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서 나의 권리를 누리고 숨 쉬며 살 수 있는 것이 이렇게 고마운 것이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는 길고 긴 하룻밤이었습니다.
사계절이 온전히 주어지는 이 땅에 사는 것이 얼마나 행운이고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봄이면 제가 좋아하는 연둣빛 새싹을 볼 수 있고, 연분홍 꽃그늘 아래에서 꽃비를 맞으며 웃을 수 있지요.
여름이면 다양한 초록 계열의 싱그러움 속에서 생명력을 느끼며 힘이 넘치고요.
가을이면 노란색, 붉은색, 갈색의 낙엽들 속에서 얼마 남지 않은 화려함의 절정을 만끽하지요. 노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번지는 그라데이션의 아름다움은 생생함 그대로 박제하고 싶어집니다.
겨울이면 황량함과 스산함 속에서 다가오는 봄을 준비하는 생명들의 작은 속삭임을 듣습니다. 흰 눈이 오는 날이면 마법의 흰 가루를 선물 받은 듯 설렙니다. 교통 걱정은 그다음이고요.
사계절이 저마다 보여주는 자연의 색은 너무 아름답습니다.
감히 물감이 흉내 낼 수 없는, 신이 내려준 선물이지요.
그 색의 촉촉함과 생생함이란 우리가 알고 있는 어떤 색깔의 명칭과 매칭하기 어렵습니다.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 놓은 색의 대표성을 띨 뿐 실제 자연의 색과는 너무 다른 거죠.
< 봄 배색 >
< 여름 배색 >
< 가을 배색 >
< 겨울 배색 >
우리는 이렇게 다양하고 아름다운 사계절의 색 속에서 살고 있음에도 주변을 둘러보면 도로에 지나가는 차의 색깔도 학교에 가는 학생들의 옷에서도 검정과 회색으로 이루어진 무채색들만 눈에 띕니다. 세계 어디에서도 우리나라처럼 이렇게 무채색 계열의 옷을 많이 입는 나라는 없다고 하니, 무엇이 문제일까요?
고려청자, 색동저고리, 색색깔의 천을 엮어 만든 조각보까지 색의 다양함을 간직해 온 우리의 색 문화가 일상생활에서도 다시 꽃 피우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