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는 명절이나 제사상에 빵을 올린다?
개업한 지 40년을 훌쩍 넘긴 이 현대떡집은 처음에는 빵을 만드는 제과점으로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사람들이 떡을 찾기도 해서 지금은 떡과 빵을 같이 파는 곳이 된 제주동문시장의 오래된 떡집이자 빵집이지요.
그런데 현대떡집에서 파는 빵들을 가만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네, 우리가 아는 옛날빵들이네요.
카스텔라도 보이고 롤케이크도 보입니다. 앙금빵, 단팥빵, 황남빵 등 향수를 자극하는 빵들이 보이는데요.
옛날빵이라고도 부르지만 제주에서는 이런 빵들을 제물빵이라고도 부릅니다.
말 그대로 제사나 명절상 위에 올리는 빵이라서 제물빵이라고 부르지요. 이게 무슨 말이냐면요, 제주에서는 떡도 올리지만 빵도 올립니다. 심지어 초코파이를 올리는 집도 있습니다. 집집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제사나 명절에 빵과 떡을 골고루 올리는 것 같습니다. 다른 지역에서는 빵을 올리는 곳이 거의 없잖아요?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모습이지요.
그래서 아마 제주사람들이 제과점에서 떡도 같이 찾았던 것은 아닐까요?
현대떡집의 제물빵 특징은 모두 일본에서 발달한 빵기술로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현대떡집에서 파는 길쭉하고 큰 카스텔라는 제주에서 '대판카스테라'라고 부르는데 명절이나 제사에 집집마다 꼭 이 대판카스테라를 올리는 집이 많았지요. 대판 카스텔라라고 부르는 이유는 아마도 일본 오사카 大阪 관련이 있는것이 아닐까 하고 추측됩니다. 오사카에는 정말 많은 제주사람들이 살고 있거든요. 오사카 쯔루하시 시장도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빙떡'이나 '몸국'의 흔적이 있었다고 하니까요.
제물빵과 더불어 현대떡집에서 파는 떡 중 제주전통떡들이 있는데요 시루떡, 영양떡, 증편 등등이 모두 대판카스테라처럼 길쭉하게 재단되어 있네요. 만일 운이 좋아 제주할머니들을 이 현대떡집에서 만난다면 혹시 이런말을 들을지도 몰라요.
"이 거 한 빗 줍써."
빗이라는 단어는 우리말 '가로'의 옛말인데요,
길쭉한 것을 세는 단위로 제주에서 종종 사용되고 있어요. 그러고 보니 해녀가 전복을 따는 도구도 빗창이네요? 길쭉한 떡이나 빵을 세는 단위로 제주에서는 '빗'이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저희도 한번 해 볼까요?
"대판카스테라 한 빗 줍써."
이 동그랗게 생긴 떡은 제주송편입니다. 육지의 송편보양과 다른 모양으로 빚어내서 관광객들은 제주에는 송편이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그리고 톱니바퀴처럼 뾰족뾰족하게 생긴 떡은 제주사람들이 정말 좋아하는, 기름떡이라고 불리는 제주떡입니다. 별모양떡이라고 해서 별떡, 총떡이라고도 하고 고장떡이라고도 합니다. '고장'은 순 우리말로 꽃이라는 이죠. 기름떡은 기름에 지져서 만드는데요 사실 화전(花煎)이랑 만드는 방법이 같죠. 화전을 우리말로 풀어 제주에서는 고장떡으로 부르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현대떡집에서 보이는 찐빵은 제주에서는 상외빵, 또는 상외떡, 술빵, 막걸리떡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고려시대에 원나라에서 넘어온 상화병이 제주에서는 상외떡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아직까지도 전통시장이나 떡집에서 만들고 있는데요, 식감이 빵 같기도 해서 상외빵이라고 부르기도하고 상외떡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상온에 둬도 쉬이 상하지 않는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고 한번 만들어 뒀다 냉동시켜 쪄 먹으면 더 맛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제주보리빵이 이 상외떡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지요.
이렇게 제주의 빵과 떡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소중한 이 빵집이 오래오래 이 자리에 있어주길 바라는 마음을 가지며,
자 저희는 이제 시장밖을 나와 동문시장내의 또다른 시장인 골목시장으로 들어가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