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푸른열두달 Oct 25. 2024

단점의 쓰임새

당신의 단점은 무엇인가요?

‘당신의 단점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자기소개서의 단골 질문이다. 보통 그럴 때면 단점이지만 함께 지내기엔 너무 치명적이진 않은, 일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단점을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좀 더 솔직한 내 단점을 돌아보려 한다.


우선 많이 생각하는 게 단점이 될 때가 있다. 무언가를 시작하거나 추진할 때 생각의 굴레에 갇히게 될 수 있다. 해보지도 않고 생각만 많이 하게 되면 주로 걱정 어린 생각, 부정적인 생각으로 흘러가게 된다. 그럴 때는 생각을 더 하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되도록 몸을 일으켜 움직이는 것으로 시작한다. 지나친 생각을 멈추고 먼저 작은 단계라도 실행하고 움직이면서 배우고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실수를 해보면서 부족한 점들을 보완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적당히 생각하고, 움직이며 시작해 보는 연습을 하려고 한다.


또 무언가를 시작하려고 할 때 계획을 많이 세운다. 잘하려고 하는 마음이 앞서기 때문인데, 변수를 예측하고 대비책을 미리 꼼꼼히 세우고 싶어 하는 성향이다. 특히 여행을 갈 때 이런 상황, 저런 상황을 모두 대비하다 보면 짐은 점점 많아지고, 무거워진다. 마음도 힘이 잔뜩 들어가고 불안하다. 


운동을 할 때도 불필요한 힘을 빼는 것이 중요하듯 지나치게 계획하는 것 또한 힘을 뺄 필요가 있다. 너무 계획하고 대비하고 전부 잘하려고 하지 않는 것, 자신의 실수에 대한 관대한 마음, 우연히 벌어지는 것들에 대처할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 생각한 방식과 다르게 흘러갈 수도 있다는 생각의 유연성이 필요하다. 그렇게 불필요한 힘을 뺄 때 준비 과정도 여행지에 가서도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즐길 수 있고 우연히 마주하는 놀라움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생각을 많이 하거나, 변수를 모두 대비하고 싶어 하는 부분이 단점이 되기도 하지만 분명 쓰임새가 있을 때도 있다. 그 단점을 잘 다루어 필요한 때, 적절한 곳에 잘 분별하여 사용한다면 단순히 단점이 아닌, 삶의 좋은 재료가 될 수도 있다.

이전 11화 삶의 햇볕과 그림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