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차-2부) 마녀시장, 4095전망대, 볼리비아 커피, 뽀요 코파카바
★ 4일차-2부) 이동 경로 및 비용
(시내이동) 라파스 시내 이동 (텔레페리코 환승권 1회권 2장. 10볼(1,400원), 호텔 → 버스터미널 (택시, 20볼(2,800원))
(버스) 볼리비아 라파스 밤(4일차) 9시 45분 출발 → 볼리비아 우유니 다음날 아침(5일차) 7시 도착 (약 9시간 25분 소요, 버스 2층 까마(Full Flat) 좌석, 120볼(24,000원))
★ 라파스의 필수 방문지, 마녀시장(Mercado de las Brujas)을 가보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만 하더라도 한국 귀국을 생각할 정도로 고산병 증상으로 힘들었는데, 천천히 걸으면서 충분히 심호흡을 하면서 3700미터의 고도에 몸을 적응시키니, 오히려 증상이 호전되었다. 더구나 환전, 현지유심 개통, 라파스-우유니 야간버스까지 3개의 미션까지 모두 완벽하게 끝내고 나니, 갑자기 배가 고프다. 네팔 랑탕 트레킹 강진곰파까지 올라갔다가 고산병을 만나서 하산할 때에도 틈틈이 콜라를 마셨던 기억이 나네.
라파스 언덕에 위치한 버스터미널 인근에 맥도날드나 KFC가 있으면 좋겠지?하는 생각으로 현지유심을 장착한 폰으로 구글맵 검색을 해보니, 버스터미널 바로 옆에 KFC가 있다? 오잉? 아니 이렇게 가까이에? 하고서 찾아가봤더니, 동네 치킨 식당이다. ^^;;; 구글맵 검색에도 인공지능이 심어졌는지, 식당 이름으로 검색하는 것이 아닌, 식당 성격에 맞춰서 검색결과를 보여준다. 볼리비아 라파스 시내에는 맥도날드도, KFC도, 스타벅스도 없다(참고로 볼리비아에 스타벅스는 산타 크루즈에만 있음). 하지만 유사한 메뉴를 파는 식당을 보여주는데, 짝퉁 리스트 중에 유일하게 내가 아는 이름이 하나 보인다. 버거킹(Burger King). 여기도 진짜 와퍼 햄버거를 파는 가게일까?하는 의심이 살짝 생겼지만, 사진과 리뷰 등을 확인하니 진짜 버거킹이었다. 여기면 괜챦겠다 싶어서 일단 구글맵 목적지로 설정했다. 헌데 버거킹 위치는 내가 머물렀던 숙소와 무척 가까웠기 때문에 라파스 언덕에 있는 버스터미널에서는 최소 20분 이상 걸어서 계속 내려가야했다. 언덕을 내려가는 것은 쉬우니까, 언덕 인근에 뭐 볼게 없을까?하고 검색을 해보니, 라파스의 명소 마녀시장이 지척이다. 마녀시장 옆에는 전통시장인 로드리게스 시장도 위치하고 있었다. 일단 마녀시장으로 방향을 잡았다.
마녀시장이라는 이름이 조금 거시기한데, 이곳은 볼리비아 원주민인 아이마라족과 케추아족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지의 여신이자 풍요의 상징인 파차마마(Pachamama)에게 제사를 올릴 때 제단 위에 올릴 물건을 파는 시장이었다. 제단을 메사(Mesa)라고 부르는데 한국인이 보기에는 조그마한 소쿠리처럼 생겼다. 메사에는 기원하는 내용과 관련된 다양한 모양이 올라가는데, 빠지면 안되는 물건이 바로 라마의 태아다. 마녀시장에 있는 가게에서 바로 이 라마의 태아를 팔고 있기 때문에 마녀시장이라는 이름이 붙게 된 것이다. 하지만 볼리비아인들이 라마새끼를 일부러 죽이는 것은 절대 아니다. 라마는 한번에 새끼 한 마리만 낳는데, 최대 다섯 마리의 라마새끼까지 수태가 되기도 한다. 이때 라마는 스스로 독초를 먹어서 한마리를 제외한 나머지지 라마 태아는 유산시키는데, 이렇게 유산된 라마 태아를 말려서 제사에 사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제사를 지낸 뒤에는 메사의 물건을 모두 태운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제사 후 지방을 태워 하늘로 보내는 것처럼.
마녀시장 입구는 사진으로 봤던것처럼 화려했다. 토속품, 전통악기, 메사에 올릴 용품 등을 파는 가게들이 시장 입구 좌우로 나란히 모여있다. 약간의 묘한 향을 피워놓은 가게들도 꽤 있었다. 라마 태아를 파는 곳도 있었을텐데 내 눈에 띄지는 않았다. 여행자를 위한 다양한 수공예품이 대부분이었다. 페루 쿠스코에 가면 볼 수 있는 기념품 가게와 매우 흡사한 느낌이었다. 다만 가격은 쿠스코보다 비쌌다. 몇 군데를 방문하면서 내가 흥정하여 구입한 물건은 지폐가 들어가는 지갑이다. 한국에서는 지폐를 사용할 일이 거의 없는데, 남미에서는 환전 후에 받은 지폐 양이 꽤 되기 때문에 지폐를 보관할 가벼운 지갑이 필수적이다. 동전지갑도 있어야한다. 마음에 드는 볼리비아 원주민스러운 지갑을 10볼이라는 합리적 가격에 구입하니, 또 고산병 증세가 더더욱 사라진다. 아.. 이제는 진짜 뭔가 좀 먹어야할 때다. 급격히 목이 마르고 허기가 진다.
★ 라파스 시내 버거킹에서 매장에서 만난 첫 번째 도난미수 사건!
라파스 시내 중심대로인 Avenida Mariscal Santa Cruz. 분지 사이의 골짜기 대로이다. 이 대로를 사이에 두고 좌우측은 다시 라파스의 언덕이 시작된다. 대로 좌우측 뿐만 아니라 중앙에도 보도가 있어서 길을 따라 내려가기에 무척 편하다. 라파스가 분지라서 매연이 심하다고 하던데, 오늘은 매연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도심 내 공기도 상쾌했다. 아마도 골바람이 불어서 그럴수도 있을 것이다.
버거킹 입구는 전세계 매장이 동일하다. 다만 이곳에는 무인 키오스크가 없고, 무조건 점원에게 주문을 해야한다. 가볍게 영어로 세트 메뉴를 주문했다. 음료는 당연히 콜라로 주문했는데, 이때 점원이 되묻는다. 위드 아이스, 오어 위드아웃 아이스? (With ice, or without ice?) 아하.. 얼음 양만큼 더 음료를 받길 원하는 고객을 위한 재질문이군. 당연히 위드 아이스로 주문했다. 페루 맥도날드나 KFC의 경우, 음료에 얼음을 제공하지 않는다. 그에 반하여 볼리비아는 얼음이라도 제공하니 얼마나 선진국인가? 실질적으로는 남미 최빈국이지만, 얼음 제공만큼은 선진국이네. 버거킹 햄버거 세트메뉴는 41볼이었다. 공식환율로 하면 6달러, 걸거리 환율로 하면 4달러. 한국 정도의 가격이다. 볼리비아 1인당 소득이 한국의 약 1/10 정도 되는데, 햄버거 가격은 비슷하니까 상당히 고가다.
햄버거 세트를 받아들고 매장 안쪽에 위치한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인터넷으로 뉴스도 보고, 어디를 또 추가로 가야하나를 고민하면서 망중한을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내 옆으로 초등학교 저학년쯤 되어보이는 볼리비아 어린이가 지나가면서 쟁반에 남아있던 감자칩을 자기가 먹어도 되는지 몸짓으로 물어본다. 엉? 아니 이건 뭐지? 아니 왜 이 매장 내에 구걸하는 애가 들어온 것일까? 순간 내 옆에 놓아둔 가방이 잘 있는지 확인하니, 다행히 나의 물건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휴... 보통 치안이 불안한 국가의 패스트푸드 가게에 가면 보안요원이 문앞을 지키고 있다. 헌데 볼리비아 라파스 버거킹은 누구든 출입이 자유로왔다. 만약 이 학생이 몰래 뒤에서 다가와 내 가방을 들고 튀었다면? 아마도 나는 가방을 도난당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잠시라도 긴장을 풀면 안되는 곳이구나..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참고로 그 초등학생은 잠시 후 점원으로부터 정중하게 나갈 것을 요청받고는 가게 바깥으로 쫓겨났다. 하지만 모르지. 언제 또 혼잡한 틈을 타서 가게 내부로 들어올지...
★ 텔레페리코(Teleperico)를 타고 라파스를 조망할 수 있는 16 De Julio까지 올라가보자
거주지가 먼저냐? 도로가 먼저냐? 이에 따라 도시의 형태가 완전히 달라진다. 한국 서울로 치면 강북은 사람이 먼저 살고난 뒤 도로가 생겼다. 하지만 강남은 도로가 먼저 생긴 뒤 사람이 살기 시작했다. 그래서 강남은 바둑판 배열의 도로가 가능했던 것이다.
볼리비아 라파스는 사람이 먼저 살게 된 도시다. 몰려드는 사람들로 인하여 라파스 내 언덕에는 더이상 집을 지을 땅도 사라졌다. 그래서 생긴 위성 도시가 바로 라파스 옆 엘알토(El Alto)다.1547년 알로사 데 멘도사가 원래 고도 4100미터의 알티플라노 고원 평야인 엘알토에 먼저 도시 터를 잡았다가, 너무 추워서 분지로 내려간 곳이 지금의 고도 3700미터의 라파스 아닌가. 헌데 지금은 그 반대다. 라파스가 꽉 차서 더 이상 사람을 수용할 수 없게 되어서 알티플라노 고원의 평원인 엘알토가 위성도시가 된 것이다. 그래서 엘알토는 이제 30년이 넘은 신도시다. 이에 반하여 라파스는 600년 가까이된 고도다. 헌데 인구는 이미 역전이 되었다. 라파스는 90만명, 엘알토는 100만명. 더구나 엘알토 인구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라파스와 엘알토 사이를 연결하는 도로들이 있지만, 라파스 내 도로는 더이상 추가적으로 건설할 수 있는 상황이 안되기 때문에 극심한 교통 체증이 이어졌다. 위성도시라는 것이 그렇지 않은가. 일은 라파스에서 하고, 잠은 엘알토에서 자는 것이다. 이것을 한큐에 해결할 수 있는 특별한 교통수단이 필요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바로 텔레페리코(Teleperico)다. 한국 스키장에 가면 탈 수 있는 곤돌라와 모든 것이 똑같다. 이름만 다를 뿐이다.
텔레페리코는 1960년대부터 타당성 조사, 연구 및 공사 착공 등의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으나, 실제로 시작된 것은 볼리비아 원주민 최초의 대통령이자 나중에 4선까지 성공한 에보 모랄레스가 2012년에 착공했고, 2014년부터 처음 운행되기 시작했다. 텔레페리코에 사용되는 곤돌라는 오스트리아 Dopplemayr사에서 제작한 것을 사용하고 있는데, 한국 무주리조트에도 동일한 회사의 곤돌라가 사용된다고 한다(어쩐지 타본 느낌이더라고 ㅎ).
현재 라파스에는 총 11개의 텔레페리코 노선이 있고, 모든 역은 연결이 되어있다. 텔레페리코 라인은 색깔로 구분을 하고 있으며, 텔레페리코 1개의 라인은 3 ~ 4킬로미터이며, 역 간 거리는 1킬로미터가 넘는다. 실제로 타보면 상당히 오랫동안 길게 이어짐을 느낄 수 있다. 모든 텔레페리코 노선들은 이어져있기 때문에 당연히 환승은 되는데, 무료는 아니다. 따라서 본인이 가고자 하는 곳을 미리 파악하여 표를 역무원에게 살 때 최종 목적지를 미리 얘기하거나, 몇번 환승한다고 말을 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1번 타는데 3볼인데, 1번 환승하면 5볼이거든. 그런데 환승이 포함되지 않은 표는 각 3볼씩해서 6볼을 지불해야한다. 요금을 지불하면 QR코드가 찍힌 종이를 받게 되고, 그 종이를 개찰구 QR 인식기에 스캔을 하면 된다.
버거킹 인근에 가장 가까운 텔레페리코는 보라색 라인(Linea Morada)였다. 역 이름은 6 De Marzo. 여기서 1번 타서 Faro Murillo까지 올라간 뒤, 은색 라인(Linea Plateada)를 타고 16 De Julio까지 가서 내리면 된다. 그곳이 텔레페리코로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고도인 4,095미터이며, 엘알토와 라파스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분지도시 라파스는 야경이 멋지기로 유명한데, 가장 유명한 야경 스팟은 킬리킬리 전망대(Mirador Killi Killi)다. 다만 이곳은 텔레페리코 같은 대중교통으로는 접근이 힘들기 때문에 우버나 택시를 이용해야하고, 밤이 되면 안전보장이 확실하지 않아서 무조건 그룹으로 방문하기를 권하는 곳이다. 그에 반하여 16 De Julio의 경우 텔레페리코로 쉽게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텔레페리코도 한번 타고, 전망도 쉽게 보고자 이곳을 선택했다. 더구나 밤에는 우유니로 떠나는 야간버스를 타야하기 때문에 머물 여유가 내게는 없었다.
보라색 라인 텔레페리코를 타고 쑤욱 쑤욱 라파스를 둘러싸고 있는 산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전망은 가히 압권이다. 라파스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실제 사는 모습을 위에서 본다는 것은 매우 특별한 경험이거든. 페루 쿠스코 산페드로에서 아구아 칼리엔테(마추픽추 입국 기차역)를 갈때 기차를 타고 갔다. 기차는 출발하면서부터 바로 쿠스코 전체를 높은 곳에서 조망할 기회를 주는데, 그때 기차에서 본 쿠스코의 모습과 텔레페리코에서 본 라파스의 모습이 매우 닮았다. 높은 산 등성이에 빼곡하게 높게 짓다만 집들이 위험하게 서있는 모습을 보면, 이곳은 지진으로부터 안전할까?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든다. 이렇게 집을 짓다말면 마무리 공사는 언제나하? 돈이 없어서 마무리공사를 안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책을 살펴보니 일부러 집 공사 마무리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게 해야 집에 대한 세금을 덜 낼수 있다고 한다. 한국 같으면 집이 완성이 다되지 않으면 전기고 수도고 공급이 안될텐데, 여기는 그런게 없나?라는 생각도 들지만, 어느나라든 세금을 덜 내는 방향으로 발전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은 공통이다.ㅎ
한국 스키장에서 곤돌라를 타본 사람이면 아시겠지만, 절대로 멈추지 않는다. 다만 타기 편하도록 속도만 줄일 뿐이다. 한국 스키장에서는 곤돌라를 타는 곳에 보조하는 안전 요원들이 모두 배치가 되어있지만, 라파스 텔레페리코에는 그런게 없다. 그냥 알아서 뛰어가서 타는거다. 텔레페리코를 타면, 서로 마주봐야하는데, 이때 서로 올라(Hola, 안녕)이라고 인사도 한다.
라파스 꼭대기에서 은색 라인(Linea Plateada)로 1번 환승을 하게 되어있다. 은색 라인은 산 능선에 지어졌기 때문에 엘알토 지역 전체를 조망하면서, 저 멀리 눈덮힌 설산인 높이 6,088미터의 와이나 토포시(Nevado Huayna Potosi) 산을 조망할 수 있다. 그러면 16 De Julio 역에 도착을 한다. 종착역이기 때문에 모두 내려야한다.^^ 출구로 나가서 전망대를 찾아가보니, 4,095미터임을 알리는 표시와 함께 라파스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멋진 장소가 나온다. 밤에 왔다면 더욱 멋진 야경을 볼 수 있었겠지만, 그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고 ㅎ (물론 이곳은 경찰이 항상 배치되어있어서... 무섭지는 않을 것 같다).
다시 5볼을 지불하고서 처음에 타고 왔던 보라색 라인의 6 De Marzo역까지 되돌아오는데, 텔레페리코 안에 엄마와 함께 남자 어린이가 타는게 아닌가... 가방을 뒤져보니, 기내에서 받은 과자가 있었다. 그래서 과자를 줬더니, 수줍게 웃으면서 고맙다고 말을 한다. 나이가 드니, 아이들이 무척 소중하고 귀엽다는 것을 새삼 다시 느끼게 된다. 한국 기념품이 있었다면 줬을텐데, 마침 가방에 아무것도 없어서 그부분이 무척 아쉬웠다.
★ 라파스 시내 알렉산더(Alexander) 카페에서 볼리비아 커피를 맛보자
고산병 증상이 거의 사라지자, 원래 오늘 라파스에서 하고 싶었던 것, 먹고 싶었던 것이 먹고 싶어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소금사막이 있는 나라지만, 볼리비아는 한국 영토의 10배가 될 정도로 넓은 국가다. 서쪽의 알티플라노 고원은 4000미터를 가볍게 고산지대지만, 동쪽에는 아마존강이 있는 열대 우림지역이라서 황열병 예방접종이 필수적이다. 또한 볼리비아 라파스에서 북쪽으로 가면 죽음의 도로를 통과하면서 고도가 1700미터까지 내려가는데, 그때 만나는 지역이 바로 코로이코(Coroico)이며, 바로 볼리비아 커피가 재배되는 곳이다. 코로이코에서 조금 더 북쪽에 가면 카라나비(Caranavi) 지역도 나오는데, 그곳도 볼리비아의 고급커피의 원산지다. 그래서 볼리비아 커피하면 위 두 지역에서 생산되는 원두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볼리비아 커피 원두는 한국에서도 구입이 가능하다. 다만 볼리비아 커피 산지에서 라파스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죽음의 도로라는 절벽길을 통과해야하기 때문에 유통에 문제가 있어서 생산량이 많지가 않다. 예전에 코로이코 지역 주민들의 생필품을 공급하기 위하여 라파스에서는 항공기를 이용하여 공급할 만큼 접근이 어려웠다고 한다. 어쨌든 볼리비아 커피를 맛보기 위해서 방문한 곳은 알렉산더 카페다.
라파스 카페 관련한 검색을 하면, 한국의 화려한 디저트를 제공하는 카페들 추천이 꽤 많다. 하지만 나의 기준은 오로지 커피였다. 제대로 된 볼리비아 커피를 제공하는 카페를 찾았는데, 바로 알렉산더 카페가 바로 그 기준에 부합했다. 라파스 시내 몇 곳에 지점이 있는데, 나는 무리요 광장(Plaza Murillo) 인근에 위치한 곳을 방문했다. 그곳이 텔레페리코 정거장, 숙소 등과도 가까웠기 때문이다.
알렉산더 카페 안으로 들어갔더니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바로 그 카페다. 주문을 하려고 했더니, 일단 자리를 잡으라고 한다. 2층도 있어서, 2층으로 올라간다고 손가락으로 표시했더니, 올라가라네. 2층 빈 자리에 앉아서 잠시 기다리니, 점원이 주문을 받으러 왔다. 볼리비아 원두 커피를 제대로 마시기 위해서 따듯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잠시 기다리니 아메리카노를 가져다주는데... 커피잔 위에 크리마(Crema)가 가득 차있는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따듯한 볼리비아 원두로 추출한 아메리카노. 바로 이곳 라파스에서 즐길 수 있는 행복 아닐까... 콜롬비아 보고타 공항에서 마셨던 후안 발데스의 라떼처럼, 볼리비아 라파스 시내 알렉산더 카페의 아메리카노도 묵직한 바디감과 살짝 산미가 느껴지는 커피였다. 다만 목넘김 이후에 목을 치고 코 끝으로 올라오는 중미 국가의 커피 향기는 느낄 수 없는 것이 조금 아쉬웠다. 아메리카노 한잔을 천천히 마시면서 오늘 진행했던 일정과 남은 일정, 그리고 앞으로의 일정까지 한번 더 체크한 뒤 계산을 하러 1층에 내려갔다. 계산서를 받아보고는 깜짝 놀랐다. 아메리카노 금액이 단 12볼(2천원이 넘지 않음)이다.
★ 뽀요스 코파카바나(Pollos Copacabana), 볼리비아 KFC를 맛보자
예전에 개그맨 유재석이 지금처럼 유명하지 않을 때 출발! 드림팀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뉴질랜드로 갔다. 뉴질랜드 레스토랑에 방문하여 메뉴를 보면서 음식을 고르는 것이 있었는데, 무조건 닭으로 주문했다. 그러면서 닭은 중간은 간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남미에서도 마찬가지다. 닭(Pollos, 뽀요스), 즉 치킨은 중간은 간다. 볼리비아에 KFC는 없으나, 뽀요스 코파카바나 라는 KFC에 버금가는 유명 치킨 체인점이 있다. 코파카바나의 닭으로 번역이 가능하다. 참고로 코파카바나는 브라질 리오데자네이로에 있는 해변이기도 하고, 볼리비아 라파스에서 티티카카 호수로 가면 만나는 항구도시 이름이기도 하다. 뽀요스 코파카바나는 구글맵에서도 평점 4.0을 가볍게 뛰어넘으면서 칭찬 일색이다. 치킨 매니아로서 어떻게 이곳을 그냥 지나칠 수 있으리요. 더구나 위치도 알렉산더 카페 바로 옆이다.
입구에 들어가니 카페(Cafeteria)가 있다. 볼리비아 원두로 커피를 내려주는 것 같은데, 이곳 위치가 무리요 광장 인근이고 하니, 아침부터 낮 동안에는 치킨보다 커피가 잘 팔리니까.. 입구쪽에 배치를 한 것 같다. 요것도 하나의 아이디어다.
반층을 더 올라가니, 우리가 익히 아는 KFC 유사한 치킨 주문대가 있다. 일단 스페인어로 된 메뉴를 한번 본 뒤, 진열된 튀겨져있는 치킨과 다른 음식들도 보고, 또 주문하는 분들이 어떤 메뉴를 받는지, 홀에서 이미 드시고 계신 분들은 뭘 드시는지 등을 재빨리 스캔했다. 결국은? 세트메뉴로 치킨을 주문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여기서 또 고민이 생긴다. 2조각으로 할 것인가? 3조각으로 할 것인가? 가격차이는 조금 있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주문해서 다 먹을 수 있느냐다. 식은 치킨으로 맛있는 것은 양념치킨이지, 일반적인 후라이드 치킨은 아니거든. 근데 튀겨놓은 치킨 사이즈가 무척 커 보인다. 멕시코에서도 그랬고, 볼리비아도 치킨 사이즈가 한국 KFC의 1.5배 가까이 된다. 그러면? 내가 KFC에서 3조각 정도 먹으니까... 여기서는 2조각 정도 먹으면 똔똔이다. 그래서 치킨 2조각, 감자튀김 대신에 밥(Arroz), 음료수 대신에 물(Agua)로 주문을 했다. 그리고 치킨 2조각은 4가지 부위(가슴, 날개, 다리, 허벅지) 중 날개 1, 가슴 1개로 선택하여 주문했다. 이렇게 복잡한 주문을 어떻게 스페인어로 했는지 궁금하시겠지? 일단 치킨은 뒤에 튀겨진 것을 사진으로 찍었다. 그리고 주문 받는 점원에게 보여주면서 이걸로 해 달라고 했다. 이때 친절한 라파스 아주머니께서 나에게 다가와 영어로 도와줄까?라고 물어본다. ^^ 역쉬... 사람사는 곳은 다 똑같다. 물론 주문을 완료했기 때문에 딱히 도움은 필요없었다. 이렇게 주문하고 지불한 금액은 33볼(길거리 환율로 하면 약 3달러, 약 4천원)
내가 딱 원하는대로 주문 후, 고대로 받아서 자리를 잡고 치킨살 하나하나 발골하면서 먹어준다. 한국 KFC 보다 약간 짠맛은 있으나, 닭 자체의 쫄깃함은 훨씬 강했다. 오 ~~~! 여기를 추천하는 이유가 다 있었던거다. 게다가 닭 자체도 큰데다가 1마리를 8조각으로 잘라 튀기니 1조각당 양도 많다. 이렇게 크고 맛난 치킨 2조각, 풀풀 날리는 안량미 볶음밥, 그리고 물로 배를 채우니, 시간이 7시가 살짝 되어간다. 이제 숙소에서 가서 짐을 찾아서 버스터미널로 가면 된다. 어짜피 라파스 시내 도로는 이미 차들이 너무 많아서 30분 정도 걸리니까... 버스터미널 가면 대략 오후 8시 정도 될거 같다. 그러면 1시간 뒤면 차량에 탑승할 수 있으므로, 오래 기다릴 필요도 없다.
★ 라파스에서 우유니가는 야간버스 탑승 체험기
배도 부르니 소화도 시킬겸 걸어서 짐을 맡겨둔 호텔까지 가기로 했다. 어제 이시간 즈음 라파스에 도착했었는데, 지금은 쫄지도 않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나 자신이 신기하기도 하다.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움직이고, 맛있는 음식 먹고 하니, 고산병 증상도 거의 없다. 다만 언덕을 오를 때에는 가쁜 숨을 몰아쉴 수 밖에 없었다.
호텔에 도착 후 맡겨둔 짐을 찾고서 우버로 차량을 호출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역쉬 호출이 되지 않는다. 라파스에서의 우버 호출은 참 어렵다. 더구나 지금은 퇴근 시간. 모든 차량들이 중심대로인 Avenida Mariscal Santa Cruz에 몰려있는 것이 보인다. 호텔 리셥셔니스트가 택시를 불러줄까요?라고 물어봤지만, 거절하고 길가로 나가서 지나가는 빈 택시를 잡고 흥정해서 버스터미날까지 가는 것으로 방향을 정했다. 조금 할 줄아는 스페인어지만, 의사소통에서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딱 2마디면 된다. 떼르미날 데 부세스, 꽌또? (Terminal de Buses, Cuanto? 버스터미날, 얼마?) 그러면 분명히 택시기사는 숫자로 얘기할건데, 이 숫자를 못알아들어도 상관없다. 왜냐하면 나는 베인떼(Veinte, 20)볼을 제안할 것이기 때문에(스타벅스에서 벤띠(Venti) 라는 사이즈가 있는데, 그게 바로 20이다. 20 oz. 스페인어와 이탈리아어가 같은 로맨틱 언어이므로, 이렇게 닮았다). 기사가 베인떼라고 했으면 ㅇㅋ를 외치면 되는 것이고... 택시를 잡을 때에는 돈을 지불하는 내가 갑이다.
무수히 오가는 차량 속에서 운행한지 30년은 넘어보이는 희미한 택시 마크를 달고 있는 차량이 드디어 섰다. 앞서 설명한대로 외치니, 베인떼가 그냥 나온다. 바로 짐을 뒷좌석에 넣고 그 옆에 타면서 바모스(Vamos, 갑시다)를 외친다. 헌데 차량이 앞으로 나아가질 못한다. 워낙에 차가 많고 신호 체계가 엉망이니 가만히 그 자리에 멈춰서있다. 거의 서 있다가, 조금 가다가를 반복하다가 갑자기 뻥 ~ 하고 길이 뚫린다. 호텔에서 버스터미날까지 30분이 걸렸다. 그래도 아직 버스 출발까지는 1시간 30분 이상 남아있네, 그려.
버스터미널 내부는 대낮처럼 밝다. 아직 자리가 남아있는 버스회사들은 직원들이 카운터 앞에서 목적지를 크게 외치면서 손님들을 모객하고 있다. 일단 버스 타기 전에 해야할 일이 있다. 바로 선크림으로 덕지덕지된 얼굴을 씻고, 이빨까지 닦는 것이다. 물론 버스타기 전에 용변까지 해결한다면 그것도 금상첨화다. 화장실이 있는 버스이지만, 움직이는 버스 속에서 화장실 가는 것이 그리 편하지는 않더라고.
버스터미널 제일 끝에 유료 화장실이 있다. 1회에 2볼(400원)이다. 우선 용변을 해결한 후, 얼굴을 씻고, 이빨도 닦았다. 배낭에 있던 수건으로 얼굴의 물기도 닦고, 스킨 로션으로 땡기는 얼굴도 발라준다. 바깥에 나와서 의자에 앉아 버스 탑승 시간을 기다리면서는 버스 내에서 편한 잠을 보장하는 목배게에 바람도 넣어서 목에 걸어둔다. 이제 야간버스를 탈 준비는 완벽하게 끝났다.
출발 30분 전에 표를 샀던 티티카카 카운터 앞으로 가니, 이미 나와 함께 우유니로 떠날 사람들이 서 있다. 서양 여행객들을 보니, 마음이 살짝 놓인다. 나만 혼자가 아니라는 묘한 동질감을 느끼는 순간이다. 페루와 볼리비아에서 카마(Full flat)급 버스는 모두 유럽의 2층 버스로 운행이 된다. 이 버스의 최고 좌석은 1층이다. 2층은 바깥 경치를 보기에는 좋을 수 있으나, 승차감은 1층에 비하여 훨씬 떨어진다. 또한 이 버스에는 최고의 단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짐을 싣는 곳이 1층 뒤바퀴(엔진) 위와 2층 바닥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버스 앞바퀴와 뒤바퀴 사이 제일 낮은 공간에 있어서 편하게 짐을 살짝 올리면 알아서 실을 수 있는데, 이 버스는 그게 불가능하다. 그래서 반드시 짐 실어주는 사람이 그 공간 안에 들어가면, 손님이 스스로 짐을 들어서 그 위까지 올려줘야한다. 약 1.5미터 정도 높이다. 물론 페루의 크루즈 델 수르 같은 버스는 짐을 따로 보내기 때문에 버스 직원들이 알아서 실어주는데... 볼리비아 라파스 티티카카는 절대 그런거 없다. ㅎ
힘겹게 짐을 올려주면 짐표를 받게 된다. 요거 꼭 챙겨놔야 도착 후 짐을 받을 수 있다. 버스 입구에서 버스표와 여권을 확인받은 후 계단으로 2층 제일 앞좌석 혼자 앉는 좌석에 착석했다. 휴... 이제 한 9시간 정도 버스에서 자면 된다. 내일 아침에는 드디어 이번 여행의 목적지, 우유니에 도착하는 것이지.
버스는 2층 좌석까지 모두 꽉 찼다. 버스 출발 전에 1층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하려고 했더니, 버스 출발 후 30분이 지나야 이용이 가능하다고 버스 차장이 말한다. 음.. 라파스는 굽이굽이 언덕이 심하니까, 평탄할 길이 나온 뒤부터 이용이 가능하다는 뜻이리라. 9시 45분에 정확하게 버스는 출발을 하는가 싶더니, 갑자기 멈춰선다. 그리고는 제복입은 사람이 올라와서 돈을 걷기 시작한다. 이건 뭥미? 버스터미널 이용료를 승객들로부터 따로 현금으로 걷는 것이다. 아니, 이건 버스표를 살 때 포함을 시켜서 받으면 편한데, 왜 이런? 아마도 버스회사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겄지? 주섬주섬 2볼 동전을 찾아서 건네줬다.
라파스 버스터미널을 출발한 버스는 20여분 뒤 엘알토 버스터미널에 정차를 한다. 그곳에서 추가로 승객도 태운 뒤에 다시 출발한다. 그러고는 알티플라노 고원지대의 평탄할 길을 따라서 쭈우욱 남쪽으로 550킬로미터를 달리는 것이다. 그러면 우유니에 도착한다. 빨리 자자! 빨리 자는 일만 남았다... 드르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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