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자기 입장에서만 생각할 때 우리는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을 한다.
요즘은 이 말을 줄여서 '내로남불'이라고 흔히들 사용한다.
대체 왜 우리는 스스로에게만 관대한 '내로남불' 태도를 갖게 되는 걸까?
문제는 정보에 있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서는 모든 상황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고속도로에서 무리하게 끼어들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면, 나는 왜 지금 끼어들어야만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알고 있다. 현재 너무 급한 일이 있고, 얌체처럼 끼어들려고 한 게 아니라 진짜로 내비게이션을 잘못 봐서 뒤늦게 알게 되었으며, 지금 끼어들지 못하면 30분 정도를 더 돌아서 가야 한다. 충분히 양보해 줄 만하지 않은가?
하지만 다른 사람이 끼어들기를 한다면?
그 사람에 대한 정보를 우리는 얻을 수 없다. 그냥 '운전을 그지같이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심지어 비상 깜빡이조차 안 누른다면 더 얄밉다.)
정보의 차이는 나와 상대방에 대한 기준이 다르게 적용될 수밖에 없는 핵심이다. 그리고 상대방에 대한 정보는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나 자신에 대한 정보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적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와 함께 일을 할 때에도 이런 정보의 차이에 따른 오해가 자주 발생한다. 어떤 프로젝트를 함께 하고 있는데 자꾸 나만 일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억울하지만 일을 끝내긴 해야 하니까 꾸역꾸역 하고 나면 함께 한 다른 사람들에 대한 불만이 쌓인다.
왜 그런 느낌이 들까?
내가 일을 한 것에 대해서는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다. 나는 이 일을 하기 위해서 매일 몇 시간에 걸쳐 리서치를 했으며, 주말도 반납하고 일하느라 가족들에게 핀잔을 들었고, 심지어 팀원이 만든 자료에 오타 수정도 내가 했으며... 등등 모든 정보들은 생생하게 내 머릿속에 들어 있다.
하지만 팀원이 한 일은 결과만 보인다.
내가 한 일에 대해서는 세세한 노력과 상황들이 전부 다 떠오르지만 다른 팀원이 한 리서치는 최종 정리본만 보이는 것이다.
정보의 불균형으로 인한 왜곡
한번 잘 생각해보자.
학교 때 조별 과제든, 직장에서의 프로젝트든 내가 무임승차했다고 생각한 적이 많은가 아니면 내가 뭔가 더 했다고 생각한 적이 더 많은가. 기본적으로 불성실한 태도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대부분 후자일 것이다. 분명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자기중심적 편향(egocentric bias)에 따른 인지적 왜곡이다. 자기중심적 편향은 어떤 상황에 대해 지나치게 자기 위주로 생각함으로 생기는 인지적 오류를 말하는데 이 때문에 스스로에 대해서는 더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관대한 태도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상대방도 똑같다.
상대방에게는 본인에 대한 정보들이 많고 당신에 대한 정보는 미미하다. 이런 정보의 불균형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자기 자신이 한 일은 크게 보이고 다른 사람이 한 일은 축소되어 보인다. 자기 자신이 한 잘못은 이유가 있기에 '그럴만한 일'이 되고 다른 사람이 한 일은 '이기적인 행동'이 된다.
화내기 전에 잠시 멈춤
결국 정보의 크기가 다를 수밖에 없는 두 사람 사이에 완벽하게 편안한 상태란 존재하기 어렵다. 크든 작든 서로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하다고 인식하고 이러한 인지적인 왜곡을 줄여나가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현명하다. 누군가에게 불만이 생겨 화내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잠시 멈추어 내가 나 중심적 사고를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보면 좋겠다.
내 삶에 있어서 모든 것이 나 위주로 돌아가듯 상대방의 삶에서도 그 사람 중심의 세계가 있다. 나에게 다양한 상황과 환경이 존재하는 것처럼 상대방에게도 그렇다는 것을 우리는 자주 잊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