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무엇일까?
어릴 적부터 던졌던 질문이다. 작은 아이가 물으면 어른들은 진지하게 답해주지 않는 질문, 그렇지만 아이는 지우지 못하고 마음속에 고이 간직할 수밖에 없다. 사회가 이야기하는 ‘어른’이 된 후에도 여전히 명확한 답을 내릴 수는 없었다. 하지만 사랑을 담아낸 수많은 서사가 있고 이제는 어렴풋하게 느낄 수 있다. 그렇게 비로소 타인의 사랑으로 답변을 써 내려간다.
7인의 화가, 그들의 삶과 작품을 통해 ‘사랑’이 무엇인지 살펴볼 수 있다. 그리고 여기, 정반대의 양상으로 인연을 맺어간 두 화가가 있다. ‘라파엘로 산치오’와 ‘에드바르 뭉크’, 사랑에 대한 그들의 대비적 양상은 사랑의 낭만과 고통을 극단적으로 느끼게 한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 사람을 사랑한 라파엘로와 과거의 인연이 떠나며 상처만을 간직할 수밖에 없었던 뭉크. 결국에는 마르게리타의 배우자로 남을 수 없었던 라파엘로의 생애를 생각하면 두 화가의 사랑은 다른 듯하면서도 같다고 할 수 있다. 라파엘로와 마르게리타는 외부 요인으로 사랑을 이어 나갈 수 없었다면, 뭉크와 그의 연인들은 스스로 사랑을 이어가지 않기를 택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1. 사랑이란 기적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적적인 일인지 항상 생각한다. 내가 상대를 사랑함과 동시에 상대도 나를 사랑해 주어야 한다. 또한, 그 관계를 이어가고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는 두 사람의 마음 크기는 엇비슷해야 하니, 이 확률을 기적이 아닌 무언가로 칭할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라파엘로와 마르게리타의 사랑은 기적이 아닐 리 없다. 12년간 지켜온 사랑에는 숭고함이란 형용사를 붙여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그 사랑이 권력이란 힘 아래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추기경의 조카딸’, 때로는 법이 아니더라도 행동을 제한하는 힘이 존재한다. 사회가 만들어낸 지위와 그에 따르는 권력, 그것에 순응해야 본인이 속한 사회에 ‘존재’할 수 있다. 이러한 눈에 보이지 않는 굴레와 법칙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만남을 이어온 라파엘로와 마르게리타의 마음을 바로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2. 사랑에 뒤따르는 약속
그러한 두 사람의 사랑을 읽어 내려가면서 숭고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의아했던 점은 결혼이라는 제도의 지배력이다. 결혼, 혼인은 부부라는 이름으로 묶이는 일종의 계약이라고 할 수 있다. 부부의 의무가 생기고 이에 대한 책임이 뒤따른다. 이것을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 많은 사람이 원하고 있다는 점이 의아하다. 근본적으로 사랑이 무엇인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 사람에게 평생을 바친다는 개념 자체를 이해할 수 없었다.
마르게리타는 라파엘로와 평생 감정을 나누었으면서도 법적 권리를 포함하여 그 책임을 소유할 수 없었다. 중대한 사안을 일말의 감정도 없는 상대와 약속해야 한다는 사실이 무책임하게 보인다. 모순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라파엘로와 마르게리타의 혼인이 이루어지지 않은 이야기를 읽으면서 ‘사랑’은 결혼이란 제도하에 묶이면서까지 서로의 평생을 책임지고, 그 모든 것을 감당할 마음임을 알 수 있었다.
3. 감정의 무게
니 손이 차서 맘이 차서 커피가 다 식어버려
우리 같이 시킨 건데 왜 어째서 내가 든 커피만 따뜻해
- 커피 - UL, Limkim
UL, Limkim의 노래인 커피의 가사 중 커피의 온도를 사랑에 비유한 부분이 있다. 이러한 가사처럼 함께 시작한 사랑은 반드시 함께 끝나지는 않는다. 사람들에게 사랑은 저마다의 온도와 무게를 가진 것일까?
뭉크가 꽤 무거운 마음으로 대한 사랑이 가벼운 태도로 다뤄지며 그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한 사람에게 평생을 바치고자 하는 마음도 있다면 뭉크의 사랑을 통해 그렇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저마다 사랑에 대한 무게감이 다를 수 있다. 사랑을 대하는 태도는 차이 나기 마련이다. 뭉크의 사랑을 읽어 내리며 자연스럽게 정리할 수 있는 답변이었다.
화가들의 사랑을 읽으며 ‘사랑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변을 정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사랑이 회화로 표현될 수 있음에 놀라웠다. 상대를 만나 화풍이 바뀌고 이별 후 그림의 주제가 달라진다. ‘명화 속 사랑의 색채’를 확인할 수 있다.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의 적절한 답변이라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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