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정조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2014년 현빈 주연의 <역린> 영화가 있다.
정조 1년, 끊임없는 정조의 암살 위협이 있던 시기다. 사도세자의 아들이 왕이 되었기에
사도세자의 죽음에 관여했던 노론들이 암살을 사주한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결국 정조는 스스로 목숨을 지켜내야 했다.
영화 속에서 청부살수였던 갑수는 정조가 가장 신임하는 신하 상책으로 변한다.
정조와 대신들이 경연을 하는 장면에서 상책이 모든 대신들이 선 듯 외우지 못하는 중용 23장을
멋지게 외우는 장면이 나온다.
중용 23장의 원문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其次는 致曲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曲能有誠이니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誠則形 하고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形則著 하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著則明 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明則動 하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動則變 하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變則化 니
변하면 생육된다.
唯天下至誠 이야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爲能化 니라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 지극하게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중용 23장에서 가장 핵심적인 개념인 '정성'을 추구하는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하면 될 수 있는가가 매우 중요하다.
즉, 정성을 다할 수 있는 방법과 원리가 바로 공부의 원리이며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진정한 공부의 원리는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바로 '博學(박학) → 審問(심문) → 愼思(신사) → 明辨(명변) → 篤行(독행)'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덧붙이면,
'博學(박학)은 넓게 배운다.'라는 의미이다.
폭넓은 공부를 통해서 어느 한쪽만 치우친 전문가가 아니라 폭넓은 지식을 지닌 사람이 진정한 실력자다.
'審問(심문)은 자세하게 질문한다.'이다.
스스로 모른다면 그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겸손하게 물어보고 궁금한 것을 풀어가야 한다.
'愼思(신사)는 신중하게 깊이 생각한다.'이다.
신중하고 깊이 있는 생각을 통해 배움을 보완해야 한다.
'明辨(명변)은 현명하게 분별한다.'이다.
배운 것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수정할 수 있는 판단 능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篤行(독행)은 독실하게 행동한다.'이다. 배운 것은 반드시 실천해야 완성된다.
이 다섯 가지를 모두 경험해야 진정한 공부이며, 참된 성인으로 거듭날 수 있다.
정조는 할아버지인 영조를 계승하려 노력했고, 탕평정치로 조선을 부흥하는데 힘 섰다. 규장각에서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초계문신들을 교육하며 중용에서 강조하는 공부법인 5가지 원리를 습득하며 더 나은 조선을 위해 밤 낮 없이 정무에 힘 섰을 것이다.
그런 정조의 정성이 정조 자신을 비롯해서 노론을 변화시키고 조선을 변화시킨 것은 아닐까?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화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정성이란 자기의 완성뿐 아니라 세상을 완성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고전 글에서 배운다.
일, 공부, 인간관계, 부, 성공 모든 것을 잘 해낼 수 있는 비결은 바로 '지극한 정성(至誠)'이다.
'지극한 정성'을 실천하는 사람이 되는 법이 바로 '博學(박학) → 審問(심문) → 愼思(신사) → 明辨(명변) → 篤行(독행)'이라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배우고, 묻고, 생각하고, 분별해 보고, 반드시 실천까지 가야 한다. 여기까지 이르러야 나도 변화고 남도 변하며, 세상도 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