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가에 가는 것을 참 좋아한다.
강아지 두 마리가 있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외할머니를 정말 많이 좋아한다.
항상 자기편이 되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무엇을 해도 이뻐해 주시는 분이 있다는 것.
그런 것들을 느껴서 인지 중학교 1학년인 딸은 외가를 참 좋아한다.
아내와 티브이를 보다 문득 예전 이야기를 했었다.
"장모님이 우리 반대하실 때 우리 딸이 이런 말을 했었지."
'나는 할머니랑 살아도 괜찮아.'
"기억나..."
그날 내 기억에 아내는 딸아이를 안아주며 말했다.
"아니야. 엄마 아빠 딸인데 엄마랑 아빠랑 살아야지."
아이의 그 한마디의 의미를 우리는 단번에 알아차렸다.
당시 아이는 자신의 존재로 인해 엄마 아빠가 반대를 받는다고 생각했나 보다.
그래서 우리에게 그런 말을 했었다.
지금은 그토록 반대하시던 아이의 외할머니는 완전히 바뀌셨다.
우리가 잘해서는 아니라 생각한다.
우리의 결혼을 허락하신 그날부터 나와 내 딸에게 엄청 잘해주셨다.
처갓집에 있으면 아내는 장모님에게 자주 가로막힌다.
항상 같은 상황이 되풀이된다.
아내는 아이에게 말한다.
"너 오늘 핸드폰 너무 많이 하고 있어. 이제 그만해."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우리 딸의 든든한 백이 나타난다.
"그런 말 하지 마! 너네 집에서는 너 마음대로 하는 거 내가 말 안 하는데, 우리 집에서는 애한테 하지 마라는 말 하지 마!"
그럼 우리 딸은 눈치를 보는 척하며 다시 핸드폰을 손에 쥔다.
이런 모습들이 흐뭇하다.
어린 시절 나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나도 외갓집이 좋았다.
나의 외할머니도 외할아버지도 항상 우리 형제 편이셨다.
외갓집에 가서는 엄마에게 야단맞을 일이 없었다.
솔직히 혼날 일을 저질렀을 때 그날은 정말 외가에 가고 싶었다.
항상 나에게는 최고의 사위라고 해주시는 장모님.
딸에게는 애정표현을 거침없이 하시는 외할머니.
얼마 전 어버이날 꽃을 선물드렸다.
작년에 드렸을 때 너무 좋아하셔서 이번에도 꽃을 선물했다.
메시지가 왔다.
고맙고 지금이 아주 행복하시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
좋은 가족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
장모님의 사위사랑을 넘치도록 느끼게 해 주셔서 감사하고,
딸에게 든든한 외가를 선물해 주셔서 감사하다.
토요일 저녁을 함께 하고,
돌아오는 길에 우리 딸은 함께 오지 않았다.
혼자 외갓집에 남아있고 우리만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