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님의 글은 비상업적 목적이라 하더라도 온라인 공간에 공유하는 경우 저작권 침해에 해당되기에 글을 올리면 안된다고 하네요. 그래서 필사글 대부분을 삭제하였습니다. 함께 나누면 좋은데 너무 아쉽네요. 하지만 저작권은 소중하니까요. 책을 사서 보시기를 권유드립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문을 포함한 미발표 시, 정원에서 나무를 키우며 쓴 일기 등을 모은 <빛과 실>은 책의 통일성은 없으나 작가의 다양한 글을 짧게나마 만날 수 있는 종합 선물 세트 같은 책이었습니다. 수상 강연문은 소설을 쓰게 된 동기와 과정들을 곁에서 조곤조곤 말해주는 것 같아 너무 좋았고, 시도 일기도 편안했습니다. 그동안 작가님의 써왔던 무거운 메시지를 담은 것도 아니고, 기승전결과 인과 관계를 짜임새 있게 보여주지 않아도 되는 비소설류의 글이라 그런지 더 친근하게 다가오더라고요.
책은 다음과 같은 시로 시작합니다.
작가님이 여덟 살에 종이를 접어 만든 자신만의 시집에 몽당연필로 꾹꾹 눌러쓴 시입니다.
사랑이란 어디 있을까?
(...)
1979. 4.
그리고 오십이 넘어 이런 시를 썼습니다.
더 살아낸 뒤
한강
어렸을 때부터 남달랐던 글솜씨를 보여주었던 한강 작가님은 '쓰는 사람'이 되었다고 고백했습니다. 아마 쓰지 않고는 못 배기는 사람이 되었겠지요. '더 살아낸 뒤' 시도 참 멋있습니다. 인생을 글쓰기로 꽉 껴안아 보았고, 글쓰기로 사람들을 아주 깊고 진하게 만났으며, 글쓰기로 충분히 살아냈다는 표현은 작가로서 자신의 삶을 반추할 때 최고의 셀프 칭찬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화가가 그림을 남겨주어 후세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해주듯이, 글을 쓰는 작가는 명작을 남겨주어 우리는 사고의 깊이와 넓이를 확장해 나갈 수 있도록 돕습니다. 창작의 매체가 무엇이건 간에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것은 참으로 숭고한 일입니다.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창작에 임하는 모든 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함을 전합니다. 다양한 창작물을 통해 이 세계를 다채롭고 아름답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열 살 때 썼던 일기장에서 창작시를 발견했습니다. 감히 한강 작가님의 어린 시절 글에 견주려고 한 것은 아닙니다. '그 여덟 살 아이가 사용한 단어 몇 개가 지금의 나와 연결되어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라는 글의 의미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음을 말하고 싶은 것뿐입니다. 미술 교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글쓰기를 멈추지 못하는 이유를 열 살의 제 글에서 찾았습니다. 저는 쓰지 않고는 못 배기는 사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