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거절당했다.
세상이 와르르 깨어진다.
존재가 물같이 녹아버린다.
그러나 오만과 편집도 깨어지고 녹아졌다.
내 마음의 한계가 균열을 이루며
균열사이로 새살이 돋으며
단단해졌다.
조금 더 커졌다.
흑백세계 아닌 회색세계도 보인다.
무엇보다
유한한 인간보다 더 좋은
무한한 그분을 알게 되는 축복.
평탄대로 잘 걷다가 갑자기 마주친 벽.
더 이상 못 나아가고 주저앉아 있을 때
앞으로 걷는 대신
위로 오르는 은혜.
내 힘 아닌 그분의 날개에 업혀.
질주하던 인생길에서 갑자기 길이 끊어지며 나타난 절벽.
앞으로도 뒤로도 갈 수 없다. 뛰어내릴 수밖에.
끝이구나 생각하고
눈 꼭 감고 뛰어내렸는데
아~ 죽지 않았다.
번지점프!
결코 땅에는 닿지 않는 줄을 준비하신 그분을 뵙는 은혜.
차곡차곡 쌓던 자랑스런 탑.
마지막 그 마무리에서 와르르...
울분과 안타까움으로 잠 못 이루는 밤들이 지나고서야 보이는
또 하나의 무너지지 않는 탑.
무너져야 완성되는 겸손이라는 능력의 탑.
거절의 축복.
사랑을 거절당하고
건강을 거절당하고
출세를 거절당하고
자존심이 거절당할 때
그때 비로소
우리는
바쁘게 달려가는 삶을 멈추고
주저앉아 생각하는 축복의 시간을 갖는다.
진짜 귀한것.
진짜 영원한것.
그리고 일상의 감사함을.
거절당한다고 진저리 치며 슬퍼했으나
지나보면
나를 사랑하시는 그분의 프로그램.
더 아름답고 영원한 것을 주시려는
거절이라는 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