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의 근원을 찾아서, 서신3
미찡아,
순간순간 나를 웃게 만드는 것들은. 생각보다 많아
글이 잘 써졌을 때, 친구와 맛집을 부수러 갔을 때. 가족들과의 소소한 대화. 특히 엄마가 발음을 잘 못하는데
캡처를 자꾸 케첩이라고 해서 발음 교정을 시켜주며 한참 웃었단다.
커피가 맛있었을 때. 신나는 음악이 나올 때. 혼자서 코노가서 열창할 때.
잠실 종합운동장을 갔을 때. 그리고 내가 응원하는 야구팀이 이겼을 때. 한강 여의도 공원에서 울려 퍼지는 10cm 권정열의 아메리카노 열창을 추억할 때.
새벽 기상에 성공하고 전람회와 동물원의 노래를 bgm으로 책을 읽을 때. 요즘 안 느끼한 산문집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작가의 글이 너무 웃겨서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오곤 한단다. 아, 통장으로 기대 안 했던 돈이 입금되었다는 알람을 봐도 웃음이 나와. 비록 빠르게 내 품을 벗어나 자동이체될 돈이지만,
무엇보다 가장 빠른 속도로 즉각적으로 나를 웃게 만드는 건,
우리 집 고양이. 누미 찡 너 란다.
반짝거리는 눈동자와, 가늘고 길게 뻗어있는 콧수염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쫑긋한 귀와 박자를 맞추듯 절대음감 인양 격렬하게 흔드는 꼬리.
그리고 나를 향해 길게 뻗어 보이는 꼬신 내 나는 분홍 발바닥, 궁디팡팡 해달라고 하늘로 치솟는 엉덩이를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오늘도 츄르 값을 벌기 위해 열심히 일해야 하겠다는 경건한 사명감과 함께 므흣한 스마일 이모티콘으로 변하는 내 얼굴을 거울로 만날 수 있단다.
근데 누미찡.
왜 맨날 사진을 이렇게 똥셀카로 찍는 이유가 뭐니
멋있는 네 모습을 자랑하고 싶지만,
현실은 게슴츠레 눈빛에
사는게 귀찮은 인생 다 산 고양이구나.
쩝,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