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서는 모든 비열한 수단들이 사용된다

옮겨지는 유물

'어떤 관점'은 중국의 역사서 등을 인용하며 한사군이 대동강 유역에 존재하였음을 극구 부정하고 북경 혹은 요하 유역에 존재했음이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한민족의 역사에 대한 왜곡과 폄하적 시각을 지적하고 '다른 관점'의 비주체성을 비난한다.

'다른 관점'은 대동강 유역에서 발굴된 유물 등을 근거로 한사군의 대동강 유역설을 극구 옹호한다. '어떤 관점'의 해석을 국수적이며 감정적 접근이라고 비판하며 자신들을 방어한다.

'어떤 관점'에게는 대동강 유역에서 발견되었다는 중국식 유물에 대한 설명이 숙제로 남고, '다른 관점'에게는 수 많은 사료에서 밝혀지는 지리적 모순에 대한 설명이 숙제로 남는다.

역사는 문헌만으로 이해될 수 있는 것도, 유물만으로 이해될 수 있는 것도, 천지강산만으로 이해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역사에 대한 바른 이해를 위해 모든 수단과 자료와 상식과 추론과 합리성이 동원되어야 한다. 사료에 대한, 유물에 대한, 자연환경에 대한, 천문지리에 대한 비판적 검토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사료는 역사 서적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전설과 민담, 일기, 편지, 공문, 족보, 문학작품, 노래들이 모두 훌륭한 사료임이 분명하다. 수집 가능한 모든 사료에 대한 적극적이고 합리적인 해석이 이뤄져야 한다. 일방에 의해 그들에게만 유리하게 서술된 역사서적보다는 이야기나 노래가 더 정확한 사실을 보여줄 수도 있다.

유물이 모든 것을 설명해주는 것도 아니다. 유물은 존재하였던 전체에 대해 극히 일부인 나머지일 뿐이다. 특정 지역에서 특정 시대의 유물이 발견되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대부분이며, 그것이 휠씬 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특이한 유물은 쉽게 이동될 수 있는 것도 많다. 인위적으로 옮겨질 수 있는 유물들에는 특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역사전쟁이라는 것이 다른 것이 아니다. 이곳이 본래 우리 영토였으니 우리에게 권리가 있다거나, 그쪽은 우리의 지배를 받았던 경험이 있으니 우리에게 머리를 숙이라거나, 역사의 출발이 피지배로 시작되었으니 피지배 당하는 것을 그렇게 억울해 하지마라는 식의 논리를 위해 그것들은 교묘히 작동된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전쟁에서는 모든 비열한 수단들이 사용된다. 그것이 정당화된다. 전쟁에서는 없는 것도 만들어지고, 있는 것도 없어진다. 순수함과 순진함이 용서되지 않는 것이다.

유물은 유물만으로 해석될 수 없고 다양한 많은 자료들과 함께 비판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뉴욕은 처음에는 뉴암스테르담이었고, 산동반도에는 신라방이라는 신라인 집단거주지가 있었고, 오사카에는 재일교포 밀집지역이 있다. 어떤 지역에 어떤 특이한 유물이 발견된다고 할 때 그 배경과 이유는 너무도 다양하다.

코페르니쿠스는 왜 행성이 천체상을 역행하는가, 왜 지구 안쪽의 내행성(수성과 금성)과 지구 바깥쪽의 외행성(화성과 목성과 토성)이 다른 움직임을 하는가 하는 의문에서 출발하여 지구의 자전과 공전이라는 지동설에 도달하게 되었다. 사서의 내용과 지리적 불일치는 왜 일어나는가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할 때 결론은 어떤 지점에 도달하게 되는가?

#인문 #역사 #철학 #우리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