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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단근 Mar 26. 2022

대·관은 빌려주다가 아니다

#6  대상·목적의 후치사 상당구: 에 관하다, 에 대하다

 

 1. 뜻과 특징 

     

 일을 하다 보면 낯선 이에게 명함을 받았습니다. 명함에 대관 업무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무엇을 빌려줄까? 궁금해서 명함을 준 사람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그분은 ‘무엇을 빌려주다’가 아닌 정부 관련 사무를 본다고 하였습니다. 대관에 사용된 접두사 대(對)와 비슷한 ‘에 관하다’와 ‘에 대하다’를 파헤쳐볼까요? 일본어는 ‘에 관하다, 에 대하다’를 두 가지를 의미합니다. 하나는 모두를 뜻합니다. 다른 하나는 대항을 의미합니다. 

    

 그럼 어떤 특징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첫째 이것은 대상·목적을 나타내는 접미사 ‘적(的)’과 조사 ‘의’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책 제목인 『생각에 관한 생각』은 ‘생각의 생각’으로 바꿀 수 있으나, ‘생각 속 생각’이 정확한 표현입니다. 경제에 대한 문제나 경제적 문제, 경제의 문제는 모두 비등비등합니다. 둘째 ‘에 있어서’와 ‘에 향하다’와 거의 같은 뜻이 있습니다. “근로조건에 대해서 차별을 하지 않는다.”와 “근로조건에 있어서 차별을 하지 않는다.”는 비슷비슷한 의미가 있습니다. “국회의원에 대한 분노”와 “국회의원을 향한 분노”는 닮은 모양입니다. 마지막으로 명사구 노고토(のこと)를 직역하기 때문입니다. 주석 1) 일본어에서 명사구를 만들 때 명사+노(の)+명사처럼 명사+노고토(のこと)+명사로 구성할 수 있습니다. 이 형태를 ‘에 관한 것, 에 관한 일, 에 관한 ○○’ 따위로 직역해버립니다. 조사 노‘(の)’와 ‘노고토(のこと)’가 비슷해집니다. 다시 말하면 조사 ‘의’와 ‘관한·대한’이 같은 뜻이 됩니다. 

    

 더 나아가 일본어는 ‘노코토(のこと)’와 목적격 조사[を]를 함께 사용합니다. 목적격 조사는 특정 부분을 나타내는 범위가 작은 목적어로 사용됩니다. 하지만 ‘노코토(のこと)’는 범위가 큰 목적어로 씁니다. 보기를 들면 “나는 미자를 좋아합니다.”에서 ‘를’은 단순 사실을 표현하지만, “나는 미자에 대해 물으면 할 말이 없다.”에서 ‘에 대해’는 미자가 지닌 개성, 성격, 외모, 신변 따위를 포함한 여러 가지 사실을 의미합니다. 왜 일본어는 목적어를 두 개 써도 되나요? ‘고토(こと/事)’를 형식 명사로 취급하기에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말은 일본어와 다릅니다. 우리말은 작은 목적어와 큰 목적어로 나누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을/를’과 ‘에 관한 것, 에 대한 것’ 따위는 모두 목적을 나타내므로 한 문장에서 쓰면 중복 표현이 됩니다. 또한 ‘에 관한 것, 에 관한 일, 에 관한 ○○’ 따위는 이야기나 대상이나 목적을 표시할 때 잘 나옵니다.

     

2. 고치기

      

 첫째 ‘에 관하다’와 ‘에 대하다’는 대부분 목적격 조사 ‘을/를’로 고칩니다. 더불어 ‘에게, 와/과, 으로’를 비롯한 다양한 조사가 대용품이 됩니다. “사건 조사 결과에 대하여 좀 더 살펴볼까요?”는 “사건 조사 결과를 좀 더 살펴볼까요?”라고 모습을 바꿉니다. 헌법 7조 1항에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는 “공무원은 모든 국민에게 봉사하며 ….”라고 모양을 바꿉니다. 민법 65조에 “…. 법인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다.”는 “… 법인과 연대하여 손해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형태를 바꿉니다. “업무 관련 주제에 대하여 다양한 아이디어를 낸다.”는 “업무와 관련한 주제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낸다.”라고 꼴을 바꿉니다.

     

 둘째 앞서 ‘에 있어서’에서 설명한 대로 분야를 나타내는 ‘관해서는, 에 관한 것이라면, 에 대해서는, 에 대한 것이라면’은 ‘만큼은, 만은, 에서는, 은/는’으로 변경하시면 됩니다. “인터넷에 관한 한은 선진국 되었다.”는 “인터넷만큼은 선진국이 되었다.”라고 모양을 변경합니다. 민법 8조 1항의 “미성년자가 법정대리인으로부터 허락을 얻은 특정한 영업에 관하여는 ….”은 “미성년자가 법정대리인에게 허락을 얻은 특정한 영업은 ….”으로 모습을 변경합니다. 

    

 셋째 ‘에 관하다’와 ‘에 대하다’와 까지, 도, 만, 만큼, 은/는 따위의 조사가 결합하면 조사만 씁니다. “고급 서비스에 대해서까지 보험적용이 곤란하다.”는 “고급 서비스까지 보험을 적용하기 곤란합니다.”라고 형태를 변경합니다. 민법 91조 1항의 “청산중의 법인은 변제기에 이르지 아니한 채권에 대하여도 변제할 수 있다.”는 “청산하고 있는 법인은 변제기에 이르지 아니한 채권도 변제할 수 있다.”라고 손질합니다. 민법 20조의 “국내에 주소 없는 자에 대하여는 국내에 있는 거소를 주소로 본다.”는 “국내에 주소가 없는 사람은 국내에 있는 거소를 주소로 본다.”라고 받아줍니다. 민법 72조의 “총회는 전조의 규정에 의하여 통지한 사항에 관하여서만 결의할 수 있다.”는 “총회는 71조 규정대로 통지한 사항만 결의할 수 있다.”라고 전환합니다.     

 

 넷째 ‘와/과’와 더불어 관련하다, 규정하다, 다루다, 연관하다, 처리하다 따위의 다양한 틀을 바꿉니다. 다만 형식 명사 ‘을/를 위하다’로는 대체하지 않습니다. “빈집 및 소규모 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은 “빈집과 소규모 주택 정비를 다룬 특례법”으로 매만집니다. 민법 제998조의2에 규정된 “상속에 관한 비용은 상속재산 중에서 지급한다.”는 “상속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상속재산 중에서 지급한다.”라고 변화를 줍니다. 

    

 다섯째 한 문장에서 ‘에 관한/대한 것을, 에 관한/대한 일을, 에 관한/대한 ○○’과 ‘을/를’이 함께 오면 조사와 용언을 활용하여 새롭게 문장을 고치면 됩니다. 다만 조사 ‘의’와 목적격 조사 ‘을/를’이 결합하는 형태로 고쳐서는 안 됩니다. “누군가는 후속 편에 대한 기대를 하고 있다.”는 “누군가는 후속 편을 기대하고 있다.”라고 가다듬습니다. 민법 312조 2항의 “건물에 대한 전세권의 존속기간을 1년 미만으로 정한 때에는 ….”는 “건물 전세권의 존속 기간을 1년 미만으로 정한 때에는 ….”으로 교체할 수 있으나, “건물의 전세권의 존속기간을 1년 미만으로 정한 때에는 ….”으로 만들면 안 됩니다.  

   

3. 변형된 형태  

   

‘에 관하다’와 ‘에 대하다’는 여러 가지 변형된 형태가 있습니다. 첫째 ‘에 관련하다 에 관련되다, 에 연관하다, 에 연관되다 에 얽히다, 에 연루하다, 에 연루되다’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앞서 설명한 대로 ‘관련하다, 규정하다, 다루다, 연관하다’ 따위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둘 다 관계를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흔히 중국 관행 꽌시[關係]를 생각해보시면 됩니다. “가상현실에 연관된 기술이 발달하다.”는 “가상현실과 연관된 기술이 발달하다.”라고 모양을 교정합니다. “지역 갈등에 얽힌 문제를 풀다.”는 “지역 갈등과 얽힌 문제를 풀다.”라고 모습을 교정합니다. 

    

 둘째 접미사 당(當)이 있습니다. “환자에게 입원 1일당 1만 원을 지원한다.”는 “환자에게 입원 1일에 대하여 1만 원을 지원한다.”와 비슷한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접미사 ‘당’은 바른 표현이 아니므로 ‘마다’나 ‘씩’으로 틀을 교정합니다. 위 문장도 “환자에게 1일마다 1만 원을 지원한다.”가 바른 표현입니다.  

   

 셋째 접두사 대(對)가 있습니다. 하지만 에 관하다·에 대하다와 같은 뜻이 있어한 이불을 덮고 자지 못합니다. “대북 정책에 대해서도 일관된 지지를 나타내다.”는 “대북 정책도 일관된 지지를 나타내다.”로 하나만 살립니다. “대테러전에 대한 전술”은 “테러전에 대항하는 전술”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참고로 의존명사 ‘대’는 ‘와/과’로 대신할 수 있습니다. 당 대 당은 당과 당으로 맞교환합니다. 청군 대 백군은 청군과 백군으로 맞교대 합니다.

     

 넷째 중첩 조사 ‘에의’가 있습니다. “담보물권자에의 통지”는 “담보 물권자에게 통지”라고 꼴을 교정합니다. 

    

 다섯째 ‘을/를 대상으로, 을/를 상대로’와 같은 일본어 투 형식 명사가 있습니다. 이것도 앞과 마찬가지로 ‘에, 에서, 으로, 에게’와 같은 다양한 조사로 고칩니다. “소상공인을 상대로 대출을 해주다.”는 “소상공인에게 대출을 해주다.”라고 틀을 교정합니다. “낙후지역을 대상으로 예산을 지원한다.”는 “낙후지역에 예산을 지원한다.”라고 모양을 교정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일본어 투 형식 명사 상(上)은 있습니다. ‘에, 에서, 으로, 에게’나 ‘관련하다, 규정하다, 다루다, 처리하다’ 따위로 틀을 교정합니다. 헌법 제12조 제2항의 “…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에서 '형사상'보다는 ‘형사 사건에서’로 생김새를 교정합니다. 

    

 마무리를 해봅시다. 에 관하다·에 대하다는 조사 '의'나 접미사 적의 변형이고, 목적격 조사를 잡아먹었습니다. 또한 형식 명사 노고토(のこと)를 직역한 말입니다. 그러므로 목적격 조사를 비롯한 다양한 조사로 고치고, 조사+용언(관련하다, 규정하다, 다루다, 하다 따위)으로 변경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말에서는 목적격 조사(을/를)와 한 뿌리이므로 같이 쓸 수 없습니다.

     


 주석 1) 김영아, "「のこと」에 대한 고찰: 현대소설‧드라마를 중심으로" (석사학위논문, 경희대학교, 경기, 2009), 32-33쪽, http://www.riss.kr/link?id=T11748091, (2021. 4. 13. 확인).      





콩나물이 자란다

방향, 목적의 후치사 상당구: 을/를 향하다

     

‘향하다’와 ‘대하다’는 콩나물과 콩나물입니다. 콩이 자라면 콩나물이 되듯 ‘대하다’가 확장되면 ‘향하다’가 됩니다. 그럼 콩나물을 알아보겠습니다. ‘을/를 향하다’는 처음에는 겨냥, 방향, 이동을 나타냈습니다. 처음 뜻이면 다양한 용언으로 고치면 됩니다. 겨냥을 나타내면 겨냥하다, 겨누다 따위로 모양을 순화합니다. “광주시민을 향해 사격을 가했다.”는 “광주시민을 겨냥하여 사격을 가했다.”라고 손질합니다. 방향을 가리키면 마주 보다, 마주하다 따위로 손봐줍니다. “하늘을 향해 누워있다.”는 “하늘을 마주 보고 누워있다.”라고 손댑니다. 이동을 알리면 가다, 찾다 따위로 뒷손질합니다. “어둠에서 빛이 있는 곳을 향하다.”는 “어둠에서 빛이 있는 곳으로 나가다.”라고 수정합니다.  

   

 다음은 대상·목적을 나타낼 때입니다. 콩나물을 다듬듯이 ‘에, 에서, 으로, 에게’로 가다듬습니다. “어린이들을 향해 손 인사를 하다.”는 “어린이들에게 손 인사를 하다.”로 교정합니다. 다만 ‘에 대하다’나 ‘대상으로’나 ‘상대로’는 바른 표현이 아닙니다. ‘대하다’는 먹을 수 없는 콩이고, ‘대상으로, 상대로’는 먹을 수 없게 웃자란 콩나물이기 때문입니다. 위 문장에서 “어린이들에 대하여 손 인사를 하다.”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손 인사를 하다.”라고 표현하면 모두 소화할 수 없는 음식이 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에 관하다’는 왜 빠졌을까요? ‘대하다’는 콩나물을 만드는 메주콩이고 ‘관하다’는 메주콩보다 큰 작두콩이라서 콩나물로 키우기에는 부적합하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숙주나물인 ‘지향하다’는 ‘목표를 두다, 목표로 삼다, 목표로 잡다, 꿈꾸다’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평화통일을 지향한다.”는 “우리나라는 평화통일을 꿈꾸다.”라고 교정하면 부드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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