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강호의 고수들

만주

by 하얀돌

2008년 만주원류고를 처음으로 한글 완역하고 책으로 펴낸 사람은 청주지검의 사무국장으로 근무하다 검찰이사관으로 퇴직한 장진근씨이다. 두 번째로 번역서를 묶은 사람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감사원에서 과장으로 근무하던 남주성씨이다. 흠정만주원류고는 청나라 황제의 명령으로 집필되었으며, 만주의 거의 모든 것에 대한 정리를 포함하고 있어 한민족의 역사 해석에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어떤 식으로든 밀접하게 연관될 수 밖에 없는 역사서이다.


만주원류고의 내용 전체를 번역하고 책으로 출간한 사람은 흥미롭게도 한국의 수 많은 대학에서 봉직하고 있는 역사학자가 아니었다. 우리 역사에 대한 피땀 흘리는 연구와 노력이 경향 각지, 각계각층을 가리지 않고 이뤄지고 있음이며, 강단의 역할이 무엇인가 묻게 되는 지점이다


건륭42년(서기 1777년) 건륭제는 칙령을 내려 만주의 연혁, 근원, 지명 등에 대하여 상세히 조사하여 책으로 만들도록 지시하였다. 청나라 지배계급들이 뻗어 나온 자신들의 출신지에 대한 당연한 관심의 발로였다.


칙명을 받은 대학사 아계(阿桂) 등 43명의 학자들이 책의 편찬에 참가하였고, 약 1년간의 작업을 거쳐 건륭43년(서기 1778년) "흠정만주원류고"라는 20권의 책을 완성하였다. 책의 제목에 "황제가 직접 썼다"는 뜻을 가진 흠정(欽定)이란 글자가 들어가는 것은, 책의 제작을 지시한 것이 황제이고 학자들이 초고를 완성할 때마다 내용을 미리 위로 올려 황제가 읽어보고 수정할 수 있게 하였기 때문이다.


책은 총20권으로, 부족, 강역, 산천, 국속 등 4개 부문으로 되어 있다. 부족(部族)은 권1부터 권7까지로, 숙신, 부여, 읍루, 삼한, 물길, 백제, 신라, 말갈, 발해, 완안, 건주 등 여러 부족의 흥망성쇠에 대하여 기록하였다. 강역(疆域)은 권8부터 권13까지로 숙신부터 원나라에 이르기까지 여러 부족의 도시와 촌락에 대하여 역사서에 기록된 사료를 바탕으로 고증하였다. 산천(山川)은 권14부터 권15까지로, 각종 지리지에 기록된 것을 근거로 유명한 산과 강에 대하여 기록하였다. 국속(國俗)은 권16부터 권20까지로, 만주족 및 그 선대의 습속, 제사, 물산, 음식 등에 대하여 기록하였다.


만주원류고에는 특이하게도 고조선, 고구려, 거란의 내용이 완전히 빠져 있다. 이러한 이유로 어떤 사람들은 만주원류고의 위상을 폄하하고, 사료적 가치를 무시하려고 한다. 어떤 내용이 빠져 있다고 해서 존재하는 많은 다른 내용이 모두 거짓이라고 할 수는 없다. 만주원류고에는 어떤 의도와 목적에 따라 고구려 관련 내용이 완전히 빠져 있을 뿐이지, 만주에 고구려라는 실체가 없었다는 식의 언급이 된 것이 전혀 아니다.


만주를 다루는 책에서 고구려가 없다는 점은 매우 흥미로우며 오히려 그 배경에 대한 질문이 던져져야 할 것이다. 고구려에 대한 서술이 어떠한 부담과 혼란을 주는 것이기에, 만주라면 도저히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고구려를 내용에서 제외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인가


어떤 경우에도 완벽한 역사서는 없다. 저자의 입장, 목적, 의도, 배경을 참고하여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해야 한다. 모든 역사서는 현재에 의해 실과 허가 합리적, 객관적, 상식적으로 해석되어 취사선택되는 것이다. 후세에 의해 인용되는 역사서가 모두 완벽해서 인용되는 것이 아니다. 어떠한 역사서도 완전하지 못하지만 모든 역사서는 제 나름의 해석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만주원류고에는 많은 누락과 한계에도 불구하고 우리 역사를 풀어갈 수 있는 많은 키워드가 숨겨져 있음도 명백하다. 옳은 것은 옳은 것으로 그른 것은 그른 것으로 인용되어야 한다.




#인문 #역사 #철학 #우리삶 #만주원류고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18화이두식으로 신라(新羅)는 새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