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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새인 Feb 16. 2022

내 조언이 안 먹히는 이유

다 너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 왜 안 들어?!!

다 너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





살면서 꽤나 자주 들어봤을 법한 말이다. 하지만 나를 생각해서 해주는 말이라는 데도 우리는 그 말에 크게 무게를 두지 않는 것 같다. 그냥 잔소리로 생각해서 흘려듣거나 아니면 아예 기분이 상하기도 한다.


분명 나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라는데 왜 그 말이 그렇게 잘 안 먹힐까?






나를 생각해주는 걸 싫어할 사람은 별로 없다. 

예를 들어, 

"너 생각나서 오는 길에 너 좋아하는 빵 사 왔어."

"문득 너 생각나서 지나가다가 들렀어."

"너 생각해서 너희 집 근처로 약속 장소 잡았어."


이 말 중 거슬리는 말이 있는가?

거슬리기는커녕 마음이 따뜻해지는 말들이다. 


하지만 "너 생각해서 하는 말"은 불편하다. 

진심으로 나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라는 생각이 잘 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 안에 담겨 있는 진짜 의미가 무엇이길래 우리는 이 말이 진심으로 느껴지지 않는 걸까? 









조언에 숨겨진 세 가지 의미




"너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

이 말에는 주로 다음 세 가지의 의미가 숨겨져 있다. 





1. 너 그러는 거 꼴 보기 싫다.


상대방의 행동이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데 솔직하게 '너 그러지 말라.'고 말하면 기분 나빠하거나 반발심이 들까 봐 마치 상대방을 위해서 하는 말인 것처럼 그럴듯하게 포장하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 


불만을 얘기하면서 앞이나 뒤에 ‘다 너 생각해서’라는 말을 붙임으로써 강압적 느낌을 완화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다. 


‘너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가 들어갈 위치에 ‘너 그러는 거 꼴 보기 싫어서 그러는데...’를 넣어보면 꽤 잘 어울린다. 


(ex. 사람들 말할 때 끼어들지 좀 마. 너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 → 사람들 말할 때 끼어들지 좀 마. 너 그러는 거 꼴 보기 싫어서 그래.)





2. 내가 너보다 잘났다.


사람은 상대방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할 때 주로 조언을 한다.  

극단적인 예를 들면, 빌 게이츠가 늦잠 자는 습관이 있다고 치자. "당신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 일찍 일어나는 습관 좀 들이세요."라고 조언을 할까? 글쎄. '내가 지금 남 걱정할 때가 아니지;;;' 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즉, 누군가가 너 생각해서 하는 말이라며 조언을 시작하는 건 상대적으로 자신이 우월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이런 느낌을 감지하고는 불편한 마음이 생긴다. 무의식적으로 '니가 뭔데?'라는 반감이 드는 것이다. 





3. 내 말대로 해라.


너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라며 결국은 상대방이 고쳐줬으면 하는 부분을 언급한다. 그리고 그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면 상대방을 통제하고자 하는 욕구가 담겨있다. 정말로 생각해서 하는 말이라면 상대방이 내 말에 따르지 않았을 때 가슴 깊이 안타까운 마음이 들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은 안타까운 마음이라기보다는 열이 받는다. 내가 '너를 생각해서 하는 말'로 고상하게 타일렀는데도 불구하고 바뀌지 않는다면 나중에는 언성까지 높아지며 "내가 그거 하지 말랬지!!!"로 바뀌는 장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상대를 움직이려는 얕은수



어떤 사람들은 

'나니까 이런 말해 주지 누가 너한테 이런 얘기 해 주겠니. 안 그래?'

라며 오히려 자신을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는 투로 말한다. 



그런데 그 말이 더 얄밉다. 당신이 누군데?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고 한들 그걸 무기로 상대방을 움직이려고 해서는 안 된다.  












누군가를 생각해준다는 말은 참 쉽다.  

너 생각이 나서 빵을 사오는 것, 지나가다가 들르는 것, 상대를 배려해서 자신한테는 더 먼 쪽으로 약속 장소를 잡는 것은 수고로움이 따른다. 

하지만 '말'은 너무 쉽다. 

그래서 '너 생각해서 하는 말'이라는 말은 진심으로 '생각해서'가 아니더라도 쉽게 내뱉을 수 있다.




상대를 비난하고 통제하고자 하는 마음을 '조언'이라는 이름으로 합리화시켜서는 안 된다.

아무리 예쁜 말로 포장해도 우리는 사람이기에 진심인지 아닌지 마음으로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수없이 많은 조언을 해도 상대는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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