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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새인 Sep 16. 2020

자기애가 너무 강하면 생기는 일

난 자기애가 강한 편이야. 


'난 자기애가 강한 편이야.' 혹은, '그 사람은 자기애가 강해서...'와 같은 말을 흔히 들어보았을 것이다. 자기애가 강하다는 말을 마치 '난 성격이 외향적이어서', '난 꼼꼼한 성격이어서'와 같이 단순한 성격적 특성을 나타내는 말인 것처럼 쉽게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자기애가 강하다는 말은 생각보다 포장이 잘 되어있는 말이다. 포장을 뜯어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자기애 vs 자존감


먼저 자기애와 자주 혼동되는 자존감과 자기애의 차이에 대해 알아보자. 자기애와 자존감은 비슷해 보이지만 다르다. 사전적 의미로 보면 자기애(self-love, self- attachment)는 자기의 가치를 높이고 싶은 욕망에서 생기는 자기에 대한 사랑이다(표준국어대사전). 자존감(self-esteem)은 스스로 품위를 지키고 자기를 존중하는 마음이다(고려대한국어대사전). 이렇게 사전적 의미를 보면 둘 다 좋은 말로 보인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자존감은 자신의 내적 준거를 기준으로 높고 낮음이 정해진다. 다른 누군가에 의한 기준이 아닌 자기가 정한 기준에 의해 정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기애는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욕망에서 출발하는데, 잘못 발현될 경우 자존감이 아닌 자존심만을 세우게 될 수 있다. 자존심은 남과 비교되어 느끼는 우월감으로써 타인의 관점을 기준으로 한다. 차이가 느껴지는가. 기준이 자신에게 있는가 타인에게 있는가는 엄청난 차이를 가지고 있다. 자존감은 높을수록 좋지만 자기애는 강할수록 좋은 것은 아니다. 





아니, 언제는 자기를 사랑해야 한다며?




다들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고 난리인데 무슨 말일까? 

자기를 사랑하는 게 나쁜 게 아니다. 자기애가 지나칠 때 문제가 되는데, 언뜻 생각해보면 '자기를 사랑하는 건 좋은 건데, 과하면 좀 어떤가?'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렇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자존감을 높이는 필수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기애가 지나친 경우 자기애는 더 이상 자기에 대한 순수한 의미의 사랑이 아니다. 깊이 들여다보면 과도한 자기애의 뿌리에는 불안정함과 인정받고 싶은 욕구의 결핍이 뒤섞여있다. 결핍을 채우려는 욕구로 인해 자신을 과하게 보호하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그만큼 너무나도 소중한 나 자신이기 때문에 두꺼운 갑옷을 입고 작은 자극도 공격이라고 인식해 예민하게 반응하게 된다는 것이다. 






자기애가 너무 강한 사람들의 특징


자기애가 지나치게 강한 사람들의 특징 몇 가지가 있다. 

이들은 자신에게 긍정적인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들과만 관계를 맺고 부정적인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들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자신의 부정적인 면을 보려고 하지 않으며 남의 비판을 수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의 경우 주변에 쓴소리 하는 사람을 잘 두지 않기 때문에 사탕발림을 하는 사람들만 곁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누군가가 자신에게 불편한 이야기를 하면 무의식적으로 자기를 보호하려는 욕구가 작용하여 자신의 잘못을 합리화시키고 화살을 상대방에게 돌린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 상대방은 이 관계에 지치게 되고 장기적으로 좋은 관계를 이어가기 힘들다. 또한 불편한 이야기는 주로 윗사람이 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직장 상사, 선배 등과 관계 맺기를 어려워하기도 한다. 이들은 자신이 비판을 받을 때 심할 경우 공격성을 보이기도 하는데 (서수균, 권석만, 2002; 임지영, 2011; Baumeister et al., 2000; Twenge & Campbell, 2003) 극단적인 예시이긴 하나 살인범, 강간범, 폭력범들을 보면 의외로 자신에 대하여 과다하게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자기상에 위협을 느낄 때 폭력을 저지르는 것으로 나타난다. (Gilovich et al., 2006))







꿈과 환상의 세계


이처럼 비판을 잘 수용하지 못하면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인지하고 개선, 보완해 갈 여지가 별로 없기에 자기 자신의 성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2011년 가수 2NE1의 '내가 제일 잘 나가'라는 노래가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다. 이 노래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비교적 많이 의식하는 한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어 이와 비슷한 느낌의 태티서의 'twinkle', 언니쓰의 '맞지?', 최근 차트 역주행을 한 비의 '깡'등과 같은 자기애 넘치는 노래들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노래 가사처럼 자기애가 강한 사람들이 마치 '쿨'한 사람인 것처럼 인식되기도 한다. 


하지만 진짜 잘 나가는 사람들을 한번 보자. 그들의 성공 스토리를 접해보면 '다 필요 없고 내가 제일 잘 나가'  마인드로 성공한 사람은 드물다. 다른 사람들의 비판을 열린 마음으로 수용하고 항상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에 노력을 거듭하고, 자존심 상하는 일도 견뎌가며 꿋꿋이 버텨낸 사람들이 성공한다. 결국 자기애는 살아가는 데에 에너지를 주는 원동력이 될 수 있지만 지나칠 경우 '내가 제일 잘 나간다'는 자신만의 환상의 세계에 머물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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