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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조언이 안 먹히는 이유

다 너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 왜 안 들어?!!

by 송새인
다 너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





살면서 꽤나 자주 들어봤을 법한 말이다. 하지만 나를 생각해서 해주는 말이라는 데도 우리는 그 말에 크게 무게를 두지 않는 것 같다. 그냥 잔소리로 생각해서 흘려듣거나 아니면 아예 기분이 상하기도 한다.


분명 나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라는데 왜 그 말이 그렇게 잘 안 먹힐까?






나를 생각해주는 걸 싫어할 사람은 별로 없다.

예를 들어,

"너 생각나서 오는 길에 너 좋아하는 빵 사 왔어."

"문득 너 생각나서 지나가다가 들렀어."

"너 생각해서 너희 집 근처로 약속 장소 잡았어."


이 말 중 거슬리는 말이 있는가?

거슬리기는커녕 마음이 따뜻해지는 말들이다.


하지만 "너 생각해서 하는 말"은 불편하다.

진심으로 나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라는 생각이 잘 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 안에 담겨 있는 진짜 의미가 무엇이길래 우리는 이 말이 진심으로 느껴지지 않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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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언에 숨겨진 세 가지 의미




"너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

이 말에는 주로 다음 세 가지의 의미가 숨겨져 있다.





1. 너 그러는 거 꼴 보기 싫다.


상대방의 행동이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데 솔직하게 '너 그러지 말라.'고 말하면 기분 나빠하거나 반발심이 들까 봐 마치 상대방을 위해서 하는 말인 것처럼 그럴듯하게 포장하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


불만을 얘기하면서 앞이나 뒤에 ‘다 너 생각해서’라는 말을 붙임으로써 강압적 느낌을 완화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다.


‘너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가 들어갈 위치에 ‘너 그러는 거 꼴 보기 싫어서 그러는데...’를 넣어보면 꽤 잘 어울린다.


(ex. 사람들 말할 때 끼어들지 좀 마. 너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 → 사람들 말할 때 끼어들지 좀 마. 너 그러는 거 꼴 보기 싫어서 그래.)





2. 내가 너보다 잘났다.


사람은 상대방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할 때 주로 조언을 한다.

극단적인 예를 들면, 빌 게이츠가 늦잠 자는 습관이 있다고 치자. "당신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 일찍 일어나는 습관 좀 들이세요."라고 조언을 할까? 글쎄. '내가 지금 남 걱정할 때가 아니지;;;' 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즉, 누군가가 너 생각해서 하는 말이라며 조언을 시작하는 건 상대적으로 자신이 우월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이런 느낌을 감지하고는 불편한 마음이 생긴다. 무의식적으로 '니가 뭔데?'라는 반감이 드는 것이다.





3. 내 말대로 해라.


너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라며 결국은 상대방이 고쳐줬으면 하는 부분을 언급한다. 그리고 그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면 상대방을 통제하고자 하는 욕구가 담겨있다. 정말로 생각해서 하는 말이라면 상대방이 내 말에 따르지 않았을 때 가슴 깊이 안타까운 마음이 들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은 안타까운 마음이라기보다는 열이 받는다. 내가 '너를 생각해서 하는 말'로 고상하게 타일렀는데도 불구하고 바뀌지 않는다면 나중에는 언성까지 높아지며 "내가 그거 하지 말랬지!!!"로 바뀌는 장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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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움직이려는 얕은수



어떤 사람들은

'나니까 이런 말해 주지 누가 너한테 이런 얘기 해 주겠니. 안 그래?'

라며 오히려 자신을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는 투로 말한다.



그런데 그 말이 더 얄밉다. 당신이 누군데?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고 한들 그걸 무기로 상대방을 움직이려고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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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생각해준다는 말은 참 쉽다.

너 생각이 나서 빵을 사오는 것, 지나가다가 들르는 것, 상대를 배려해서 자신한테는 더 먼 쪽으로 약속 장소를 잡는 것은 수고로움이 따른다.

하지만 '말'은 너무 쉽다.

그래서 '너 생각해서 하는 말'이라는 말은 진심으로 '생각해서'가 아니더라도 쉽게 내뱉을 수 있다.




상대를 비난하고 통제하고자 하는 마음을 '조언'이라는 이름으로 합리화시켜서는 안 된다.

아무리 예쁜 말로 포장해도 우리는 사람이기에 진심인지 아닌지 마음으로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수없이 많은 조언을 해도 상대는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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