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의 존버실패기] #6
강릉에 도착한 그 날은 태풍이 오기 몇 일 전이라 날씨가 좋지 않았다. 첫 다이빙은 방파제 근처에서 바다로 걸어서 입수했는데 오리발을 신고 웨이트를 차고 공기통을 매고 들어가는 일이 쉽지 않았다. 몇 번이나 자빠질 뻔했다. 옆에서 해수욕을 하던 사람들이 있었는데 다들 아주 흥미롭게 쳐다봐주신다. 다행히 그 날에는 함께 교육을 받는 남자분이 있었는데, 내가 자꾸 뒤뚱거리며 자꾸 시선을 끌자 본인도 처음이면서 옆에서 많이 도와주셨다.
드디어 바다로 들어갔는데…. 들어갔는데… 바다 속이 뿌옇고 누랬다.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장님이 된 것 같은 느낌에 더럭 겁이 났다. 바닥의 진흙 먼지 같은 것이 자꾸 일어나 앞을 가렸다. 강사님의 수신호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버디와 함께 출발했는데, 가다보니 그 남자분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강사님은 이상한 줄 같은 것을 나에게 쥐어 주고, 잠시 여기 있으라고 했다. 나는 주황색 줄을 두 손으로 꼭 잡으면서, 강사님이 만약 안 돌아올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머리를 마구 굴렸다. 다행히 잠시 후 강사님이 버디를 끌고 돌아오셨고, 수영장에서 배웠던 몇 가지 과제를 후딱 해치운 다음 재빨리 수면으로 올라왔다. 우리는 1톤 트럭의 뒤쪽 짐칸에 실려서 숙소로 돌아왔다. 나는 대학교 농활 갔을 때 야채트럭 뒤에 실려 갔던 20여년 전을 떠올리며 이 레포츠는 낭만적인 데가 있다고 생각했다. (낭만은 개뿔) 다음날은 펀 다이빙을 하는 다른 팀과 함께 보트를 타고 나간다고 했다. 약간 무서웠지만 이번에도 교육비를 미리 냈으므로 그냥 해 보는 수밖에 없었다.
작은 배를 타고 비교적 멀리 나가는 보트 다이빙은 더욱 긴장이 되었다. 높은 파도에 멀미가 났다. 강사님이 멀미약을 먹어두라 했는데 강한 척 하느라 약도 안 먹었다. 입이 자꾸 말라서 침이 안 나왔다. 마스크 김서림을 방지하려면 침을 퉤! 뱉어서 닦아야 하는데 그걸 못했다. 배 엔진이 멈추고 한 명씩 입수하기 시작했다.
버벅버벅 가장 마지막에 내가 들어갔는데… 들어갔는데…. 바다가 너무 시커맸다. 바닥이 보이지 않았다. 수면 위에 있는데도 파도가 심해서 몸이 자꾸 뒤로 넘어갔다. 아, 두려움이란 이런 것이었구나. 호흡기를 물고 있었지만 숨이 컥! 막혔다. 나는 한참을 입수를 못 하고 혼자 물 위에 둥둥 떠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내려가고 없었다. 답답했던 강사님이 호흡기를 벗고 나에게 생목으로 크게 소리를 질렀다. BCG에 공기 빼고! 숨 내쉬면서! 내려가자고! 두려움 속에 휘말리면 그 어떤 행동도 못하게 된다. 나는 생각 따위는 하지 않기로 하고 휴우우우욱- 숨을 뿜어내면서 검은 바다 속으로 하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