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산책을 하며 아내와 오랜만에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가끔 산책을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친양자입양을 준비하면서 관련된 대화를 하다가 이야기가 흘러갔다.
"우리 딸이 없었으면, 결혼생활이 지금처럼 행복하지 않았을 수도 있어요."
우리 둘 만 있으면 행복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했다.
딸 덕분에 더 많은 추억을 만들었고,
더 많은 행복을 느꼈다는 말이었다.
표현하지 않았지만 고마웠다.
아내가 이런 말을 할 때 내가 고맙다고 말을 하면 아내는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고마워'
가끔 아이를 혼내는 모습을 보면서 흐뭇하기도 하다.
다른 사람이 들으면 오해를 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흐뭇하다.
이유는 아내가 아이를 혼내는 모습을 보면,
정말 자신이 낳은 아이를 혼내듯 한다.
사실 연애 초반에는 조심스러워했다.
나의 눈치를 보는 것은 아니었다.
아이가 자신을 싫어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앞섰다.
한동안은 악역은 아빠 몫이었다.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평범한 가정처럼 엄마의 잔소리가 집안에서 흘러나온다.
나는 그저 방관할 뿐이다.
개입하지 않는다.
아이가 큰 잘못을 한 경우.
크게 야단을 치고 나면,
그날 밤은 모든 엄마들이 그러하듯 힘들어한다.
마음 아파하기도 한다.
어쩔 때는 후회하기도 한다.
그럼 나는 이런 말을 건네준다.
"부모라고 완벽할 수 없어, 나도 너도 부모는 처음이니 우리도 실수할 수 있어."
아내는 나보다 아이에게 야단을 많이 치지만,
나보다 더 많이 사과를 한다.
최근 아내가 이직을 했다.
지금 직장에서는 우리의 상황을 아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직장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고 한다.
"22살에 첫째를 낳았어요."