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차-2부) 우유니 데이투어, 잉카섬, 선셋투어, 소금호텔 숙박
★ 5일차-2부) 이동 경로 및 비용
(입장료) 우유니 소금사막 내 잉카섬 입장료(30볼(5,000원))
(숙소서비스 요금) 인터넷 20볼, 샤워 10볼 (도합 30볼(5,000원))
2014년에 볼리비아를 방문한 한국인은 대략 4천명 정도였는데, 코로나 직전에는 1만 6천명까지 늘어났다고 한다. 코로나 이후 요즘은 아마도 1년에 2만명 정도의 한국인이 볼리비아를 방문한다고 추측해본다다. 그리고 볼리비아를 방문한 대부분의 한국인은 우유니를 방문한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다만 한국인의 우유니 방문은 12월 ~ 2월 사이에 몰려있고, 그 이외의 기간에는 드물게 방문한다고 한다. 이에 반하여 중국인이나 서양 여행객은 연중 꾸준하게 방문하고 있다고 한다. 특이한 것이 일본 여행자들인데, 이들은 그룹 투어보다는 개인 투어를 선호한다고 가이드 루이는 얘기를 한다. ^^
★ 2박 3일 우유니 투어 : 1일차 - ③ 우유니 데이투어
2박 3일의 1일차 오후 투어의 시작은 우유니 여행사들에서 데이투어 라는 상품으로 판매되고 있는 것과 똑같은 코스다. 우유니 소금사막에 들어가서 다채로운 활동을 하면서 사진을 찍는 일정이다. 점심을 먹은 후 차량 탑승은 3열에 앉아있던 네덜란드 커플이 중앙으로 오고, 중앙에 앉았던 스위스 아가씨+페루 아저씨가 3열로, 그리고 내가 2열로, 2열의 홍콩 선생님이 1열로 옮겼다. 그러니까 나는 네덜란드 커플과 2열에 앉게 되었다.
차장 바깥으로 황토색 흙과 하얀색 소금으로 덮여진 우유니 소금호수(스페인어 Salar de Uyuni, 영어 Uyuni Salt Flats)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직 차량이 호수에 진입하기 전이기 때문에 호수 가장자리의 흙과 소금이 섞여있는 색깔을 보여주는데, 차량이 소금 호수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면서부터는 본격적인 하얀색 소금밭, 즉 염평선의 시작이다. 다만 9월은 건기의 한 중심이기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큰 거울'이라는 별칭이 붙은 우유니 소금사막의 모습을 느낄 수는 없다. 하지만 구름 하나 없이 지나치게 파란 하늘과 눈처럼 하얀 소금, 내리쬐는 강열한 태양의 조합은 겨울 우유니 소금사막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권이다.
소금사막에서 제일 먼저 방문한 곳은 우유니 소금사막을 관통하는 극지 자동차 경주대회인 다카 랠리 기념 조형물이다. 볼리비아 정부에서 국가 이미지 제고, 관광 부흥 등의 명분으로 유치에 성공 후 2014년부터 4년 동안 소금 호수를 관통하는 코스로 진행했었다. 엄청난 소음을 내며 소금 호수를 달리던 경주용 자동차는 많은 예산이 필요하였으며, 특히 소금호수 내 환경 문제까지 야기시켰다. 그래서 지금은 더이상 자동차 경주하는 모습을 볼 수는 없지만, 여전히 다카 랠리 기념 조형물은 남아있다. 희안하게도 이 기념 조형물을 목도한 그 순간부터 내가 드디어 우유니 소금호수에 왔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우리 일행 6명은 순서를 기다리면서 다카 볼리비아 기념 조형물 아래에 포즈를 취하고 가이드는 사진을 찍어주었다. 이때 6명 모두의 스마트폰으로 찍지는 않고, 가장 최신형 폰을 갖고 있는 사람 2개 정도로만 촬영 후 사진을 공유하기로 했다. 아시다시피 남미 여행은 좋은 스마트폰을 갖고오면 도난의 표적이 되기 때문에 일부러 예전 스마트폰을 갖고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우리팀 아이폰 중에서는 내가 갖고 있던 4년된 아이폰 12 프로 맥스가 최신형 스마트폰으로 선정되는 영광을 차지하게 되어, 이후에도 계속 단체 촬영용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다카 랠리 기념 조형물에서 걸어서 한 200미터 정도가면 우유니 소금사막을 대표하는 소금호텔이 나타난다. 지금은 우유니 소금호수 내에 건물을 짓는 것이 법으로 금지되었지만, 예전에는 가능했고, 그때 지어진 건물이 아직까지 남아서 활용이 되고 있다. 다만 더이상 호텔로써 사용되지는 못하고, 투어사 여행객들의 점심 식사 장소 및 화장실 사용 등으로만 이용이 되고 있다. 물론 약간의 기념품도 구매가 가능하다. 그렇다면 오늘 1박을 할 소금 호텔은 어디에 있는가? 소금호수 안이 아니고 바깥 지역에 소금호수의 소금 벽돌을 기둥과 바닥으로 사용하여 건물(집)을 만든 곳을 소금호텔이라 부르고 그곳에서 1박을 하는 것이다.
구) 소금호텔 옆에는 만국기가 겨울의 우유니 소금호텔을 관통하는 강력한 바람에 펄럭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한국에서 거의 이틀 가까이 비행기와 버스를 타고 와야 도착할 수 있는 이역만리 타국에서 바람에 펄럭이는 태극기를, 그것도 2개나 목도한 순간이 사뭇 색다른 감정, 즉 국격제고의 국뽕이 올라오는 순간이다. 어떻게 소금사막 한가운데서 뜨거운 태양과 강력한 바람을 이기고서 이렇게 태극기가 온전하게 펄럭일 수 있을까하는 궁금증은 전)볼리비아 대사인 김학재 대사님이 쓴 '나의 볼리비아, 우유니 볼리비아'를 읽어보면 알 수 있다. 대사관에서는 여행사 관계자들에게 만약 태극기가 손상이 되었다면 바로 볼리비아 대한민국 대사관에 연락할 것을 당부한다고 한다. 물론 이곳을 여행하는 한국인들에게도 부탁을 한다고 한다. 그 연락을 받으면, 대사관에서는 새로운 태극기로 교체한다고 한다.
다카 랠리 기념 조형물, 소금호텔 인근의 만국기(태극기) 일정을 마치면, 다시 SUV 차량을 타고 우유니 소금사막 한가운데로 약 30분 정도 이동한다. 우유니 소금사막을 가장 길게 횡단하면 160킬로미터, 짧게는 90킬로미터라고 하니, 그 어마어마한 넓이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다. 예전에는 차량없이 여행자들이 걸어서 호수에 들어올 수도 있었는데, 길 잃은 여행자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뒤부터는 금지되었다고 한다.
아무것도 없는 한가한 곳에 차를 세운 가이드 루이는 재밌는 사진을 찍는 포토타임을 갖자고 제안하면서, 공룡 모형 1마리를 갖고서 차에서 내린다. 드디어 우유니 인생사진 촬영 시작이다. 살면서 오늘 처음 만나서 같이 점심 먹은 우리들은 여전히 서먹서먹한 사이다. 그래도 사진 찍으면서 또 친해질 수도 있으니까, 마지못해 나와서 같이 포즈를 잡아본다. 스마트폰을 받은 가이드 루이는 엎으려서 우리에게 다양한 포즈를 취하라고 하는데, 참 뻘줌하더만ㅎㅎㅎ 그나마 일행 중 홍콩 선생님이 어제 우유니 별빛 및 일출(Starlight & Sunrise) 투어를 한 경험이 있어서 여러가지 포즈도 먼저 잡아주고, 어떻게 점프하는지 등에 대한 추천도 해줬다. 무엇보다 나의 아이폰의 Live 기능을 활성화시켜서 가이드가 사진을 잘못찍더라도 제일 잘나온 타이밍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세팅도 해줬다. 그렇게 단체 사진을 몇장 찍은 뒤에는 개인 사진도 찍고, 각자 그룹으로 나뉘어서 서로 사진을 찍어주는 시간도 가졌다. 약 1시간 가량 이런 저런 사진을 찍었는데, 건기라서 맑은 하늘 아래 사진 찍기에는 무척 편했지만, 비가 내리지 않는 건기에 우리들이 우유니에서 바라는 인생사진(세상에서 가장 큰 거울 효과)을 건지는 것은 어려웠다. 더구나 내가 이용한 투어사는 사진 소품이 딸랑 공룡 인형 1마리가 전부였다. 또한 그가 제시하는 포즈도 그렇게 많지 않았다. 무엇보다 가이드 루이는 사진찍는 기술에는 잼병이었다. 그가 찍은 사진은 거의 구도나 타이밍이 엉망이었다. 우유니에서 인생 사진을 건지고 싶은 분은 여행사 상품 가격에 신경쓰지 마시고, 꼭 사진을 제대로 멋지게 잘 찍어주는 가이드가 있는 여행사를 꼭 선택하길 바란다(아리엘 여행사가 사진을 정말 잘 찍는다고 함). 나야 우유니 소금사막에서 인생 사진을 찍는게 목적이 아니어서 딱히 불만은 없었다.
단체로 찍은 사진은 일행 중 아이폰을 사용하는 유저들에게는 에어드롭(Airdrop) 기능을 이용하여 바로 전송할 수 있어서 너무나 편했다. 특히 와이파이나 데이터통신이 제공되지 않는 우유니 소금사막 한복판에서도 애플이 자체 개발한 에어드롭 기능으로 매우 빠르게 수십 메가바이트의 거대 용량 사진과 동영상이 단 몇초만에 일행들의 아이폰으로 복사되는 것을 보고는 애플의 독자 기술력이 정말 강하다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와이파이나 데이터 통신 없이 스마트폰끼리 자유자재로 데이터를 옮길 수 있는지... 참 대단하다고 생각이 아니들 수 없었다. 역쉬 외국을 여행할 때에는, 특히 우유니에서 외국 친구들과 여행할 때에는 무조건 아이폰을 들고가라고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 2박 3일 우유니 투어 : 1일차 - ④ 우유니 소금사막 내 잉카섬(Isla Incahuasi, 혹은 Isla del Pescado (Fish island))
우유니 소금사막 한 가운데서 단체 및 개별 사진 촬영을 마친 뒤, 우리는 잉카와시 섬(잉카의 집, 혹은 물고기섬으로 불리움)으로 이동했다. 우유니 소금사막 한 가운데에 약 250,000 제곱미터 넓이의 작은 섬이 하나 있다(가로x세로 500미터씩이면 딱 250,000제곱미터임). 가장 가까운 호수가(육지)와의 거리는 14.5킬로미터 떨어져있다. 섬의 최고도는 3,822미터. 우유니 소금사막의 고도가 3,656미터니까 약 170미터 정도 올라가는 등산이 필요하다.
우리가 잉카섬 앞 주차장에는 이미 수십 대의 SUV 차량이 도착해있었다. 가이드 루이는 입장료가 30솔(약 5,000원)이며, 화장실 이용료가 포함되어있다고 한다. 사진은 젬병인 우리 가이드 루이는 설명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한다. ㅎㅎㅎ 일단 모여서 루이로부터 잉카섬에 대한 전체적인 설명을 듣는데, 가장 놀라운 것은 섬을 지배하고 있는 키가 무척 큰 선인장(Leucostele atacamensis (cardón))은 1년에 고작 1센티 정도 자란다고 한다. 따라서 이 섬에서 가장 큰 선인장의 높이가 10미터 정도된다고 하는데, 무려 1천년의 세월을 견딘 것이다. 1미터짜리 자그마한 선인장도 무려 100년을 살고 있는 것이다.
약 1시간 정도 자유시간이 주어졌고, 우리는 잉카섬을 찬찬히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고도가 이미 3600미터가 훌쩍 넘기 때문에, 심지어 최고 고도는 3800미터가 넘으므로, 조금만 걸어올라가도 숨을 할딱거릴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잉카섬에서 우유니 소금사막을 조망하는 것은 차량이나 소금호수 내에서 바라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뷰를 선사했다. 살짝 데자뷔가 되었던 것은 러시아 바이칼 호수, 아니 몽골 홉스굴 호수 한가운데 있던 달라인 모돈 후이스 섬(Dalain Modon Khuis Island) 에서 바라보았던 홉스록 호수가가 제일 생각이 났다. 그곳에서는 배들이 섬과 파란 호수를 가로지르면서 호수가까지 왕복했는데, 이곳은 하얀 소금바닥 위를 SUV 차량이 섬과 육지를 왕복하고 있는 것만 틀릴 뿐이다.
★ 2박 3일 우유니 투어 : 1일차 - ⑤ 우유니 선셋투어
1일차 투어의 마지막은 선셋투어다. 잉카섬에서 다시 차량에 탑승한 우리는 자리를 또 바꿨다. 나와 홍콩 선생님이 3열, 2열에는 네덜란드 커플과 페루 아저씨, 1열 조수석에는 스위스 아가씨가 앉았다. 모든 사람이 3열의 불편함을 체험하는 것이 우리 그룹의 차량 좌석 로테이션이었고, 이것은 다음날도 이어졌다.
가이드 루이는 선셋투어를 하기 위한 장소로 저녁 숙소와 가까운 우유니 호수 남쪽으로 향했다. 참고로 우유니 호수에서는 인터넷이나 전화가 전혀 연결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같으면 기지국 몇개를 진즉에 설치했을텐데, 남미 최빈국 볼리비아에서는 절대 기대할 수 없다. 이러한 오지에서는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에서 제공하는 위성인터넷 스타링크(Starlink)가 최선의 선택일텐데... 지구 저궤도인 300~500킬로미터에 위치한 인공위성에서 제공하는 인터넷 서비스의 속도가 초당 100 메가바이트가 넘는다. 더구나 지상에 설치할 것은 스타링크용 접시 하나면 충분하니까 별도이 지상 인프라도 필요가 없다. 앞으로 수년 내 볼리비아도 이러한 혜택을 누릴 것으로 기대해본다.
서서히 서쪽으로 해가 뉘엇뉘엇 지기 시작했을 때 가이드 루이가 우리를 SUV 차량 뒤쪽으로 부른다. 갔더니 와인과 치즈, 감자칩, 음료수 등이 세팅되어있었다. 바로 선셋투어의 하이라이트, 와인 한잔 하면서 일몰을 감상하는 것이다. 칠레산 와인이냐고 물어봤더니, 볼리비아 와인이라고 한다. 엥? 볼리비아에 와인도 생산되나? 한국 영동 포도로 만든 와인같은 걸까?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알고보니 볼리비아 제일 남쪽의 아르헨티나 접경지역에 타리하(Tarija)주가 있는데, 이곳이 볼리비아 와인의 산지라고 한다. 아르헨티나 제 1의 와인도시가 멘도사인데, 볼리비아에서는 타리하라고 한다. 타리하 지역은 고도 2000미터 정도이고, 지역을 관통하는 과달키비르 강이 있어서 포도를 키우기에 매우 적합한 자연환경을 제공한다고 한다. 더구나 최근에는 와인 품평회에 출품하여 상까지 받은 와인까지 생산될 정도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가? 여행사에서 무료로 제공한 와인이 그렇게 비싸지도 않은 평범한 와인일텐데, 우리 일행들은 모두 볼리비아 타리하 와인의 맛에 대만족했다. 술을 잘 마시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이탈리아 투스카니 레드 와인을 좋아하는 나, 아닌가. 한 모금 마셨을 때 가볍지 않은 바디감과 살짝 은은한 단맛이 딱 초보자가 마시기에 좋은 와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와인 한잔해서 기분도 알딸딸한데, 해는 왜이렇게 빨리 지는지... 거의 초고속으로 해가 서쪽 산 아래로 사라졌다. 그리고는 갑자기 주위가 보라색으로 변했다. 금방 어두워지는 것이 아니고, 보라색이 꽤 오래동안 지속되는 느낌이었다. 캄보디아 씨엠립 프놈바켕에 가서 일몰을 본 적이 있는데, 열대 정글 사이로 해가 사라지자마자 주위는 암흙이었다. 헌데 이곳은 인도네시아 발리의 꾸따비치 일몰처럼 해가 져도 그 여운이 꽤 오랫동안 지속되어서 우리들은 모호한 하늘 색깔과 소금호수 색깔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 2박 3일 우유니 투어 : 1일차 - ⑥ 소금호텔
다시 차량에 탑승한 후 오늘의 숙소, 소금호텔로 이동했다. 이동 시간은 대략 50분 정도. 가는 길이 비포장 도로의 연속이라서 꿀렁꿀렁한 길이 계속 이어졌다. 그러다가 갑자기 핸드폰이 연결이 되었다가 끊겼다가를 반복한다. 과연 오늘 1박할 소금호텔은 과연 어떤 곳일까? 기대를 하는게 좋을까? 안하는게 좋을까? 기대를 해야지.
산 페드로 라는 자그마한 마을에 도착한 것은 저녁 7시가 조금 넘었을 때다. SUV 차량 위에 실려진 각자의 배낭이나 캐리어를 받아들고 소금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가운데 6인용 식탁이 6개가 있고, 그 주위로 방이 쭈루루룩 벽을 따라 배치가 되어있다. 호텔 바닥은 우유니 소금벽돌을 작은 자갈로 만든 것이 깔려져있었다. 그래서 캐리어를 끌고 가지는 못하고 들어서 이동할 수 밖에 없었다. 각자 방을 배정받고(2인실 2개, 1인실 2개. 나와 홍콩 선생님은 1인실로 ^^) 짐을 방에 갖다놓았다. 2인실을 혼자 사용하니까 무척 방이 넓다.
일단 저녁을 먼저 먹었다. 이것도 투어 비용에 포함되어있지. 이곳 소금호텔 주방에서 갓 만들어서 제공해주는 식사라서 그런지 따듯했다. 하지만 별로 배가 고프진 않았다. 아직까지 고산에 완벽하게 적응하지 못한 내 몸 아닌가? 더구나 어제 밤 라파스에서 야간버스를 타고 아침에 우유니 도착하자마자 바로 투어를 시작했기 때문에, 버스에서 잠을 약 2시간 정도밖에 못잤기 때문에 식욕이 별로 땡기지 않았다. 따듯한 차를 많이 마시고, 약간 허기를 없애는 정도의 식사만 했다. 우리 일행 6명은 오늘 처음 만나서 두번째 식사를 같이하고, 하루 종일 같이 투어를 하면서 보냈기 때문에 아침에 처음 만났을 때보다는 서먹서먹함이 많이 사라진 상태였다.
식사를 거의 마쳤을 때쯤 가이드가 와서 내일은 가야할 길이 멀기 때문에 아침 7시 반에 식사를 할 것이라고 얘기한다. 샤워는 10볼이고, 수건은 5볼, 인터넷은 20볼이라고 한다. 내가 라파스에서 구입한 티고 유심은 이곳에서 터지지 않았다. 하지만 홍콩 선생님이 구입한 엔텔 유심은 빵빵하게 잘 터져주고 있었다. 가이드도 엔텔을 사용한다고 한다. 우유니로 투어오시는 분들은 무조건 엔텔로 가입하기 바랍니다. 다만 이 연결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내일부터는 어느 통신사도 연결이 안된다. 한국과 급하게 연락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숙소에 20볼을 지불하고 와이파이 인터넷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속도는 빠르지 않았다. 그래도 카카오톡으로 보이스톡까지는 가능해서 정말 필요했던 순간에 한국과 통화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샤워는 할까 말까 고민을 했는데, 우리 일행 모두가 샤워를 한다. 참고로 화장실과 샤워실은 같은 공간에 있고, 공용이었다. 왜냐하면 고산병 증상이 있을 때 샤워를 할 경우 고산병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절대로 하지 말라고 하는 이야기를 들어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일행들이 모두 샤워하는 것을 보고는 나도 안할 수가 없었다. 샤워실에 들어가서 뜨신 물을 틀고 머리부터 적시니까...온 몸이 나른~해지면서 머리와 어깨 위를 짓누르던 뭔가가 떨어져나가는 가벼운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그런데 갑자기 바닥에 뭔가가 떨어지는데, 바로 코피였다. 코피가 뜨거운 물과 함께 콸콸 쏟아지는 것이다. 우이~씨! 일단 수건으로 지혈을 하려고 했는데, 아뿔사! 내가 수건을 안갖고 샤워하러 들어온 것이다. 이런 변이 있나. 그래서 지금 식사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발가벗은 채로 나가서 내방에서 수건을 갖고오려고 했더만, 다른 팀 6명이 오손도손 식탁에 앉아서 저녁을 먹고 있네. 오 ~ 마이 ~ 곧! 하.. 어쩔 수 없다. 일단 샤워기 물을 제일 약하게 틀어놓고, 얼굴을 하늘 위로 올리고, 손으로는 코를 막으면서 지혈을 시도했다. 그러기를 한 1~2분? 코에서 더이상 피가 나지 않았다. 손을 씻고, 손으로 몸에 묻은 물기를 최대한 털어내고, 그 위에 바로 옷을 입고 나와서 재빠릴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방에 있던 수건으로 다시 몸을 닦고, 약간 젖은 옷들은 잘 마를 수 있도록 펼쳐두었다. 역쉬 ~! 해보면 다 답이 나오게 되어있다. 다만 샤워 중 코피는 고산병 증상의 초기 증상일 수 있다. 네팔 안나푸르나 트레킹 중에도 딱 한번 샤워를 했는데, 그때도 코피가 터졌거든. 음... 아무튼 오늘 밤이 걱정이기는 하다.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었다. 고도가 3600미터에 육박하는 산 후안(San Juan)이지만.
이제 내가 오늘 잘 침대(소금벽돌 침대) 위에 한국에서 갖고온 오리털 침낭을 펼치고, 또 한국에서 갖고온 휴대용 배게까지도 세팅을 완료했다. 여행사에서는 침낭도 무료로 제공해주는데, 솔직히 어느 누가 어떤 상태에서 썼는지도 모를 침낭을 쓰기에는 너무 찝찝했다. 물론 침대보도 언제 빨래를 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얼룩이 많이 묻어있었지만, 그 위에 나의 깨끗한 침낭을 올려버리면 되므로, 그나마 다행이리라.
바깥 홀에서는 늦게 들어온 다른 팀 6명(중국인 3명?)의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지는데, 나는 그런거 신경안쓰고 밤 11시 정도쯤 불을 끄고 눈을 감았다. 이제 잘 자면 된다. 그것만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