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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단근 Mar 26. 2022

According to가 불러온 착각

#5  원인·이유의 후치사 상당구: 에 따르다, 에 의하다, 로 인하다

1. 분류와 특징

     

 게티즈버그 연설문 마지막에는 ‘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이 나옵니다. 뭣이 중한 지도 모른 채 the people이 국민인지 인민인지 불필요한 싸움만 합니다. 민주주의는 국민으로, 공산주의는 인민을 쓰기에 싸우는 것입니까? 정말 중요한 조사 ‘의’, 후치사 상당구인 ‘에 의한’, 형식 명사인 ‘을 위한’은 하찮게 여깁니다. 국민이 주인인 정부, 국민이 만든 정부, 국민을 섬기는 정부라고 고치면 얼마나 좋을까요? 

    

 에 따르다, 에 의하다, 로 인하다는 네 가지로 인수 분해할 수 있습니다. 인할 인(因)에서 원인·이유가 나오고, 의지할 의(依)에서 방법·수단이 출현하고, 의거할 거(據)에서 근거·인용을 찾을 수 있고, 좇을 종(従)에서 비례·호응 관계가 발생합니다. 

    

 다음은 어떤 특징이 있는지 알아볼까요? 첫째 이란성쌍둥이가 많습니다. ‘로 말미암다, 에 근거하다, 에 기인하다, 에 기반하다, 에 부응하다, 에 쫓다, 을/를 통하다’를 비롯한 많은 쌍둥이가 있습니다. 둘째 잉여인간이 됩니다. 원인·이유를 나타내는 조사 ‘에’나 ‘로’가 ‘기인하다, 말미암다, 인하다, 의하다’와 같은 사용되면 중복 표현이 됩니다. 마치 오른 산을 다시 오르는 것과 같습니다. 셋째 조사 ‘의’와 ‘에 의하다’가 짝을 지어 수동을 만듭니다.

      

2. 고치기

     

 먼저 이오덕 씨가 고친 본보기를 살펴보실까요? 이오덕 주석 1)씨는 ‘의하다’를 생략하거나, 따라서, 때문에, 에서, 으로, 이/가 했다, 하다를 비롯한 다양한 동사로 고칠 수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잘 고쳤습니다. 다만 한 가지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영어를 처음 배울 때 According to를 ‘에 따라’로 암기하다 보니 옳다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을 따라’가 더 정확한 말입니다. “나를 따르라.”라고 하지 “나에 따르라.”라고 하지는 않잖습니까? 그런 점에서 ‘에 의하다’는 ‘에 따르다’와 같은 말이고, ‘을/를 따르다’로 고쳐야 한다는 최인호 주석 2)씨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어떻게 손을 봐주면 될까요? 일반 명사가 오면 조사나 형식 명사로 바꾸면 됩니다. 첫째 조사 ‘대로’의 재발견입니다. ‘대로’는 ‘에 따르다, 에 의하다, 로 인하다’를 가장 잘 표현합니다. “법에 따라 일을 처리하다.”보다 “법대로 일을 처리하다.”가 물 흐르듯 합니다. 좀 더 발견한다면 ‘마다, 만치, 만큼, ㄹ수록’이 있습니다. “구입금액에 따라 할인권을 지급합니다.”는 “구입금액만큼 할인권을 지급합니다.”라고 대체할 수 있습니다. “시장개방 확대에 따른 농가 피해가 증가한다.”는 “시장개방이 확대될수록 농가 피해가 증가한다.”라고 교정합니다. “하차하는 위치에 따라 환승거리가 차이가 난다.”는 “하차하는 위치마다 환승거리가 차이가 난다.”라고 순화합니다. 또한 ‘으로’나 ‘은/는’와 같은 다른 조사로 수정하면 됩니다. “강사님 강의는 내부 사정에 따라 취소되었다.”는 “강사님 강의는 내부 사정으로 취소되었다.”라고 다듬습니다.

     

 둘째 원인· 이유의 형식 명사가 있습니다. 중립 표현인 ‘때문에’나 긍정 표현인 ‘덕에, 덕분에, 덕택에’나 부정 표현인 ‘바람에, 탓에’로 변경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국경이 폐쇄되었다.”는 “코로나 때문에 국경이 폐쇄되었다.”라고 맞바꿉니다. “친구로 인해 우정을 알게 되었다.”는 “친구 덕분에 우정을 알게 되었다.”라고 긍정 표현을 합니다. “겨울철 부주의로 인한 화재가 많이 발생한다.”는 “겨울철 부주의한 탓에 화재가 많이 발생한다.”라고 부정 표현을 합니다. 

    

 다음은 하다가 생략된 한자어 명사(다른 말: 동사성 한자어 명사)가 앞에 오는 경우를 살펴보실까요? 첫째 수동을 능동으로 전환합니다. 헌법 27조 1항에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게 법률로 규정된 재판받을 권리가 있다.”라고 능동으로 변경합니다. 민법 322조 2항의 “정당한 이유있는 때에는 유치권자는 감정인의 평가에 의하여 ….”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유치권자는 감정인에게 평가를 받아 ….”라고 교대합니다.


 둘째 원인·이유의 어미인 ‘기에, 길래, 니까, 느라고, 므로, 아/어/여, 아서/여서’로 손질하면 됩니다. “계약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금을 물어야 한다.”는 “계약이 해지되었기에 손해배상금을 물어야 한다.”라고 가다듬습니다. 형법 1조 2항의 “범죄후 법률의 변경에 의하여 ….”는 “범죄 후 법률이 변경되어 ….”로 탈바꿈합니다.      

 셋째 비례·호응을 나타내면 ‘와/과 비례하다, 을/를 받다, 을/를 수용하다’ 따위로 매만지면 됩니다. “로봇 기술의 발전에 의해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로봇기술 발전과 비례하여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라고 교체합니다. “투자자의 요청에 따라 외부 회계법인에 감사를 의뢰하다.”는 “투자자 요청을 수용하여 외부 회계법인에 감사를 의뢰하다.”라고 변화를 줍니다.

     

 넷째 신문이나 논문에서 근거·인용의 ‘에 따르면, 에 의하면’과 짝지어 ‘라는 것이다, 라는 내용이다, 라는 이야기이다, 인 것 같다’는 일본어를 직역하였습니다. 이것은 ‘에서, 에서는, 은/는’으로 간단하게 손보면 됩니다. “동의보감에 의하면 감초는 다양한 효능이 있다고 한다.”는 “동의보감에서는 감초는 다양한 효능이 있다고 한다.”라고 손을 봅니다. 또한 발표하다, 보다, 살펴보다, 산정하다, 알아보다, 인용하다, 조사하다, 참고하다 따위로 형태를 바꿉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인구가 감소했다’라는 것이다.”는 “서울시에서 발표하길 서울 인구가 감소했다고 한다.”라고 바로잡습니다. 

    

3. 비슷한 후치사 상당구  

   

 에 따르다·에 의하다는 못난이 형제가 많습니다. 모두 윷놀이 판의 도나 개처럼 비슷한 후치사 상당구가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변신시켜도 옳은 말은 아닙니다.

      

 ① 후치사 상당구인 ‘니요루(による)’는 ‘로 인하다, 에 따르다, 에 의하다’말고 ‘에 기인하다, 로 기인하다, 로 말미암다’로도 직역합니다. “질병은 스트레스에 기인한다.”는 “질병은 스트레스 때문이다.”라고 가다듬습니다. “일본은 버블경제의 붕괴로 말미암아 경제가 망가졌다.”는 “일본은 버블 경제가 붕괴되어 경제가 망가졌다.”라고 다듬습니다. 

    

 ② ‘에 힘입다’는 긍정의 원인·이유를 나타내므로 ‘덕에, 덕분에, 덕택에’로 새롭게 하거나 원인·이유의 어미로 교체합니다. “성원에 힘입어 전량 소진되었습니다.”는 “성원 덕분에 모두 팔렸습니다.”라고 교환합니다. 아니면 “성원해주셔서 모두 팔렸습니다.”라고 형태를 손질합니다. 

    

 ③ 공사장 팻말에서 보이는 ‘인 관계’로는 원인·이유의 어미로 받습니다. “공사 중인 관계로 돌아가십시오.”는 “공사를 하므로 돌아가십시오.”라고 새로 표지판을 써야 합니다. 

    

 ④ ‘에 근거하다, 에 기반하다, 에 기초하다, 에 바탕하다, 에 입각하다’는 근거·인용을 나타내는 ‘에 따르다, 에 의하다’와 닮은 뜻이 있습니다. 이 말은 ○○로 두다, ○○로 삼다로 수정합니다. 아니면 ‘대로’나 ‘을/를 따르다’로 교정합니다. 덧붙이자면 근거, 기반, 기초, 바탕, 입각은 움직임이 없으므로 되도록 ‘하다’를 붙이면 안 됩니다. 헌법 4조의 “…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은  “… 자유 민주주의 기본질서를 기초로 삼아 ….”라고 보정합니다.

     

 ⑤ 비례·호응의 후치사 상당구인 ‘에 걸맞다, 에 부응하다, 에 부합하다, 에 상당하다, 에 상응하다, 에 어울리다, 에 응하다, 에 적합하다, 에 쫓다’는 ‘에 따르다, 에 의하다’와 비슷비슷합니다. 모두 ‘○○을 따르다’로 해석합니다. 그러므로 ‘에’ 대신 ‘와/과, 을/를’로 바꿔 놓거나 ‘대로, 마다, 만치, 만큼’으로 맞교환할 수 있습니다. 민법 2조 1항인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는 “권리 행사와 의무 이행은 신의대로 성실히 하여야 한다.”라고 교체합니다. “소비자 요구에 부응하는 제품을 만들다.”는 “소비자 요구대로 제품을 만들다.”로 다림질해주시기 바랍니다.

      

 결론을 내립니다. 에 따르다, 에 의하다, 로 인하다는 원인·이유의 대표선수가 되는 후치사 상당구입니다. 일반 명사가 앞에 오면 ‘대로, 때문, 탓, 덕분’ 따위로 고치고, 동사성 한자어 명사가 앞에 오면 원인·이유의 변경합니다.  

   


주석 1) 이오덕, 바로 쓰기 2, 제2판 (파주: 한길사, 2011) 24-27쪽; 이오덕, 바로 쓰기 4, 제1판 (파주: 한길사, 2011) 463-465쪽.     

주석 2) 최인호, "[말글찻집] 의하면과 따르면," 한겨레, 2006년 8월11일 수정, 2021년 1월 12일 접속,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48211.html.          





만병통치약이 아닌 통하다

경유, 원인, 방법의 후치사 상당구: 을/를 통하다  

   

 어릴 적 빨간색 소독약 ‘아카징키(다른 말: 머큐로크롬)’는 만병통치약이었습니다. 개에 물려도, 머리가 아파도, 배가 아파도 이것만 발랐습니다. 개에 물린 것은 몰라도 머리와 배가 아픈 것은 소독약과 무관합니다. 그런데도 완치될 수 있는 믿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듯 요즘은 ‘통하다’가 만병통치약처럼 사용됩니다. 

    

 ‘을/를 통하다’를 알아보시지요. 이것은 삼색 신호등처럼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경로·연결은 ‘거치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지옥문을 통해 지옥으로 간다.”는 “지옥문을 거쳐 지옥으로 간다.”가 됩니다. 또한 원인·이유나 방법·수단을 뜻합니다. “고난을 통해 사는 의미를 배우다”는 “고난 때문에 사는 의미를 배우다.”나 “고난으로 사는 의미를 배우다.”라고 해석됩니다. 특이한 것은 원인·이유나 방법·수단을 나타내면 ‘에 따르다·에 의하다’와 복제품이 됩니다. 위 문장을 “고난에 의해 사는 의미를 배우다.”라고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이오덕 주석 1) 씨는 ‘을/를 통하다’를 ‘에서, 으로, 을/를’과 같은 조사나 ‘저편에 있는, 을 거쳐, 을 밟아, 을 지나가는, 을 하면서’로 고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저는 이오덕 씨가 차린 밥상에 숟가락만 얹겠습니다.


 하나는 일반 명사가 앞에 오면 조사로 고칩니다. 사람이 오면 ‘에게, 한테’로 뜯어고칩니다. 사물이 오면 ‘으로, 에, 에서’로 변경합니다. “나는 누나를 통해 소식을 들었다.”는 “나는 누나에게 소식을 들었다”라고 다듬습니다. “할머니는 텔레비전을 통해 사고 소식을 들었다.”는 “할머니는 텔레비전에서 사고 소식을 들었다.”라고 바로잡습니다.


 다른 하나는 동사성 한자어 명사가 앞에 오면 다양한 용언으로 손질합니다. 헌법 127조 1항의 “국가는 과학기술의 혁신과 정보 및 인력의 개발을 통하여 ….”는 “국가는 혁신과 정보와 인력을 개발하여 ….”라고 손질합니다. “예방 접종을 통하여”는 “예방 접종하여”라고 모양을 수정합니다. “점검회의를 통하여”는 “점검회의를 열어”라고 모습을 수정합니다. “산소와 화학반응을 통하여”는 “산소와 화학반응을 일으켜”라고 형태를 수정합니다. 책갈피를 끼우면 ‘개발, 접종, 회의, 반응’은 모두 ‘하다’가 생략된 동사성 한자어 명사입니다.


 딴 길로 새면 ‘통하다’는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다.”와 같은 속담처럼 길의 종류인 ‘대로’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통하다’하고 ‘에 따르다·에 의하다’하고 ‘대로’는 김밥의 단무지랑 계란이랑 김처럼 삼각관계를 형성합니다. 김이 단무지와 계란을 감싸듯 ‘대로’는 ‘을/를 통하다, 에 따르다·에 의하다’를 감싸줄 수 있습니다. “계획을 통해 사업을 추진하다.”랑 “계획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다.”는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하다.”라고 순화합니다.  

   

 갈무리를 지으면 ‘을/를 통하다’는 많은 용언과 대응하는 범용품이고, ‘에 따르다, 에 의하다’의 복제품입니다.  

   


이오덕, 바로 쓰기 4, 제1판 (파주: 한길사, 2011), 459-4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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