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와 베짱이 이야기에서 개미는 부지런한 이미지로 그려진다.
하지만 사실 생각보다 많은 개미들이 부지런하지 않다는 것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평균 65마리 정도로 구성된 20개의 개미 집단을 관찰해 보니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게으른 개미’가 각 집단의 무려 40% 정도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미있는 건 이때 부지런한 개미 중 20%를 덜어내면 게으른 개미 중 일부가 갑자기 부지런해진다고 한다.
할 수 있으면서 안 하는 얄미운 개미들이 있었던 셈이다.
조직에서는 이런 얄미운 개미들이 골치 덩어리다.
모두가 최선을 다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면 좋을 텐데 생각처럼 쉽지 않다.
조직은 효율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 각자의 분야에 집중해서 협업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론적으로는 매우 훌륭한 체계다.
하지만 여기에 문제가 있다.
어떤 사람은 최선을 다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잘 할 수 있지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특히 구성원의 수가 많을 때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구성원 수에 따른 공헌도의 차이
프랑스의 농업전문 엔지니어인 링겔만(Maximilien Ringelmann)의 실험에서는 집단 구성원의 수에 따른 공헌도의 변화를 측정했다. 실험은 힘 측정 장치가 달린 줄을 설치한 후 줄을 당기는 인원에 변화를 주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산술적으로 보았을 때는 각 개인의 힘의 합을 더한 값이 전체의 힘이 되어야 할 것 같지만 결과는 다르게 나왔다. 개인의 힘 크기를 100%라고 보았을 때 줄을 당기는 인원수를 3명으로 늘리면 85%로 낮아졌고, 8명으로 늘리면 64%까지 낮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구성원의 수가 늘어날수록 공헌도가 낮아진 것이다.
이런 일은 여러 사람들이 모인 집단에서는 흔히 볼 수 있다.
기대만큼 노력을 보여주지 않는 팀원들 때문에 화가 났던 경험 한두 번쯤은 있을 것이다.
링겔만의 줄다리기 실험과는 달리 실제 상황에서는 정확하게 공헌도를 측정할 수 없기 때문에 참 애매하다.
공헌도가 낮은 사람도 ‘팀’이라는 이름으로 공적은 함께 나누게 되니 얄밉다.
조직 입장에서도 손해가 크다.
모두가 100% 아니, 120%를 달성해 주기를 기대하며 사람들을 한데 모았는데 120%는커녕 할 수 있는 만큼도 하지 않는다면 실망이 클 것이다.
책임이 분산될 때 일어나는 일
그렇다면 이런 현상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는 하겠지.’
‘나 하나쯤 조금 덜 해도 뭐 크게 문제 되겠어?’
‘나 하나 열심히 한다고 한들 뭐가 달라지겠어?’
‘나 혼자 최선을 다해도 알아주는 사람도 없는데 뭐.’
이런 생각들이 하나 둘 모여 결국 전체의 합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책임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내가 좀 덜 해도, 더 해도 티가 안 날 거라는 생각을 갖기 쉽다.
작년 미국 필라델피아의 열차 안에서 한 여성이 노숙인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
40분간 일어난 범죄 현장에는 다수의 승객들이 있었으나 그들 중 아무도 신고하거나 범행을 막으려고 하지 않았다. 이처럼 사람이 많을수록 어려움을 보고도 도움을 주지 않는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방관자 효과(bystander effect)라고 한다.
만약 이 상황에서 승객이 단 한 명 있었다면 어땠을까?
방관자 효과를 증명한 다수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사건 현장에 한 명의 승객이 있었다면 아마 신고했을 가능성이 더 높다.
내가 아니면 안 되기 때문이다.
역할의 명확성과 보상
이처럼 책임감은 사람을 행동하게 만든다.
조직 내에서는 역할을 분명하게 정의함을 통해 각 개인의 책임감을 높일 수 있다.
구성원들에게 주어진 역할이 구체적이고 명확할 때 책임을 전가하지 않고 오롯이 본인에게 기대되는 역할에 충실할 수 있다.
책임이 분산되면 보상도 명확하지 않다.
누구에게 보상이 돌아가야 할지 애매하기 때문에 뭉뚱그려서 ‘다 잘하거나 다 못하거나’로 비춰지기 십상이다.
역할이 분명해야 그에 따른 직접적인 보상도 가능해진다.
그렇다고 열심히 한 사람들에게 모두 엄청난 인센티브를 제공하라는 말은 아니다.
물론 가능하다면이야 좋겠지만 대부분의 조직은 한정된 자원 안에서 최상의 성과를 목표로 하기에 쉽지 않다.
또한 금전적 보상은 금액이 ‘상당히’ 커야 자신의 노력에 상응한다고 느낄 수 있다.
돈은 노동을 시장의 원리로 접근하게 만들기 때문에 얼마를 받더라도 자신의 노력에 비해서는 부족해 보인다.
반면 심리적 보상은 생각보다 큰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시간당 만 원을 줄 테니 1시간 동안 쓰레기를 주워 달라고 하면 거절하지만 다음 세대를 위해 환경 보호에 동참해달라고 하면 기꺼이 할 사람들이 많다. 이처럼 마음을 움직이는 보상은 노동↔돈의 교환 관계로 보는 것보다 자긍심과 소속감을 높여주어 장기적인 몰입을 가능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