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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아트 Oct 27. 2024

여러분은 인생 그림이 있으신가요?

에필로그_브런치북 연재를 마치며

누군가 여러분에게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무엇인가요?"라고 묻는다면 여러분은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답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럼, 질문을 바꿔볼게요.


"여러분이 가장 좋아하는 그림은 무엇인가요?"


물론 이 질문에 바로 답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앞의 질문에 비해서는 한참 고민해야 하는 분이 더 많을 거로 생각합니다. 어쩌면 그림은 어렴풋이 떠오르지만, 제목을 모르는 경우도 있을 거예요. 그림은 늘 음악에 비해 대중과 멀어져 어려운 것, 다가가기 힘든 것, 고차원적인 것, 말하는 순간 자신의 지식이 드러날까 봐 입을 다물게 되는 그런 것에 더 가까운 것이지 않나 합니다. 이미지가 넘쳐나는 시대이고, 우리는 매일 눈을 통해 시각적인 요소를 해석하며 살고 있지만 그림은 미술관에 가서 돈을 내야 보는 것으로 생각하는 분이 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너무 확대해서 생각하는 것 아냐?, 조사를 해보기나 했어?"라고 딴지를 걸어주신다면 저는 오히려 더 반가울 것 같습니다. 사실은 주변 사람을 만나 느낀 심증이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통계를 내 본 것은 아니니 제 추측이 틀리기를 바랄 뿐입니다.


  하지만 전 여기에서 미술 교사로서 책임감을 느낍니다. 초중고에 걸쳐 '미술'이라는 교과가 존재하는 데 아이들 마음속에 그림 하나를 남겨주지 못하게 된다면 이보다 슬픈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미술 시간 다양한 그림을 보여주는 감상 교육이 있고, 미술 교과서에서도 풍부한 그림 자료가 나옵니다. 그럼, 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글의 막바지에 부끄러운 자기 고백을 하고자 합니다. 


  미술 교과가 지필평가 시험 문제를 내던 시절 어떤 분들은 미술사를 가르치지 않으셨어요. 이론을 가르칠 시간도 부족하고, 방대한 내용에 비해 아이들은 관심이 없고 재미없어한다는 이유였지요. 하지만 저는 학창 시절 한국미술사와 서양미술사의 흐름은 꼭 한번 알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학기별로 나눠 둘 다를 가르쳤습니다. 공교육의 미술 교육은 표현도 물론 중요하지만, 작품 감상을 통해 아름다움, 행복, 사랑, 전쟁, 죽음 등 다양한 주제의 감정을 간접경험 하고 심미안을 키우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이렇게 감상 수업에 대해 관심이 많고, 수업을 잘하고 싶은 교사였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수업의 내용이 저의 욕심을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미술사에 등장하는 화가의 그림은 학생에게 전달해야 할 지식에 지나지 않았고, 저조차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림을 바라보지 못했었지요. 그림에 대해 어느 정도 정답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했으며, '교과서 집필자, 평론가의 의견을 충실하고 재미있게 전달하자'가 목표였습니다.  


  이런 제가 명화 하브루타를 만나고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림이 저에게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눈과 귀를 열고 있었음에도 들리지 않던 이야기가 보이기 시작했던 거예요. 그동안 제가 했던 감상 교육이 학생들에게 얼마나 무미 건조하게 느껴졌을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 나름으로는 미대를 나와 그림 좀 볼 줄 안다고 생각한 사람이었는데 저의 시선은 학습되었으며 순수하지 못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질문을 만드는 것이 자연스러워지면서 그림 감상뿐만 아니라 다른 창작물,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일들을 바라보는 저의 눈이 함께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굳었던 머리가 말랑말랑해지고 열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현상에 대한 질문이 먼저 떠올랐고, 그 질문에 대해 스스로 답하면서 생각이 유연해짐을 느꼈습니다. 그러면서 행복해졌습니다. 


  하브루타의 시작은 탈무드를 교재로 한 유대인의 전통적인 교육방식입니다. 하지만, 이 교육방식이 한국의 주입식 교육과 경쟁 중심의 교육에 문제점을 느낀 전성수 교수에 의해 도입되면서 국내의 하브루타 교육은 한국의 실정과 교육 현장에 맞게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미술교과만 예를 들더라도 감상 수업 이외의 발상과 표현 수업에서도 하브루타를 통한 질문의 힘을 적용해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미술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정답이 없는 유일한 교과이며 정답이 없어야 하니까요.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이 교사라면 수업에, 학부모라면 자녀 교육에, 학생이라면 자신의 사고력 향상에 명화 하브루타를 적극 활용해 보시기를 추천해 드립니다. 텍스트 위주의 다른 하브루타처럼 글을 읽어야 하는 부담은 없으면서 상상력과 창의력, 논리력 등을 끌어낼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시대가 좋아져 명화 이미지를 무료로 공개하는 미술관 사이트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원화를 직접 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감상이겠으나,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원화에 가까운 디지털 이미지를 쉽게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림 감상을 통한 힐링, 마음의 위로, 생각의 확장 등 좋은 말을 굳이 나열하고 설득하지 않더라도 그림 감상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놀이가 되어 좋아하는 화가, 좋아하는 그림 하나쯤은 마음에 품을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질문해 봅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인생 그림이 있으신가요?"

"그 그림은 언제 여러분의 마음속에 들어왔나요?"



* 부록 


< 명화 하브루타 추천 미술 작품 목록 >




* 부록 


 < 명화 하브루타 질문 만들기 연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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