도 돼.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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