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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크어버드 Aug 17. 2020

안녕하세요, '론리플래닛'입니다

오픈한 지 5개월째인 2017년 11월의 어느 날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햇살 따뜻한 오후였는데 맛있게 점심도 먹었겠다 노곤해져 한숨 자고 있던 중이었다. 잠결에 처음 보는 번호가 떠서 받을까 말까 고민하던 중 전화벨이 끊겼다. 혹시라도 손님일까 해서 인터넷에 전화번호를 검색했는데 보는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론리플래닛?! 전화번호가 론리플래닛이네?”
“그게 뭔데 오빠?”
“아, 여기 전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여행 잡지사야! 외국에서만 발간하는 줄 알았는데 한국지사가 있네? 뭐지 뭐지?”
“대박! 얼른 다시 전화해봐.”
 
당시 살던 집이 유독 전화가 안 터져 급한 마음에 속옷 차림으로 머리만 창문에 내밀고 우스운 자세로 통화를 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부재중 전화가 와있어서 다시 전화드렸어요.”
“아, 안녕하세요? 혹시 강원도에 있는 OO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신가요?”
“네. 맞습니다.”
“저희는 론리플래닛이란 여행잡지사인데 인터뷰 요청을 드리고 싶어서 전화드렸어요.”
“네? 저희를요?! 혹시 다른 곳이랑 헷갈리신 건 아니죠? 저희는 그냥 자그마한 곳이거든요.. OO 게스트하우스가 맞는 거죠?”

“네 맞아요 ^^ 저희가 2018 평창올림픽 전에 강원도 로드트립 기사를 기획 중인데 인터넷에서 우연히 보고 공간이 예뻐 촬영하고 싶어 연락드렸어요.”
“와, 평소에 잘 알고 있던 곳인데 너무 신기하네요. 혹시 인터뷰 날짜나 내용을 미리 여쭤봐도 될까요?”
“물론이죠. 내용은 그냥 편하게 가게와 사장님들 소개해 주시면 되고요, 시간은 1~2시간 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 평창올림픽 기획 부록 편에 나올 예정이고 주제가 렌터카 여행이에요. 시간은 혹시 내일도 괜찮으시겠어요?”
“네, 내일은 마침 휴무일이라 언제든 방문하셔도 됩니다.”
“아, 그렇군요. 그럼 내일 오전 11시 전후로 방문드릴게요.”
“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세상에! 론리플래닛이라니! 론리플래닛은 전 세계 배낭여행자들에게 가장 많이 읽히는 가이드북의 대명사로 한국보다 외국에서 그 인지도가 높다. 한국에선 광범위하게 읽히는 여행 가이드북은 아니지만 이런 유명한 곳에서 우리 같이 평범한 소상공인을 인터뷰하겠다는 섭외 전화가 오니 그 사실만으로도 놀랄만한 일이었다. 잡지에 소개되어 매출이 증가하는 어떤 마케팅 효과를 기대하기보단 론리플래닛 같은 곳에 나오는 장소는 어떻게 선정되어 소개되는지 늘 궁금했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우리가 소개된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했다.


뭔 호들갑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에겐 인생에서 어떤 상징적인 하나의 사건 같은 일이었다. 비록 평창올림픽 개막에 맞춘 특별기획 부록 편에 짧게 나오는 거였지만 평소 좋아하던 곳이라 그런지 그 설레는 기분을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다른 TV 프로그램 같은 경우 업주가 광고비를 지급하면 그에 대한 대가로 상업적 촬영을 해주는 경우가 많은데 론리플래닛 같은 경우는 그렇지 않고 잡지 기획 의도에 맞는 곳을 섭외해서 취재한다는 것도 우리가 추구하는 무언의 가치와 의도를 알아준 것 같아 기분 좋은 일이었다.


다음날 전화 주신 에디터님과 사진작가님 그리고 편집장님이 한 팀으로 카페에 방문하셨다. 우리가 서울에서 강원도까지 오게 된 사연과 가게 공사와 조식 이야기까지 다양한 스토리에 전문가의 손길이 닿은 사진을 담고 가셨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에겐 굉장히 의미 있는 날이었고 완성된 기사와 잡지는 출간되는 대로 우편으로 보내주셨다. 두서없이 이야기했던 내용도 잘 정리해서 멋지게 작성해 주셨는데 사진까지 예쁘게 담겨 완성된 기사는 가게 한쪽에 전시해두곤 했다.



론리플래닛 매거진 기사 원문 (출처: 론리플래닛)

가끔 돌아보면 강원도로 떠났던 2017년은 우리에게 여러모로 운이 많이 따랐던 해 같다. 론리플래닛에 기사가 실린 후 매출이 급격히 늘었다거나 하는 드라마틱한 일이 생기진 않았지만, 이런 이벤트 자체가 우리에겐 더욱 값진 일이었다. 이 밖에 강원도에서 공간을 운영하는 동안 론리플래닛을 포함해 몇 번의 인터뷰 촬영과 공간 대여를 했었다. 


한 번은 유튜브로 방영되는 인도네시아 드라마 촬영을 했었는데 이 역시 유선으로 섭외 전화가 왔었다. 카페 물품과 공간을 몇 시간 사용하는 조건으로 공간을 대여해드렸고 그에 대한 사용료를 50만 원 지급받았다. 이때 느낀 점이 개성 있게 잘 꾸며 놓은 공간은 추가적인 수익이 가능한 훌륭한 선물이라는 점이었다. 요새는 ‘스페이스 클라우드’ 같은 플랫폼 회사에서 짧은 단위의 공간 대여를 중개해주는 방법도 있으니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남는 시간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다만, 아직까진 사용자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지방 소도시의 경우는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점은 참고하자.


이밖에 우리는 블로거와 잡지사의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면 최대한 성실하게 답변해 드리곤 했는데 그런 작은 기사들이 중요한 홍보 수단이 되어 결과적으로 사업에 큰 도움이 됐다. 물론 가장 좋은 홍보는 깨끗하고 친절한 서비스와 입소문이겠지만 온라인 시대인 만큼 이런 다양한 매체들을 잘 활용하면 별도의 홍보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훌륭한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기회는 확실히 도전하는 젊은 사람들에게 더욱 많이 열려있는 것 같다! 공간 자체가 주는 매력도 있지만 그 공간을 완성시키는 건 결국 그 선택을 한 사람들의 이야기니까.

 


https://lonelyplanet.co.kr/magazine/articles/AI_00001519#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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