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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소리_8-2_일본_다자이후

축소지향

by 하얀돌

일본은 왜 축소지향의 나라가 되었나? 섬나라이기 때문인가? 세계의 많은 섬나라들이 모두 축소지향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가? 영국이나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가 축소지향이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벼농사 문화를 보유한 도래인들이 일본 열도를 개척해나가던 시절만해도 축소지향보다는 미지의 영토를 향한 확대지향의 세계관이 더욱 적절했다고 할 것이다. 세계의 역사나 문화 속에서 축소지향이라는 흐름은 당연히 소수적이며 예외적인 현상이다.


일본은 1938년 4월 1일 국가총동원법을 공표하였으며, 이를 통해 자원의 강제동원을 가능하게 하는 전시동원체제를 수립하게 된다. 이는 국가의 모든 구성요소들이 총력전 수행을 위한 수단이 되는 결과를 만들게 된다. 이런 현상이 일본에만 국한되었던 것은 아니며, 대혁명 당시의 프랑스, 크림전쟁 당시의 러시아, 양차대전 당시 유럽의 많은 국가들도 총동원령을 공표한 사례가 있다. 다만 일본에 있어서는 오랜 역사의 흐름 속에서 누누히 이어지던 총동원체제의 묵시적 분위기가 법령이라는 수단으로 공식화되었던 순간이라는 점이 특이하다할 것이다


百濟之名, 絶于今日, 丘墓之所, 豈能復往


일본의 사서에서는 말하고 있다. "주류성이 함락되었다. 어찌할 수 없게 되었다. 백제의 이름이 오늘로서 끊어졌다. 조상의 묘소가 있는 곳을 어찌 다시 갈 수 있겠는가. 다만 대례성으로 가서 장군들과 만나 일을 논의할 수밖에 없다" 백제 유민들은 본 거주지를 잃고, 자신의 친척들이 살고있던 이차 거주지이자 자연 진지이자 보루이자 바다라는 거대한 해자를 두른 성으로 후퇴 하게된다.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적들은 언제든지 물을 건너 이 곳으로 쳐들어올 수 있다. 적들은 우수한 무기와 풍부한 물자를 갖추고 있다. 적들은 우리보다 더 많은 병력을 가진 대군이다. 적들은 우리의 씨를 말리려들 것이다. 우리에게는 외부에서 도와줄 원군도 없다. 우리에게는 달리 도망갈 곳도 없다. 우리는 이제 백제와 왜라는 이름을 버리고 고향에서 보아 해가 뜨던 곳이니 일본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가지게 될 것이다. 우리는 죽음을 각오한 농성전에 들어간다.


큐슈에 방어대본영 다자이후를 세우고 쓰시마에서 이키를 거쳐 큐슈와 세토나이카이를 따라 산성을 세워라 봉화를 올려라. 나라의 모든 사람들은 전쟁에 대비하라. 나라의 모든 사람들은 똘똘 뭉쳐야 하며 어떠한 사적 분란도 용납되지 않는다. 모든 자들은 명령에 복종해야하고 낙오는 용서되지 않는다. 개인은 무리를 위해 일해야 한다. 나라의 결의에 저항하는 자는 제거되어야 한다. 무기는 항상 예리해야 한다. 칼의 예리함을 보려면 길 가는 자의 팔을 잘라도 좋다.


장기간의 농성전을 위해서는 일사분란할 것, 군중을 통제할 것, 자원을 통제할 것, 지역을 통제할 것, 불필요한 것들을 버릴 것, 필요한 것들을 최소화 할 것, 분리하여 최소한의 공간에 맞출 것, 군장에 쑤셔넣을 것, 많이 먹지말 것, 장렬히 전사를 각오할 것.


탈출구 없는 오지에서의 강렬한 경험은 오래 이어진다. 필요는 결과를 낳으니,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하도록 구역이 쪼개지고, 갈라진 구역을 통제할 장수들이 등장하고, 칼 쓸줄아는 자들이 길러지고, 무사들의 막부는 점차 고무된다. 결과는 다시 새로운 필요와 결합하며 강화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강화는 더욱 강화된다


#인문 #역사 #철학 #우리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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