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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단근 Mar 26. 2022

빵이라도 다 같은 빵이 아니랍니다

#9  접미사 적을 시작하면서

   

역사     

 우리나라와 일본은 쌀이 주식이었습니다. 토종 밀이 있었지만 진가루라고 해서 귀했습니다. 이제는 밀가루로 두루뭉술한 반죽을 만들어 다양한 빵을 만들 수 있습니다. 진정한 빵돌이와 빵순이라면 다양한 빵을 골라내야 합니다. 이처럼 온갖 빵처럼 다양하게 나타내는 접미사 적(的)을 알아볼까요?


 먼저 역사를 알아보겠습니다. 본래 적(的)은 과녁·목적을 뜻하였습니다. 그러나 요즘 사용하는 적(的)은 일본에서 만들었습니다. 쌀이 주식인 일본에서는 민주[autocracy]나 사회[society]와 같은 밀가루가 없었습니다. 서양에서 밀가루를 가져와서 빵을 만들려고 하니 발효제가 필요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천연 발효제인 효모와 같이 부드러운 조사 노(の)를 썼습니다. 그러나 점차 화학 발효제인 베이킹파우더와 같이 거센소리를 내는 한자와 어울리는 거친 발음인 데키(的)를 점점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1873년 『생성발온』에서는 ‘천연의(天然の)’로 번역하였습니다. 하지만 1874년 『명륙잡지』에서는 천연적(天然的)으로 풀이하였습니다. 발효제처럼 접미사 적(的)은 조사 ‘의[の]’가 변형된 말입니다. 주석 1)


 특징


 다음은 어떤 특징이 있는지 알아볼까요? 첫째 아바타(다른 말: 화신)입니다. 조사 ‘의’나 후치사 상당구(에 관하다·에 대하다 따위)나 형식 명사(상의, 품의, 식의 따위)로 쉽게 변신할 수 있습니다. 법률적 지식이나 법률의 지식이나 법률에 관한 지식이나 법률상의 지식이나 모두 비슷한 말입니다.


 둘째 고유어를 집단 따돌림을  시킵니다. 적(的)은 한자와 외국어와 사람과 사장성어와 심지어 불, 무, 미, 비, 악, 탈과 같은 접두어와도 친근합니다. 예를 들면 합리적인 사고, 시스템적 문제, 톨스토이적 사상, 무비판적 사고, 곡학아세적 태도가 있습니다. 그러나 유독 고유어는 외면합니다. 그나마 ‘마음적’ 하나가 있는데 오히려 ‘심적’을 더 많이 씁니다.     

 셋째 귀먹은 사오정이 됩니다. 적(的)은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다르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역사적 사건”도 “역사에 바탕을 둔 사건”과 “역사에 남을 사건”과 “역사에 중요한 사건”으로 다양하게 풀이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각자 유리한 대로 해석합니다.     

 넷째 고구마입니다. 고구마처럼 답답하게 하나로 얼버무립니다. ‘날마다[daily]와 보통[usual]과 판에 박힌[routine]’은 뜻이 다른데도 ‘일상적’으로 뭉뚱그려버립니다. 또한 비슷비슷한 게 많습니다. 보기를 들면 양면적, 이중적, 가식적, 모순적, 위선적 모두 고만고만합니다.


 분류     

 적을 쪼개어 보겠습니다. 김재정 주석 2)씨는 조사가 붙으면 명사로 분류하고, 조사가 없으면 관형사로 분류했고, ‘가급적’과 ‘비교적’은 부사로 분류합니다. 그러나 가급적과 비교적은 형태만 관형사이나 실제로는 부사로 사용되는 별종입니다. 가급적은 ‘되도록’과 같은 뜻이고, 비교적도 ‘꽤’와 유사합니다. 실제로는 대부분 ‘○○적으로’ 형태가 부사입니다. “성공적으로 추진되다.”는 해석해보면 ‘잘 추진되다.’라고 해석됩니다.


 사람은 외모지상주의가 아닌 속마음으로 파악하듯 적(的)도 의미를 가지고 판단하겠습니다. 여기서는 관형사류 적(관형사·명사)과 부사로 사용되는 ‘○○적으로’ 두 가지로 구분합니다. 관형사류 적으로는 ‘적, 적인, 적이고, 적이다, 적이라는, 적이지 않다, 적이 아니다, 적이고+적인, 적이고+적이지만, 적이며+적이다, 적+적’ 형태가 있습니다. 부사로 사용되는 적은 ‘적으로, 적으로도, 적으로는, 적+적으로도, 적으로나+적으로’가 있고, 비교적과 가급적은 특별한 형태입니다. 


 고치기


 먼저 고치기 개요를 설명하겠습니다. 첫째 고유어는 ‘적(的)’을 탈피하는 가장 좋은 도구입니다. 둘째 조사로 고치거나 생략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특히 “경제적·사회적 여건”처럼 적이 연속으로 나오면 생략하면 됩니다. 셋째 다양한 용언으로 고칩니다. 넷째 형용사류 적(的)은 가깝다, 같다, 비슷하다, 유사하다, 흡사하다, 닮다, 답다, 롭다, 스럽다 따위로 바꿉니다. 마지막으로 부사로 사용되는 ‘○○적으로’는 우리말 부사로 변경합니다.

 고치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적(的)은 모양은 같더라도 구별해서 고쳐야 합니다. 


 첫째 빵에도 덜 건강한 빵과 건강한 빵이 있듯이 적(的)도 뒷말을 따라 부정 표현과 긍정 표현으로 구별해야 합니다. 보기를 들면 ‘열광적(熱狂的)’은 부정 표현인 미칠 광(狂)과 긍정 표현인 뜨거울 열(熱)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부정 표현인 “열광적 소비”는 “과도한 소비”로 순화합니다. 긍정 표현인 “열광적인 환호”는 “열렬한 환호”로 가다듬습니다. 

    

 둘째 와플, 케이크, 핫도그, 샌드위치도 모두 빵과 관련이 있습니다. 하지만 서로 다르므로 구별해야 합니다. 적(的)도 마찬가지입니다. 동음이의어를 잘게 나누어야 합니다. 세련된[sensitive], 유용한[sensible], 감각을 자극하는[sensuous], 감각 기관[sensory], 쾌락을 추구하는[sensual]을 모두 ‘감각적’으로만 표기해서는 안 됩니다.


 셋째 건빵이 빵에서 파생되었지만 빵과는 맛이 다릅니다. 적(的)도 마찬가지로 본래와 파생되었을 때로 다른 의미를 찾아야 합니다. 본디 “기록적 오류”는 “기록과 관련된 오류”입니다. 그러나 파생된 “기록적인 한파”는 “기록에 깨는 한파”로 다르게 해석해야 합니다.


 넷째 찹쌀도넛과 팥 도넛은 재료가 다릅니다. 마찬가지로 관형사류 적(的)과 무관하게 일본어 부사를 따라한 ‘○○으로’는 다르게 해석해야 합니다. 보기를 들면 “현장의 소리를 우선적으로 듣다.”는 “현장의 소리를 먼저 듣다.”라고 풀이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선적 효력”은 “우선권이 있는 효력”이라고 해석합니다. 여기서 관형사류 적(的)이란 조사가 붙지 않는 ‘○○적’ 형태인 관형사와 조사가 붙는 ‘○○적인’ 명사를 정의합니다. 

    

 빵을 마무리해보겠습니다. 접미사 적(的)은 서양 빵을 본떠 일본에서 만들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첨가제가 없다 보니 조사 ‘의’를 가져왔습니다. 또한  후치사 상당구나 형식 명사와 비슷한 뜻이 있습니다. 더 나아가 다양한 빵으로 구별하지 못하고 얼버무려 만들었습니다. 그러므로 빵을 잘게 쪼개듯 접미사 적(的)도 나누고 쪼개야 합니다.

     


주석 1) 정영숙, "日本語 接辭 "的"의 成立 및 韓國語로의 流入問題 考察," 日語日文學硏究(韓國日語日文學會) 제25권 제1호 (1994): 35-36쪽, http://www.riss.kr/link?id=A3052155, (2021. 4. 8. 확인).

주석 2) 김재정, 7급 재정국어, 제1권, 실용국어 (서울: 케이지패스원, 2013), 35쪽.  

        





언어 권력자의 칼잽이가 된 적

여러 가지로 해석해야 하는 적 

    

 접미사 적(的)은 두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글쓴이 감정을 숨길 수 있습니다. 언어 권력자는 대중에게 적이라는 칼을 휘두릅니다. 칼은 사람을 죽이기도 하지만 음식을 살리기도 합니다. 곧 부정과 긍정이 선악과처럼 공존합니다. 권위적 대통령 문화는 권위만 내세운다는 것을 교묘하게 돌려 비판합니다. 그러나 권위적 국제기관이라고 하면 없던 권위를 만들기도 합니다.

     

 다른 하나는 둘러대기가 좋습니다. 말과 글은 종이도 가르는 칼처럼 날이 서야 합니다. 그런데도 제조업자인 일본인이 접미사 적(的)을 만들면서 대충 틀에 부어 제작하였습니다. 서양문물을 서둘러 받아들이다 보니 칼이 아닌 무딘 호미가 되었습니다. 그래 가지고는 무 하나도 제대로 자르지 못합니다. 이런 녹슨 호미와 같은 적(的)으로 썩은 무라고 자르려면 어느 대장간에 가서 날을 세워야 하나요?

     

 이제 느낌이 오십니까? 여러 가지로 해석되는 적은 다음과 같이 고칩니다. 첫째 부정 표현과 긍정 표현으로 나누어 문장과 맞게 수정합니다. 둘째 다양한 동음이의어를 쪼개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처음 뜻과 파생된 뜻으로 분리해서 풀이해야 합니다. 특별히 처음과 파생된 뜻으로 나눈 적(的)에게 이름을 지어줍니다. 복합명사처럼 사용되므로 복합명사류 적이라고 이름을 짓고, 방 한 칸을 따로 내어 다음에 설명하겠습니다.     

 결론을 내리면 접미사 적(的) 뒤에 어떤 말이 오느냐에 따라 사람을 사망하게 하는 칼이 되기도 하고, 음식을 살리는 부엌칼로 변신하기도 합니다. 또한 같은 칼이라도 뒤에 나오는 재료마다 다른 칼을 사용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장어 꼬리를 드시면 장어 한 마리를 다 드신 겁니다. 그러므로 반드시 붙임을 참조하시어 머릿속으로 그려보시기 바랍니다. 이해하는데 편하도록 영어도 병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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