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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비아 May 08. 2021

헤드헌터를 통해 이직할 때 반드시 알아야 할 것

회사에서 일하고 있으면 간혹 핸드폰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온다. 전화를 받으면 열에 여덟은 다음과 같은 대답이 들려온다. "안녕하세요. 헤드헌터 xxx입니다. 잠시 통화 가능하신가요?"

월등히 뛰어난 후보자여서, 혹은 눈에 띄는 경력을 가져서는 아니다. 그저 이직을 위해 취업사이트에 업데이트했던 이력서가, 자신이 찾는 후보자의 조건에 조금이라도 맞는 사람을 찾던 헤드헌터의 눈에 띄었을 뿐이다. 


업무에 치이고 회사에 지쳐, 때려치우고 싶다는 생각을 백번쯤 하고 있을 때 걸려오는 헤드헌터의 전화는 마치 전쟁터에서 만난 우군같이 느껴진다. 이 회사에서 나를 벗어나게 해 줄 동아줄을 던져주는 고마운 이다.

그러나 그 동아줄이 튼튼한지 혹은 썩은 동아줄인지 알아보고 판단하는 것은 오롯이 후보자인 나의 몫이다.




헤드헌터를 통해 이직하는 것은, 마치 부동산중개소를 통해 살 집을 구하는 것과 같다. 헤드헌터는 회사와 지원자를 연결해주고 거래가 성사되면 수수료를 받는 중개자일 뿐, 그 이상의 책임은 지지 않는다. 그들의 역할은 수수료를 받는 순간 이미 끝났기 때문이다.


집을 살 때 부동산 중개업자의 말만 믿고 계약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집을 직접 방문해서 둘러보고, 가격도 비교해보고, 교통편도 꼼꼼히 확인할 것이다. 그런데 절반 이상을 보내는 사를 선택할 때는 그렇게 꼼꼼히 살펴보는 경우가 드물다. 헤드헌터가 이야기하는 긍정적인 말만 믿고 이직을 했다가 낭패를 보는 이유다.


간혹 소개하는 회사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도 갖추지 않은 헤드헌터들도 있다. 이들은 지원자가 회사에 대해 물어보면 비슷한 레퍼토리로 대답을 한다. 분위기가 매우 좋다, 야근이 없고 칼퇴한다, 연봉이 업계 최상위권이다, 상사의 인품이 훌륭하다 등. 그 회사를 다녀봤을 리가 만무한데, 그런 얘기를 자신 있게 늘어놓으면 지원자는 혹할 수밖에 없다.

그러 이직 후에 땅을 치고 후회하지 않으려면, 헤드헌터들의 사탕처럼 달콤한 말에는 잠시 귀를 닫고 그들이 주는 모든 정보에 대해 팩트 체크를 해야 한다.




지금은 잡플래닛이나 블라인드 등 회사 평가 사이트가 많아 대략적인 회사의 분위기를 파악하기는 어렵지 않다. 하지만 사바사, 부바부란 말이 있듯이 함께 일하는 사람에 따라, 부서에 따라 업무 강도나 부서 분위기 등은 같은 회사 내에서도 크게 차이가 난다. 그렇기에 가능하면 지원 회사에서도 나와 비슷한 업무나 같은 부서에 있는 사람의 평가를 참고해야 한다.


이직을 고려중인 지인 중 한 명은, 회사 평가 사이트에서 본인의 직군에 해당하는 글들만 참고하고 평점 3.0 이하를 받는 회사는 고려 대상에서 제외시킨다. 히 블라인드의 평점을 더 신뢰하는 편인데, 익명성을 전제로 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더 솔직하게 점수를 매길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후에 그는 블라인드나 링크드인에서 해당 회사의 비슷한 업무를 하는 사람들을 찾아 쪽지를 보낸다. 민감한 질문은 피하되, 필요한 정보에 대해 정중하게 문의한다. 평균적으로 세 명중 한두 명은 답장을 보내준다고 한다. 그렇게 여러 차례 검증을 마치면 그때서야 지원서를 제출한다. 그는 나에게, 헤드헌터의 이야기 중 팩트 체크가 가능한 부분 외에는 절대 믿지 말라고 했다.


여러 차례의 이직을 경험하면서 진심으로 지원자를 돕기 위해 노력하는 고마운 헤드헌터도 만나봤고, 거짓말을 일삼는 헤드헌터도 만나봤다. 경력직에게 있어 헤드헌터는 더 나은 회사로 옮겨갈 수 있게 다리를 놔주는 중요한 사람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그 결과는 온전히 나의 몫이며 그 누구도 책임져주지 않는다. 이직을 결정하기 전 지원하려는 회사에 대해 충분히 파악을 하고 대비를 했을 때, 후회도 최소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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