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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난 Jul 02. 2024

요가 vs 수영

나에겐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만큼 어려운 선택

작년에 직장을 그만두고 제일 빠져있던 게 도서관 무료 강좌였다면(일하는 동안 참석 못 했던 게 한이 돼서) 올해는 아침 운동이다.


요가와 수영.


각각의 매력이 다른데 둘 다 너무 만족스럽고 좋아서. 현재 요가 주 3회, 수영 주 2회를 하고 있는데 수강시간을 늘리고 싶어서 한참 고민하기도 했다.(흥미를 잃지 않고 꾸준히 하기 위해 이대로 쭉 하기로 결정!)


사진출처 unsplash


요가는 수련 그 자체로도 좋은 운동이지만 강사님의 역량이 많은 걸 좌지우지한다. 땀 흘리고 근력을 길러주는 파워요가를 주로 하는 강사님은 나랑 잘 맞지 않는다. 


우리 강사님은 여리여리한 몸에 코어가 완전 좋아서 별의별 동작을 다 하면서도 호흡이 흐트러짐 없이 가이드를 주신다. 같은 여자인데도 반해버릴 것 같아서 팬의 마음으로 주 3회 요가 수업을 듣고 있다.


요가에 대해 깊은 지식이 있다는 게 강사님의 몸과 말을 통해 느껴진다. 


굳어서 뻣뻣한 내 몸이... 9개월이 지나도 유연하게 접히고 찢어지지 않는, 각목 같은 내 몸이 부끄럽지 않게끔. 항상 자기가 가능한 지점에서 머무르고 호흡하라고.


특정 동작이 되지 않아서, 낑낑대는 내 몸뚱아리에 짜증이 나서. 수업이 끝나고 그 동작을 잘할 수 있는 비법(?)을 여쭤보니 특별히 그 동작만을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모든 요소요소가 잘 풀어지면 언젠가는 되니까 그저 1시간 수련을 되는 만큼만 그만큼에서 아주 조금씩만 더 늘려나가 보라고 조언해 주셨다.


정말 신기하게도 지난주까지 안되던 동작이 이번 주에 딱 되었을 때의 벅참. 뿌듯함이 요가에 있다.


20대 공시생 시절에 잠시 요가를 했을 땐, 3개월쯤 하니까 얼추 접히고 꺾이고 찢어지더니. 15년간 사무직 생활과 10년의 육아 끝에 다시 시작한 요가는 내가 그동안 얼마나 나쁜 자세로 몸을 혹사 시켜왔는지 반성하게 한다.


그래서 반성의 마음으로 주 3회 아침 한 시간씩 몸을 이리 꾸기고 저리 접고 요리 꺾어서 조리 뒤집고 있다. 개미 발가락만큼의 차이로 유연해지고 있는 중.


지금은 3열에 앉아있는데 10년 후엔 1열에서 다리 180도 찢기, 가로 찢기, 세로 찢기 다 할 수 있는 중년 부인이 되는 게 내 요가의 목표다.




수영.

수영은 나에게 애증의 대상이다.

어릴 때부터 물 공포증이 심했던 나는 5학년 때 겨우겨우 수영을 배우긴 했지만 그래도 물이 내내 무서웠다.


물 공포증을 이겨내고 싶어서 수영을 다니기 시작했지만 물속에 고개를 처박은 순간에는 항상 덜컥 숨이 막히고 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


25미터 레인을 가는 길에 4번, 5번씩 중간에 일어 서곤 했다. 가다가 숨 막혀서 기절하진 않겠지? 하면서.


음. 파. 음. 파.

어떤 날은 어. 푸. 어. 푸.

죽지 않겠다고 숨 쉬고 물속에 고개 박고 또 헐레벌떡 숨쉬기를 반복하다 보니 25미터 끝에 닿고.

어느 날은 턴하는 걸 배워서 25미터를 찍고 출발선에 돌아오기도 하고.

그런 날이 한 달이 되고 두 달이 되고 8개월이 지나니 이제 물속에서 숨 쉬고 발차기하는 그 행위 자체로 머릿속이 비워지고 온전히 내 몸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는 몰입의 기쁨을 느낀다.


매번 숨이 넘어갈 듯 괴롭고, 팔 다리엔 힘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후들거리고, 여전히 익사의 두려움을 느끼지만 그래도 나의 수영은 매일매일 물 한 방울씩은 나아지고 있다고 느낀다.


수영 대회에 나갈 것도 아니고, 당장에 마스터할 레벨이 있는 것도 아니라 나는 그냥 주 2회 꾸준히 체육센터에 가서 꽉 끼는 수영복에 몸을 꾸겨 넣고 입수를 하면 되는 것이다.


수영의 목표는 1레인 할머니가 되는 것.

(6레인까지 있고. 초급이 6레인부터 시작된다. 지금은 5레인)


사진 출처 unsplash


요가 vs. 수영

지금 나에겐 우열을 가리기 힘든, 내 삶의 활력소이다.

샤워를 마치고 살짝 덜 마른 머리를 찰랑거리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얼마나 상쾌한지 예전엔 미처 몰랐던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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