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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단근 Mar 26. 2022

‘겉다속비’의 붕어빵과 국화빵

#7  대조·대비의 후치사 상당구: 에 반하다, 에 비하다


 붕어빵과 국화빵은 겉은 다르지만 속은 비슷합니다. 둘 다 빵틀 속에서 밀가루 반죽과 팥소가 결혼을 해서 영혼이 갈아 넣은 길거리 음식이 됩니다. 붕어빵과 국화빵을 닮은 ‘반하다’와 ‘비하다’는 같은 팥 앙금이 들어가서 비슷비슷합니다. “노력에 반해 결과가 아쉽다.”는 “노력에 비해 결과가 아쉽다.”와 어슷비슷합니다.


 그럼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요? ‘에 반하다’와 ‘에 비하다’는 ‘보다, 치고’와 같은 새 밀가루 반죽을 입혀 줍니다. 그리고 와/과+다르다, 와/과 견주다, 와/과 비교하다, 와/과 다르다 따위와 같은 새로운 앙금도 넣어 주시면 됩니다. “노력 치고는 결과가 아쉽다.”랑 “노력과 달리 결과가 아쉽다.”랑 “노력과 반대로 아쉽다.”로 얼마든지 눈 돌아가는 맛을 낼 수 있습니다. 다만 새까맣게 탄 붕어빵 같은 ‘대비, 반면’으로는 고치지 않습니다. “노력 대비 결과가 아쉽다.”나 “노력한 반면 결과가 아쉽다.”는 잘못 구운 빵이므로 글이 소화를 못 시킵니다. 이것도 “노력보다 결과가 아쉽다.”라고 잘 구운 빵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덧붙이면 잉어빵인 ‘에 비교하다’와 ‘에 견주다’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에 비교하면 요즘은 놀 거리가 풍부하다.”는 “과거와 비교하면 요즘은 놀 거리가 풍부하다.”라고 묵은 때 벗깁니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 견주어 자기를 보지 마세요.”는 “다른 사람 시선과 견주어 자기를 보지 마세요.”라고 새롭게 씻어줍니다.


 뜨거운 붕어빵을 허겁지겁 먹으면 입천장이 불지옥이 되듯 주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에 반하다’는 다른 뜻이 있으므로 따로 포장해야 합니다. 규정·의사에 반하다는 ‘와/과 어긋나다’나 ‘을/를 위반하다’로 매만져 줍니다. 민법 제14조2 제2항의 “특정후견은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할 수 없다.”는 “특정후견은 자기 의사와 어긋하게 할 수 없다.”라고 화장을 합니다. 둘째 풍경·사람에 반하다는 ‘에 매혹되다’나 ‘에 홀리다’나 ‘에 끌리다’로 씁니다. “아름다운 경치에 반하다.”는 “아름다운 경치에 매혹되다.”라고 새 옷을 입혀줍니다.

     

 참고로 계란빵 같은 ‘을/를 대신하다’도 있습니다. 이 말은 대표·대리를 나타내면 ‘을/를 대표하다’나 ‘을/를 대리하다’로 고칩니다. 다른 방법·반대 상황을 나타내면 ‘이/가 아니다’나 ‘말고’로 새 구두를 바꿔줍니다. “성금을 기탁하신 주민들을 대신해서 감사합니다.”는 “성금을 기탁하신 주민들을 대표하여 감사합니다.”라고 이름표를 바꿉니다. “법인카드를 대신하여 공공경비를 결제하는 시스템”은 “법인카드가 아닌 공공경비를 결제하는 시스템”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영업시간이 다 되어서 풀빵 가게를 닫아 봅니다. ‘에 반하다’와 ‘에 비하다’는 붕어빵과 국화빵처럼 모양은 달라도 같은 재료로 만들기에 동일한 맛이 납니다. 

    



심장에 소금 뿌리는 금일 한정 특가

 한정의 후치사 상당구: 에 한하다, 에 그치다, 을/를 제하고 

    

 간단한 요깃거리 사려고 가족과 함께 할인마트에 갔습니다. 이래저래 둘러보다가 ‘금일 한정 특가’에 눈이 뒤집힙니다. 한정 상품 마케팅에 미끼 냄새를 맡은 물고기처럼 허둥지둥 달려갑니다. 카트가 “양심이 없네.”라고 말할 때까지 이삿날 짐짝처럼 마구마구 구겨 넣습니다. 욕심이 목구멍까지 차서 양손에 나머지 상품을 들고 계산대 앞에 섭니다. 계산하고 나면 왜 이리 가슴이 시릴까요? 집에 오면서 머릿속은 벌써 물건을 어떻게 처리할지 자기 합리화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한정’은 심장에 소금을 뿌립니다. 이처럼 심장에 소금을 치는 한정의 말을 살펴보시지요.

     

 ‘에 한하다, 에 한정하다, 로 한정하다’는 ‘만, 에서만, 으로만, 까지, 은/는’ 따위로 고칩니다. 헌법 33조 2의 “공무원인 근로자는 법률이 정하는 자에 한하여 단결권,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는 “공무원인 근로자는 법률이 정하는 사람만 단결권과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라고 손바꿈을 해줍니다. “오늘에 한해 할인을 해준다.”는 “오늘만 할인을 해준다.”와 “오늘까지 할인을 해준다.”와 “오늘은 할인을 해준다.”라고 환수합니다. “참석한 사람으로 한정해서 선물을 준다.”는 “참석한 사람만 선물을 준다.”라고 환급합니다.  

   

 뒤에 배울 형식 명사 ‘한’과 관련하여 밑밥을 깔아봅니다. 한(限)은 제한, 한정을 표시하지만 조건이나 양보를 나타내는 형식 명사로도 사용됩니다. “여력이 되는 한 돕겠다.”는 “여력이 된다면 돕겠다.”라고 받아줍니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부탁은 하지 않겠다.”는 “죽더라도 부탁은 하지 않겠다.”라고 맞바꿈 합니다. 

    

 한정 마케팅과 비슷한 특가 마케팅으로는 ‘에 그치다’가 있습니다. 이것은 ‘뿐이다’가 어울립니다. “실제 참가한 회사는 50개에 그쳤다.”는 “실제 참가한 회사는 50개사뿐이다.”라고 교정합니다.

     

 마지막으로 선착순 마케팅으로는 을/를 제외하고, 을/를 제쳐두고, 을/를 제하고 따위가 있습니다. 이것은 ‘말고, 을/를 빼고’ 따위로 환원합니다. “한 과목을 제외하고 모두 백점을 맞았다.”는 “한 과목을 빼고 모두 백점을 맞았다.”가 되지요. “나를 제쳐 두고 너희끼리 놀러 갈 수 있니?”는 “나 말고 너희끼리 놀러 갈 수 있니?”라고 대체합니다. “생활비를 제하면 모울 수 있는 돈이 거의 없다.”는 “생활비를 빼면 모울 수 있는 돈은 거의 없다.”라고 되돌립니다. 

   

 참고로 ‘을/를 제쳐두고’는 다른 자아가 있습니다. 두 번째 자아로는 ‘을/를 연기하다’로 변신할 수 있고, 세 번째 자아로는 ‘어쨌든, 여하튼, 하여튼’ 따위로 탈바꿈합니다. “만사를 제쳐두고 결혼식에 참석하다.”는 “만사를 연기하고 결혼식에 참석하다.”로 맞교환할 수 있지요. “명목을 제쳐두고 텔레비전에 출연할 수 없다.”는 “명목이 어쨌든 텔레비전에 출연할 수 없다.”라고 맞바꿉니다.

     

 마트가 문을 닫는다고 하니 오늘 산 물건을 정리해보시죠. ‘에 한하다, 에 한정하다, 에 그치다, 을/를 제외하고, 을/를 제쳐두고, 을/를 제하고’는 한정을 나타내므로 ‘만, 에서만, 으로만, 까지, 은/는, 뿐, 말고’와 같은의 상품으로 환불하시기 바랍니다. 


  

불행은 장마, 행복은 소나기

나열·동시의 후치사 상당구: 에 이어, 와/과 동시에 따위

    

 권정생 씨가 지은 『몽실언니』를 읽었습니다. 줄거리는 불행에 이어 불운이 오는 겁니다. 동화책이 이리 슬퍼도 되는지요! 몽실이는 배가 고파서 친어머니와 생이별하고, 새아버지 때문에 다리도 다칩니다. 6.25를 겪으면서 마음씨 고운 새어머니 북촌댁의 죽음과 동시에 친아버지도 끌려갑니다. 불행은 그만 오라는 지긋지긋한 장마와 같습니다. 하지만 행복은 반짝 내리는 소나기처럼 잠깐 왔다 갑니다. 나이를 먹어 갈수록 불행에 이어 다른 불운이 오고 불행은 다른 비운이 동시에 옵니다. 마치 동화 속 이야기만 아닌 것 같습니다. 불행의 여신이 쏜 눈물 화살에 제가 맞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처럼 마음 과녁에 연이어 꽂히는 계속이나 동시의 말을 알아봅시다. 둘 다 비슷하기에 양팔에 빗대겠습니다. 

     

 오른팔인 계속에는 ‘(데)에 이어, 에 뒤이어’ 따위가 있습니다. 일반 명사가 앞에 오면 ㄹ뿐더러, 뿐만 아니라, 에다가, 와/과, 할뿐더러 따위로 받아줍니다. “아버지에 이어 아들까지 노름에 미쳤다.”는 “아버지에다가 아들까지 노름에 미쳤다.”라고 신을 벗습니다. 앞말에 동사성 한자어 명사가 오거들랑 계속·나열의 어미로 교환권을 쓰세요. 고, 고서, 며, 면서, 아/어/여, 아서/어서/여서, (으)면서 따위로 자리를 바꿉니다. “애국가 제창에 뒤이어 묵념을 했다.”는 “애국가를 제창하고 묵념을 했다.”라고 메뉴를 바꿉니다.  

   

 왼팔인 동시에는 ‘와/과 더불어, 와/과 동시에, 와/과 아울러, 와 함께’ 따위가 있습니다. 일반 명사가 앞에 오면 동시를 나타내는 와/과 더불어, 와/과 아울러, 와 함께는 그대로 쓰세요. 아니면 와/과, 이랑, 하고 따위로 다시 주문을 하십시오. “그녀는 딸과 함께 산다.”는 “그녀는 딸이랑 산다, 그녀는 딸하고 산다.” 따위와 같은 뜻이 있습니다.

     

 다만 앞에 동사성 한자어 명사가 나오면 계속·나열의 어미로 환급해주세요. “최신 기술 소개와 더불어 업계 현황을 설명하다.”는 “최신 기술을 소개하고 업계 현황을 설명하다.”라고 환불하시고, “둘째 아이 출산과 동시에 주말부부가 되다.”는 “둘째 아이를 출산하면서 주말부부가 되다.”라고 돌려받으세요. 여기에서 소개(하다), 출산(하다) 따위는 동사성 한자어 명사입니다.

      

 양념을 더 보태면 ‘와/과 더불어, 와/과 동시에, 와/과 아울러, 와 함께’는 ‘에 따라(서)’와 비슷한 뜻이 있습니다. “해녀들의 고령화가 계속됨과 더불어 해녀 인구가 감소했다.”는 “해녀들의 고령화가 계속됨에 따라서 해녀 인구가 감소했다.”와 같은 말입니다. 이것은 “해녀들이 계속 나이가 들어가면서 해녀 인구가 감소하였다.”라고 하시죠. 그리고 ‘와/과’가 없어진 남은 반찬인 더불어, 아울러 따위는 접속부사로도 사용됩니다.

     

 식당 문 닫을 시간이 되었습니다. 계산을 마무리해보겠습니다. 계속·동시의 ‘와/과 더불어, 와/과 동시에, 와/과 아울러, 와 함께’는 블랙 컨슈머(다른 말: 불량 고객)입니다. 그러기에 와/과, 하고, 이랑 따위와 같은 단골손님들도 등을 돌리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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